‘아기다 타고 있어요’ 자동차 뒤에 이런 문구를 처음 보았을 때, 참 놀라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장유유서의 사상이 뿌리 깊은 우리사회에서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내’아기는 배려 받아야하는 특별한 존재임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194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전쟁을 겪고 난 다음 재건을 위한 산업을 필두로 급속하게 성장했던 산업화의 형태는 보수적이고도 성실한 세대를 요구했다. 개인의 삶보다 조직과 국가 등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자기희생적인 삶이 당연시 되었다. 덕분에 세상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할수록 가장들은 가족들에게는 외면당했다. 이런 아버지들에게 경제적으로 지원은 받았지만 심리와 애착면에서 소외당했던 1960년대~1970년대 생들은 다행히도 교육의 혜택을 받기 시작했고, 자신들은 외면당했던 부모들의 사랑을 자식들에게 돌려주기 시작했다. 경제력이 뒷받침된 만큼 무엇이 중요한가를 찾기 시작했던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이 낳은 1981년에서 2000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Y세대, Me 세대, 에코부머라고도 불린다. 이런 역사 속에 오랫동안 큰 변동 없이 유지되었던 유교적 문화 DNA가 밀레니얼 세대는 잉태되기 전부터 확연히 다른 대접을 받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 듯하다. 태어나자마자 아기들을 위한 유기농 등 좋은 성분을 고른 먹거리를 찾고, 가장 좋은 교육적 환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유아용품의 고급화와 전성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특별한 존재들이란 것을 부모들이 인지하고, 교육을 받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끊임없는 칭찬과 보상을 통해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이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사실 혼란스러운 시대에 직면한 ‘라떼’세대이다. 산업현장에서는 이런 세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매우 보수적인 ‘꼰대’ 세대지만 자기 자녀들은 특별한 존재임을 인정받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밀레니얼 세대가 직면한 세상은 달라졌다는 것이고 그에 합당한 문화를 인정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각 기업과 사회와 국가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어려운 시대를 함께 겪었던 이전 세대들과는 달리 경제적 어려움을 많이 겪지 않았고, 부모를 부양한다거나 자식을 잘 키우겠다는 기성세대의 당연한 꿈과는 거리가 먼 ‘Me’세대인 이들을 향해 인구소멸을 외치며 아이들 낳아야 한다는 지극히 보수적인 인구정책 등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또한 생산성과 경비 절감을 통한 기업의 성장을 위해 독려하는 기업문화 역시 큰 효력을 발생하지 못한다. 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을 받았고,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으며 성장해 왔다. 그 혜택 속에 살았기 때문에 소속된 조직을 위해서라거나 국가를 위해서라고 한다면 ‘누구 좋으라고’라는 말을 불쑥 내뱉을지도 모른다. 이렇다보니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 이직률이 생각보다 높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평생 종사하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깨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4차 산업혁명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유아기 때 스마트폰이 장난감이었던 Me 세대들은 개성을 더욱 중요시하며 샐럽보다는 유튜브 창작자들을 더 선호한다고 하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이들은 인류가 인정한 위인들보다 유튜브 창작자들이 삶의 모델이 된다고 보면 된다. 인류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몇 명의 성인(聖人)의 모델을 만들어 놓고 따르라고 하는 것은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이 아니거나, 하고 싶지 않으면 쉽게 그만두는 이 세대들에게 근성과 근면성을 요구하면서 그들의 태도를 깎아내리거나 그들이 이끌어 갈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볼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소비를 주도하고 있고, 문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 갈 역군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휴식과 여유를 즐기도록 시간을 마련하고, 존재감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기는 등의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고용의 시대에서 스스로 기회를 선택하는 시대로, 지시받는 시대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런 인재들이 있는 곳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활력이 넘친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규칙과 충성을 중요시하는 ‘라떼’적 관습을 고집하고 있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창조는 ‘연결’일 뿐이라고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이 Me 세대는 그들이 가진 새로운 세계관과 접근법을 역사와 기성세대를 배우고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함께 짚어가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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