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오징어 게임’이 대세 중의 대세다. 방송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세계 100개 가까운 나라에서 가장 즐겨보는 콘텐츠 1위로 당당히 선택됐다. 급기야 오징어 게임을 페러디 한 다양한 영상물이 우후죽순식으로 쏟아져 나왔고 영화에 나오는 라면 안주에 착안한 라면상품도 등장했다. 영화에 나오는 ‘깐부’에 급물살을 탄 치킨 프랜차이즈의 신메뉴도 출시되었다. 심지어 설탕에 베이킹 파우더를 넣어 만든 ‘뽑기 과자’는 외국에서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극중 뜻밖의 배역으로 인상 깊은 열연을 펼친 오영수씨를 흉내 내며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우린 깐부잖아~’며 능청을 떨어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 국민들에게 인기를 끈 바탕에는 허를 찌른 전통 놀이들이 영화 전편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타이틀이 된 오징어 게임을 비롯,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뽑기 과자 오려내기’ 등이 이야기의 전개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몰입감과 긴장감을 준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인기를 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비정해진 인간의 잔혹성이 녹아 있는 듯하여 씁쓸하기도 하다. 절박한 이유들을 따로 모아놓았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460억 돈을 위해 헌신짝처럼 목숨을 버리는 군상들도 어이없고 이를 보며 열광하는 전세계 시청자들의 심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제로섬(0~some) 게임의 말들이 벌이는 비이성적인 혈투와 게임에 진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인은 돈을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비정하고 살벌한 현대인의 심리를 묘사한 듯하여 섬뜩하다.
마침 윤석준 씨가 오징어 게임에 숨은 철학적 원리를 설명해 눈길을 끈다. 오징어 게임에서 원은 하늘을, 네모는 땅을, 삼각은 사람을 지칭한다는 풀이는 그 근거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재미있는 추리다.
돌을 던지며 노는 사방뛰기 놀이에는 우리나라 고유 검법의 보법을 적용했다는 학설도 있으니 오징어 게임에 이런 철학이 스며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최후의 일인을 가리는 끔찍한 결투의 장이었지만 이 놀이를 아는 중년 이상,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발랄하고 유쾌한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 게임을 통해 오징어 게임에 생소한 세대와 게임을 아는 세대들 간의 유대감을 넓힐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기에는 조금 과격한 운동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