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발전 단계를 구분 짓는 말로 성장, 쇠퇴, 낙후, 노후 등이 있다. 성장은 경제 규모, 인구 등 도시 지표 대부분이 양적으로 증가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쇠퇴는 한때 전성기를 맞이했던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때보다 못한 상황을 말한다. 낙후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도시 생활 수준이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이고, 노후는 오래되어 낡았다는 것이다. 경주는 이중 어디쯤 해당하는 것일까? 일단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2020년은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직전 해보다 인구수가 줄었던 인구감소의 원년으로 기록되었다. 인구감소는 수도권보다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더 큰 낙폭을 보였다. 경주의 인구감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1999년 경주 인구는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30만을 넘기지 못한 29만1614명을 정점으로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인구가 소멸할 위험지구로 분류되었다. 소멸의 수준을 다섯 단계로 구분했을 때 경주는 가장 소멸 위험성이 높은 단계의 바로 아래인 소멸위험진입 단계로 평가받았다. 경주는 인구 측면에서는 쇠퇴하고 있는 도시가 분명하다. 그렇다면, 쇠퇴 단계로 진입한 도시를 다시 부흥시키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많은 도시에서 도시의 외양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도시의 물리적 환경은 집에 비유할 수 있다. 오래된 집은 낡고 불편할 수 있다. 심각한 경우 붕괴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관리되지 않은 도시환경은 사람들이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래되고 낡은 공간에서도 멋을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여 새로운 곳으로 함께 재창조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경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구는 줄고 있지만, 관광객은 늘어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지역, 대표적인 관광단지와 같은 전통적인 관광산업이 이바지한 바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황리단길과 같은 매력적인 도시공간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멋, 알맹이, 여유의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해 본다. 첫째는 멋이다. 멋진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 멋쟁이들은 한여름에도 긴 소매 옷을 입고, 추운 겨울에도 얇은 옷으로 멋을 우선하는 패션을 강조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기능만을 고려하여 차량 중심의 공간을 만들게 되면, 방문자들의 여유로운 보행을 방해할 수 있다. 최근 황리단길에서 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골목골목으로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멋지고 다양한 볼거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둘째는 알맹이다. 도시공간 리모델링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지방 도시의 가로 정비 사례를 찾아보면 무엇을 위한 공간개선사업인지에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상가 활성화를 위해 만든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깔끔하게 정비만 하였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와서 가게를 구경하게 하고 들락거릴 수 있는 공간적 장치 없이, 길만 깔끔하게 포장하고 가로등만 만들어 둔 사례가 대부분이다. 셋째는 여유다. 매력 있는 곳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비워두는 장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공간들의 쓰임은 사람들에 의해서 창의적으로 만들어진다.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노천 카페로 활용되기도 하고, 월드컵과 같은 운동경기에는 맥주 한잔 마시며 응원할 수 있는 장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기계 공구 관련 업체들이 모여 있는 서울 을지로의 한 골목의 넓은 교차로는 낮에는 공장이 돌아가는 도심 속 산업생태계에서 한 역할을 담당하다가 밤이 되면 노가리와 맥주를 판매하는 젊은이들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인 ‘힙지로’가 된다. 쇠퇴도시를 벗어나 성장은 아니더라도 소멸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주가 되어야 한다. 지금도 경주 곳곳에서는 공간을 만들고 고치는 공사가 한창이다. 알맹이를 가진 멋지고 여유로운 곳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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