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국악을 뿌리내린 장월중선 선생의 가야금병창 보존 및 전승이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 전수교육조교 월은 임종복 명창이 최초로 ‘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 악보집’을 펴냈다.
이번에 발간된 악보집에는 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 전승곡 전곡(23곡)과 임종복 명창이 직접 편곡한 가야금병창(9곡)이 수록돼 있으며, 부록으로 1966년 4월장월중선 선생이 직접 녹음한 가야금병창 고음원을 복원한 가사가 첨부돼있다.
수록곡은 장월중선 창작민요 6곡, 단가병창 4곡, 판소리병창 수궁가, 춘향가, 심청가 12대목(22곡) 등 총 32곡이며 고음원에 복원된 판소리병창은 수궁가와 춘향가 총 10곡이다.
장월중선(1925~1998) 명창은 판소리, 거문고 명인이자 판소리 국창(순릉참봉)을 지낸 장석중(1863 ~1936) 선생의 손녀딸이자, 판소리 국창(혜릉참봉)을 지낸 장판개(1885~1937) 선생의 혈통을 물려받은 우리나라 국악계의 거목이다.
1967년 경주시립국악원을 개원하고 경주에 머무르면서 정순임, 신영희, 안향련, 박계향, 안혜란, 김일구(아쟁), 백인영(가야금) 등 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특히 장월중선 명창 집안은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판소리 명가 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장월중선 선생의 딸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 정순임 명창은 “어머니의 제자인 임종복 선생은 어머니의 맑고 고운 예술혼을 닮은 사람”이라면서 “‘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 가사집’을 내놓은지 얼마되지 않아 ‘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 악보집’이라는 제목으로 전승곡 전곡을 한 권에 담아 세상에 선보여주니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어 “이번 악보집을 통해 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가야금병창의 저변확대는 물론 전통음악의 계승발전에 앞장서는 데 일조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 분야에서 악보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민요나 단가, 판소리 가락 못지않게 가야금 반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음높이, 빠르기, 강약, 시김새, 악곡의 흐름을 소리와 함께 악기로도 동시에 연주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분명한 악보의 필요성이 요구돼 왔던 것.
임종복 명창은 “장월중선 스승님의 업적에 비해 그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예인의 경지를 보여주신 스승님의 소리를 오선보 위에 가두는 것이 역부족일 수도 있다는 걱정도 많았지만 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의 원형 보존과 체계적인 전승에 중요한 역할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이 악보집이 후학들이 가야금병창 소리길을 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학술적 연구에도 보탬이 돼 가야금병창 발전에 작게나마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19호인 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이 지역에 한정된 소리가 아닌 누구나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가야금병창으로 남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종복 명창은 지난달 18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가야금병창 악보집 출판기념 독주회를 갖고, 정순임 명창에게 ‘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 악보집’을 헌정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