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인근 동해안이 쓰레기로 난리 났습니다. 경주 바다가 큰일입니다. 이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지난 9월 초 기자에게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왔다. 제보자는 지난해부터 경주 인근의 해양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틈틈이 바다를 둘러보던 중 최근 심각한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8월 24일 전국을 덮친 태풍 ‘오마이스’로 인해 동해안 일대가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는데 이 해양 쓰레기가 단순히 먼 바다에서 밀려 온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서 기자의 관심을 유발했다. 9월 6일 제보자와 함께 경주 관내 동해안 일대를 돌아봤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몽돌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양남면의 어느 해안. 해변에는 폐플라스틱 통과 스티로폼 박스, 폐그물, 폐어구의 잔해들이 이곳저곳 흉물스럽게 널려 있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반짝이는 돌과 함께 해양쓰레기들도 이곳저곳에서 밀려 들었다. 몽돌 밭에는 해양쓰레기 외에도 통나무와 나뭇가지, 마른 풀들도 잔뜩 밀려와 너부러져 있다. 제보자는 나무나 마른 풀들은 금방 분해되므로 전혀 문제될 것 없지만 폐플라스틱과 폐어구들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콘크리트로 해변을 둘러싸고 테트라포드(파도나 해일을 방지하기 위해 방파제에 설치하는 네 다리 달린 콘크리트 구조물)를 설치한 양북면의 어느 해안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평온한 해안선이 펼쳐져 있을 뿐 특별한 문제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제보자의 안내로 테트라포드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감추어져 있던 해양쓰레기들이 낱낱이 드러났다. 테트라포드 밑에는 역시 폐플라스틱과 폐그물, 폐어구들이 잔뜩 처박혀 있었다. 테트라포드 밑에 이렇게 많은 해양 쓰레기가 몰려 있다는 것은 이 쓰레기들이 멀리서 밀려온 쓰레기가 아닌 근처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라는 의심이 가는 증거들이다. 심지어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 쓰레기더미들이 아무렇지 않게 쌓여 있었다. 비가 오거나 파도가 높게 치면 언제든 떠내려 갈수 있을 정도로 파도치는 해변에 가깝게 붙어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해산물 체취 말라 엄포, 주민들은 쓰레기 버려도 방치 !!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경주시민들과 관광객이 자주 찾는 회 센터가 자리 잡은 감포의 해안. 해안선을 따라 걷던 일행 앞에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들어왔다. 콘크리트 벽 아래 테트라포드들이 덤성덤성한 곳에 주민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들이 잔뜩 너부러져 있었고 심지어 이들 쓰레기를 정기적으로 태워 온 듯 테트라포드에는 검은 그을음이 짙게 배어 있었다. 바로 옆에는 해당 동네 어촌계에서 관광객들을 향해 내건 현수막이 콘테이너로 만든 사무실 외벽에 걸려 있었다. 마을 어장 내 수산동식물을 함부로 채취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였다. 혹시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현수막은 없나 살펴보았지만 그런 현수막은 찾을 수 없었다.
이밖에도 인근 해변 서너 군데를 더 돌아보았지만 역시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당시의 그 모습은 태풍이 지나간 직후와는 하늘과 땅 차이. 태풍이 갓 지난 후에는 해안이 온통 쓰레기처리장처럼 더럽고 지저분했다는 말이다. 태풍이 지난 후 각 면 단위별로 환경정비 작업을 실시했기 때문.
제보자는 여기서 뜻밖의 목격담을 들려줬다.
“파도가 내려치는 와중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쓰레기 더미를 잔뜩 들고 와서는 태연하게 바다에 버리더라고요. 너무 자연스럽게 버려서 잘 못 본 것인가 착각했을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대부분 해양 쓰레기가 먼 바다에서 떠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버린 것이 바다를 떠돌다 도로 해안으로 밀려오는 것이라는 결론이다. 특히 비가 오거나 파도가 높을 때면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는 것. 제보자는 아름다운 경주해변이 이처럼 더럽혀지는데 항구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토했다. 멀리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빨간 등대가 낭만을 더하는 와중에 정작 해변이 폐그물과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더미로 황폐화 되고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더구나 이런 쓰레기들이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는 해안 주변 주민들에 의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1508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