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생물은 40억 년이라고 하는 긴 역사 속에서 적응하고 진화한 3000만 종이 넘는 다양한 생물종이 탄생했다. 이들 생명종은 모두 개성이 있고, 직간접적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지구상의 2/3 이상의 생물종이 사라졌다. 1998년 이래 2년마다 발표되는 세계자연기금(WWF)의 보고서(2020)에 따르면 1970~2016년까지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의 모니터링 개체 수가 평균 68% 감소했다. 반면에 인간에 의한 소비는 지구가 생산할 수 있는 범위는 약 60%를 초과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현재와 같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6개의 지구 자원이 더 필요함을 의미한다.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을 위협한 원인 중 하나는 식량 생산, 산업화를 위한 토지이용의 변화였다. 지구 무빙지대의 75%가 이미 현저히 변했고, 바다는 오염되었으며, 습지대 면적의 85%가 사라졌다. 이와 함께 글로벌 무역 및 소비 확장, 인구 증가, 급속한 도시화, 남획, 오염, 해안 개발 및 기후 위기는 육지와 바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은 생태계 내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다양한 정도, 풍부한 개성과 상호 연결을 의미한다. 생물종 개체군 규모의 변화는 생태계 전반의 건강을 보여주는 척도이자, 지구 시스템 고장의 적색신호를 확인하는 지표이다. 생물 다양성 감소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그것은 첫째, 자연이 보내는 SOS 신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인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류의 삶은 현저하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지구의 운영 시스템이 지닌 안정성을 희생시킨 대가라고도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활동은 숲, 초원, 습지 그리고 다른 중요한 생태계들을 파괴하고, 뭇 생명의 행복을 위협했다. 현재 지구 생명종의 멸종 속도는 자연 상태의 약 100~1,000배에 달한다. 인간은 생태용량(biocapacity)의 초과해 자연 자원을 과용하고 있다. 둘째, 자연과 인간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전 세계 자연 시스템의 인위적 변경은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 측면에서 문명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바다와 강에 사는 물고기, 꿀벌, 작은 새에 이르기까지 야생 동물의 감소는 인류의 영양, 식량 안보, 수십억 명의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 더 늦기 전에 상생의 길로 나서야 한다. 전 세계 국가, 도시(지방정부) 리더들은 ‘회복으로 전환(Bending the Curve)을 시도해야 한다. 기술적·경제적 조치를 넘는 생산과 소비 방식의 전환, 자연의 지속가능한 관리·보전에 관한 혁신적인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6년 전, 유엔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는 생물 다양성 문제 해법이다. 생물 다양성은 SDG 14(해양 생태계), SDG 15(육상 생태계)을 통해 명시적으로 강조되어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목표를 폭넓게 뒷받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물 다양성은 식량 안보와 영양 개선(SDG 2), 깨끗한 물(SDG 6)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는 SDG 내 다수의 목표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은 ‘2030 의제’ 전반을 지탱하는 토대로 간주한다.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은 SDGs가 생물 다양성 해법의 대안임을 강조한다. 일례로 “기후 위기 대응(SDGs 13)은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SDGs 12), 해양 생태계 보호(SDGs 14), 육상 생태계 보호(15)와 연계”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양질의 교육(SDGs 4)과 정의·평화·제도(SDGs 16)는 의식과 행동의 전환, 필요한 제도 수립, 인적자본 확산이라는 생물 다양성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조건과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생물 다양성은 환경 문제를 넘어 생명에 대한 사회적 윤리와 도덕과 관련된 사안이자 도시 지속가능성, 인류의 자기보존(self-preservation)과 연계되어 있다. 생물 다양성은 식량, 섬유, 물, 에너지, 의약품, 유전물질 등을 제공하고 기후, 수질, 오염, 수분 작용, 홍수, 해일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이다. 나아가 인류의 감수성, 신체적·심리적 경험, 영감과 상상력, 정체성 형성 등과 같이 삶의 질과 문화적 온전성(cultural integrity) 유지에 기여한다. 최근 경주국립공원 토함산지구에서 멸종위기 2급 벌매가 발견되어 23개 종의 멸종위기 생물 서식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생물종 다양성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따라서 다 부문적 참여, 상호연계성, 이해관계 조정을 고려한 SDGs 접근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SDGs는 환경·경제·사회의 통합적 관리를 위한 논의 틀과 방법론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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