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남씨 활산(活山) 남용만(南龍萬,1709~1784)은 48세의 늦은 나이에 생원시에 합격하였으나,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학문에 열중하였다. 양친을 모두 잃고 가족을 데리고 경주 명활산의 남쪽 덕계(德溪)로 옮겨와 살면서 자연의 이치와 효행 그리고 선비의 본분을 충실히 행하며 산림처사로 평생을 살았다. 70이 넘어 여러 번 참봉에 추천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고, 정조임금의 구언에 응하여 시무(時務)를 논한 「응지소(應旨疏)」를 올리기도 하였다.
그가 남긴 『활산집』에는 18세기 당시의 경주 모습과 지역 선비들의 교유 정보가 가득하고, 특히 영귀정(詠歸亭), 육영재(育英齋), 애국헌(愛菊軒), 반구정(盤龜亭), 빙허루(憑虛樓), 종오정(從吾軒), 죽와(竹窩), 도목당(道睦堂), 괴시정(槐市亭), 초봉암(招鳳庵) 등 건축물에 대한 기문 기록이 많다.
활산은 한한정(閑閑亭)을 짓고 한가로운 일상을 즐겼으며, 새롭게 십이정(十二亭)을 지어 자신만의 한가로운 세상을 구축하려 하였다. 하지만 늦은 나이와 부족한 경제사정으로 정자건립은 미뤄지고, 부득이 정자의 이름을 먼저 정하고, 훗날 정자의 완성을 기약하였다. 바로 십이정의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십이정의 위치는 대략 엑스포공원 맞은 편 그리고 덕동호수 아래쪽으로 추정된다. 덕계에서 바라보이는 만호봉은 현재 엑스포공원 동쪽 너머에서 토함산 정상 방향으로 뻗어있고, 만호봉 주변에는 거품돌과 희귀 암석 등이 산재해 있는 등 지금은 수몰된 덕동마을 인근에 신라시대에 유리보석을 캐거나 유리를 구웠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송(宋) 소옹(邵雍)의 『황극경세(皇極經世)』「관물편(觀物篇)」에 “1원(元)에 12회(會)가 있고, 1회에 30운(運)이 있고, 1운에 12세(世)가 있고, 1세에 30년(年)이 있다. 그러므로 1원은 모두 12만 9600년이다.”하였고, 거북이가 일원(一元)의 수를 산다고 한다. 거북은 장륙(藏六)이라고도 하며, 네 개의 발과 머리와 꼬리를 숨길 수 있으며, 이는 선비가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시골에 은거함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즉 활산선생은 거북의 영험한 성질과 장수의 의미를 십이정에 투영해 자신의 은거지를 표현하였다.-십이정 기문 - 十二亭記 십이정(十二亭)은 버려진 빈 땅에서 이름하였고, 명활산의 좌측에 육한(六閒:6개월)의 노인이 사는데, 일찍이 육한의 운수는 시를 지어 스스로를 조롱하였다. 대개 노인은 졸렬하였기에 게으르고, 게으르기에 한가로우나, 한가로이 살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습성에 사로잡혀 좌우에 시를 걸어두고 생을 마치는 듯하였다.
거처의 상류에는 두 물이 서로 만나 산을 돌아 지나간다, 그 가운데 넓은 바위가 마치 거북 모양을 하고, 물을 끼고 엎드려 있다. 앞에는 병풍 돌이 있고, 바위면 둘레를 껴안는다. 그 사이에는 작은 못을 이루고, 매번 물이 세차게 넘쳐흐른다. 물가의 세찬 물결이 모래에 부딪혀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물이 맑아 찌꺼기가 없고, 거북이가 물에 떠 보인다. 노인이 기뻐하며 “내 듣기에 거북이는 6가지 감춤이 있다. 이 거북이는 유리산(琉璃山) 만호(㻴瑚) 봉우리 사이에 있고, 잡석[완석(頑石)]으로 몸을 이뤘다. 지나는 자들도 그 완상(玩賞)의 아름다움을 모르니, 이는 진실로 사물의 선한 감춤이다”라 하였다. 마침내 그 등을 치며 “이 돌이 거북 형상인 것은 우리는 사람이지만 거북은 오그라들기에 무릇 거북의 감춤이다.
단단한 껍질이 있는 것 중에 머리[1]와 꼬리[1]와 네발[4]을 거두고 때를 기다려 움직인다. 바로 그 감춘 6개를 풀고 헤엄을 치며 스스로 만족한다. 이미 감추었다가 다시 활처럼 굽은 모양의 둥근 하나의 돌처럼 되었다가 이곳에 6개를 감춘다. 몇 년이 지나도 겁내어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지금은 너의 등에 정자를 짓고자 하니, 너는 행여나 나를 하찮게 여기지 말고, 나의 육신이 너의 6개와 더하면 이는 2, 6이 되므로 12로 정자의 이름을 삼는다. 정자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나 먼저 이름을 명명하는 것은 내가 늙고 생활이 더욱 어려워 세월이 기다려주지 않기에 나는 너와 함께 뒷일을 미리 약속한다”라 하였다.
무릇 12(2×6)는 음양의 일정한 수효를 이룬 것이다. 12소리는 율려(律呂)가 조화되고, 12자리는 방면이 정해지고, 12달은 한 해의 농사를 이루니, 이것은 모두 6음과 6양이 번갈아 짝하는 것이다. 거북이 네가 일찍이 우왕의 아홉가지 원칙을 등에 지고 형상을 보여주며 하도(河圖)와 더불어 안과 밖이 되었으니, 그 영험함은 미리 헤아리고 미래를 알아 하늘의 밝음을 이었다.
나는 지금 먼저 너에게 본받고, 땅이 축시(丑時)에 열린 후에야 나를 만났으니, 이는 아마도 인연이 있는 것이다. 너는 나보다 먼저 운명을 점쳤던가? 몇 년이 지나야 과연 능히 정자를 이루고 나로 하여금 이르게 할 것인가? 또한 나의 아들과 손자 때를 기다려 나의 뜻을 이을 것인가? 나는 장차 너의 등골뼈로 거북점을 쳐서 그 상서로움을 관찰할 것이다. 너는 곧 길흉의 도모를 돕고 그것을 따라 거역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너의 장수함은 장차 12회(會) 1원(元)의 수를 사니, 그것은 능히 1이 66의 이름을 얻는 때가 되니 이 노인을 기억하고 살펴야 할 것이다.
너는 진실로 그 처음과 끝을 예언하니, 바로 나의 시 외우기를 다시 명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