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하면 사계(四季)가 바로 떠오른다. 사계는 ‘화성과 인벤션의 시도’라는 바이올린협주곡집에 실려 있다. 당시에는 12곡을 한권으로 출간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고전주의를 거쳐 낭만주의에 이르러서는 작품의 길이가 길어져서 1곡 1악보가 원칙이 되었다. 하지만 바로크시대의 작품은 길지 않아 12곡으로 악보 하나를 구성한 것이다. ‘화성과 인벤션의 시도’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12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들어있는데 이중에서 1번부터 4번까지의 작품이 바로 사계다. 바로크음악은 초기 이탈리아에서 후기 독일로 중심지가 이동했다. 비발디(A.Vivaldi/1678-1741)는 이탈리아 사람이지만 바로크 후기에 활발히 활동한 음악가이다. 그의 음악사적 평가도 사계와 관련이 깊다. 알다시피 사계는 바이올린협주곡이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이 협연하는 작품은 아니다. 바로크시대에는 코렐리(A.Corelli/1653년-1713년)가 창안한 합주협주곡(콘체르토 그로소/concerto grosso)이 유행이었다. 즉, 독주군(콘체르티노/concertino)과 합주군(리피에노/ripieno)의 협연이었다. 규모도 10여명에 불과했다. 비발디의 사계는 이러한 합주협주곡이 독주협주곡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즉, 바이올린 독주연주자가 10여명의 현악기 앙상블과 협연하는 형식인 것이다. 비발디의 사계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건 아무래도 ‘이 무지치(I Musici)’와 나이젤 케네디(N.Kennedy/1956-)의 공이 크다. 명실상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실내악단 ‘이 무지치’의 1959년 데뷔음반이 바로 ‘사계’다. 이 음반은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비발디와 바로크 음악을 유행시켰다. 이후 ‘이 무지치’는 리더가 바뀔 때마다 사계를 녹음하여 화제가 되었다. 나이젤 케네디의 섹시한 연주도 ‘사계’의 유행을 한 몫 거들었다. 그는 펑크 머리에 가죽점퍼, 그리고 군화를 신은 파격적인 복장으로, 마치 로커처럼 연주한다. 이 영국출신의 클래식 이단아가 2004년 출간한 ‘사계’ 음반은 전 세계에서 약 200만장이 팔려 클래식 부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비발디는 엉뚱하게도 관광의 아이콘이다. 사계를 작곡한 비발디는 몰라도, 비발디 이름이 붙은 콘도는 누구나 안다. 콘도 이름에 비발디를 차용한 이유는 당연히 사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어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면 어느 숙박업자가 싫어하겠는가? ps.비발디는 베니치아 출신이고, 빨간 머리의 신부였다. 비발디 장례식에 노래를 부른 성가대원 중의 한 사람이 바로 하이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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