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된 ‘모가디슈’라는 영화는 소말리아 내전속에 고립된 외교관들이 탈출하는 숨막히는 상황을 긴장감 있게 묘사한 영화로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본 사람들의 만족도가 큰 것은 스토리 전개가 리드미컬하고 고증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배우들의 열연, 특히 조인성 씨의 매력이 돋보인다는 극찬이다. 모가디슈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는 최근 세계적 관심사가 된 아프카니스탄 정세와 교묘히 맞물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말리아와 아프카니스탄은 두 가지 면에서 흡사하다. 서구열강들의 침략으로 국가가 피폐해졌다는 것. 자국 권력자들이 열강의 대리전을 치루듯 서로를 향해 극악한 총질을 가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아프카니스탄 수도 카불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1994년의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판박이인 셈이다. 그 결과로 생겨난 너무나 가슴 아픈 공통점 하나가 더 있다. 25년의 차이를 두었지만 두 나라 국민들의 대탈주로 엄청난 수의 난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말리아에 남은 국민들은 거듭되는 기아와 내전으로 수백만 명이 죽었다. 아프카니스탄은 구소련을 몰아내기 위해 13년 동안 무려 2백만 명이 죽었고 500만의 난민이 발생했다. 미국과는 9·11테러라는 재앙적 사건도 일으켰고 그 결과로 다시 미국에 의해 탈레반정권이 무너졌다. 20년 만에 다시 미국을 몰아내고 탈레반이 집권한 지금 아프칸 국민들의 대탈주 러시는 소말리아에서 본 똑 같은 재난을 미리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와 무하마드, 하느님과 알라가 이 모습을 본다면 그와 관련된 이들에게 눈곱만큼이라도 천국을 허락할지 의문이다. 지난달 26일 강정근 씨가 모가디슈를 본 감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소말리아 탈출 당시의 외교관들이 보여준 인간적인 갈등과 동포애, 스릴 등을 잘 묘사한 영화를 보면서 한국영화가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뿌듯해 했다. 마침 이날 우리나라 공군기가 378명의 아프카니스탄 국민들을 보호해 실어왔다. 모가디슈에서는 우리 외교관들만 탈출해 왔지만 카불에서는 우리에게 우호적인 아프카니스탄 국민을 실어오면서 외교적 신뢰를 보여주었다. 25년 사이에 영화의 품격만 올라간 것이 아니라 우리 국격도 크게 높아진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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