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말이 있다. 누구든 처음부터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범한 사람은 없다고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비밀의 숲’에도 비리와는 거리가 멀 것 같던 한 검사의 몰락하는 과정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었다. 항상 그렇듯 시작은 단순한 식사 한 끼였으며 이 정도는 괜찮다는 스스로의 그릇된 자기합리화가 한 겹, 한 겹 자신의 양심을 덮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하는 모습이 잘 그려졌다.
공직, 특히 해외 원전수출 업무를 수행하는 우리 조직 또한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상대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작은 부분에서 청렴의 습관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모든 회의는 간결하게 하여 사적인 모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불가피한 식사의 자리라 할지라도 동석하는 협력사에 식사를 제공할지언정 이를 부담케 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실질적인 계약 및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다양한 회사 내규와 절차들을 통해 부패위험성을 원천 차단함과 동시에 구성원의 의식 함양을 위해 직간접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원전세일즈를 하는 우리 기업과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곧 신뢰성, 안보성, 법치성 등 모든 무형의 자산을 포함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나타내며 결국 우리의 얼굴이 된다. 일례로, 최근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신규원전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러시아, 중국과 같은 국가의 유수 기업들이 기술적 측면이 아닌 안보적 측면의 심사 단계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시고 있다. 단순 개인의 비위행태를 넘어 한 사회가 공유하는 청렴의식과 투명성이 결국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는 무형의 자산이 되며 향후 세계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능케 하는 자양분이 되는 셈이다.
2021년 국정감사가 목전에 있다. 비리와 청렴을 논하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겠지만 최근 부동산 이슈, 입시비리 등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화두가 재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경제지표는 이미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가리키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청렴의식 또한 그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 변화를 위한 진통이 있더라도 우리 공직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분명하다. 청렴이 곧 자산이라는 사실을 주지하며 작은 것에서부터 청렴의 자세를 견지하여 안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밖으로는 여러 경제활동에서 승전보를 울리는 청렴 선진국으로의 비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