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소금강산 아래 행복만당 서화평생교육원을 운영하며 전통문화서예술 계승 및 후학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는 도홍 김상지(32) 원장. 자신이 긋는 획들은 근거가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미, 즉 아름다움은 보편타당한 예술을 할 때이다. 컴퓨터를 교재로 사용하고 키보드를 이용해 과제하고 프린트물로 과제를 제출하는 시대적 변화로 직접 필기하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는 김 원장은 성인이 되어 어느 날 서명을 하며 바르지 못한 글씨체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모습에 어릴 적 글씨의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자 오늘도 노력한다. -코로나19 상황에 서예가의 길을 걸으며 힘든 점과 행복한 점?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단, 대한민국 서예계를 이끌어갈 후학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힘들 뿐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서예가의 길을 걸어감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경기가 어려워 먹고 살기에 급급했습니다. 요즘에는 모두 집에 머물며 생활하다보니 각자가 마음이 조금 아프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문화센터, 주민센터 등이 문을 닫으면서 오히려 서예학원을 찾는 발걸음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체 활동 보다는 개인 활동이 중심인 요즘 혼자서 무엇인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전통서예에 관심을 갖고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유치원, 초중고, 일반인, 노인들이 서예활동을 하면서 정신적, 사회적으로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은? 유치원은 앞으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년기에 붓을 잡아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 사명감, 자부심이 남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인성교육을 함께 진행함으로써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 자랑스러운 인재로 발 돋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장 중요한 첫 교육입니다. 초중고 학생 때의 서예교육은 바른 인성과 더불어 정서적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핸드폰 모든 것이 분, 초로 시시각각 변하는 삶에 쫓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쫓아만 갈 순 없습니다.
한 번씩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있어야 합니다. 한 번씩 뒤를 돌아보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들어주는 시기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바쁜 직장 일상 속에 어쩌면 나의 진정한 모습(자아)을 잃은 채, 아니 잃고 사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그 삶속에 잊고 살았던 나의 내면 안에 자아를 끄집어내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삶의 활력소가 되어 힘든 일상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선물해 줍니다. 더불어 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지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노인들이 서예활동을 하며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은 자존감을 되찾는 것입니다. 일생을 다 바쳐 자식농사 잘 지어놓았더니 남아 있는 것은 내 몸 하나밖에 없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이토록 달려왔는가? 회의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럴 때 서예활동을 통해, 공모전 참여, 전시회참여를 통해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내가 세상을 위해 쓸모가 있다고 느끼도록 도와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 초중고 일반인 노인들 모두가 해당되겠지만 서예활동은 물질적 노예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활동입니다. 항상 좋은 말을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며 붓을 잡고 글을 쓰면서 조금씩 정신적인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돈과 명예 부귀영화에 집착하지 않고 소소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변화시켜줍니다.-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특별히 활용(사용)하는 방법? 서예는 머리로 이해해서는 남에게 절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저만의 장기? 특기? 라고 한다면 쉬운 말로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더 나아가서 그 나이에 맞게 용어를 써가면서 지도합니다. 붓 대신 온 몸을 이용해 액션을 취해가면서 지도를 합니다. 그러면 이해도 빠르고 재미있고 흥미롭게 바라봅니다. 저는 서예에서 제일 기초가 되는 역입, 중봉, 회봉, 이라는 용어를 온 몸으로 설명합니다. 효과가 아주 뛰어납니다. 특별히 하나 더 노하우를 공개하자면 내가 쓴 글씨를 보지 말고 글씨 외에 나머지 공간을 보라고 지도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공간을 보며 글씨의 비율을 맞추면서 써내려 갑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아무나 안 알려주는데... 아이의 실수 보다 잘 된 점을 찾아서 무한 칭찬 무한 격려해줍니다. 그 어떤 약보다 치명적인 약이 칭찬과 격려입니다.
-덧붙여 하고 싶은 말은? 서예교육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인 ‘서예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에서 1주일 한 번이라도 서예를 지도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게 어렵다면 1교시 시작 전 0교시에 인성교육의 방편으로 서예를 지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성장기에 인성이 바로 잡히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 잘하고 서울대를 나와도 하버드대를 나와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곳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경주는 전통문화서예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서예인성교육을 하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조금씩 잊혀져가는 전통문화서예술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경주에 살고 있는 모든 아이들이 서예를 한 번이라도 경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공간을 마련하여 후학양성에 사명감을 가지고 뚜벅뚜벅 소의 걸음처럼 걸어가겠습니다. 경주서화평생교육원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천년고도 경주에서 전통서화계승발전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도홍 김상지 선생과 여러 제자들이 뜻을 모아 3년 전에 설립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서예, 캘리그라피, 바른 글씨(악필교정)를 통해 느림의 미학을 선물하고 지역민들에게 서예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는 단체이다. 대학·대학원에서 서예 캘리그라피를 전공하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학고재 캘리그라피 전문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