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그침이 없다. 경주에서 이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은 기억에 없다. 풀잎에 앉은 청개구리가 자주 눈에 띈다. 이놈들은 참 멍청하다. 사람이 다가가도 경계를 하지 않는다. 손으로 쥐어도 그러려니 하고 내맡겨버린다.
지금까지 왁자지껄 무논의 개구리 소리처럼 많이 시끄러웠으나, 내년 3월 9일의 대통령 선거 윤곽이 거의 잡혔다고 본다. 내가 오래 전부터 예측해온 대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파전이다.
여권의 대통령 후보로 나온 분들이 모두 훌륭하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없지 않다. 민주화가 대세를 이룬 이후 대선에서 현 대통령과 같은 진영의 후보자가 당선된 경우 그것은 당시의 정부와 차별화되는 다분히 정권교체의 성격을 가진 것이었다. 김영삼, 노무현이 그랬고, 박근혜가 그랬다. 그럼에도 여권의 유력한 후보 중 이낙연, 정세균 의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숭배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하였다. 이것은 전략의 실패다. 이낙연 후보가 그동안 이재명 후보를 향한 맹렬한 공격으로 점점 세를 얻었으나, 이제 여기까지라는 거의 확실한 징후가 자리잡았다. 앞으로 그에게 내리막은 있어도 오르막은 잘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야권에서 최재형 후보는 그 걸출한 인품, 뛰어난 자질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타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정치의 기본은 사람을 모으는 능력에서 출발하는데, 최 후보는 그 능력을 타고나지 못한 듯하다. 한편 홍준표 후보, 유승민 후보도 산전수전 다 겪으며 노련한 정치인으로 풍채를 갖추고, 더욱이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이 쌓여 전반적 식견이 다른 야권 후보를 압도한다. 하지만 한 가지만 생각해보자. 이 두 분이 나와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겠는가? 홍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인품을 주로 소위 ‘형수 욕설’과 관련하여 공격하며 자신은 그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나, 그는 이재명 후보가 갖는 뚜렷한 기득권 구조 청산의 역사적 대의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홍, 유 두 분이 야권 후보로 나와서 이재명 후보를 이길 가능성은 미안한 말이나, 전무하다고 본다.
야권에서 정권교체를 꿈꿀 수 있는 후보는 그래서 윤석열밖에 없다. 윤 후보가 토론을 못할 것이라고 여야간에 자꾸 선제공격을 가하나, 내가 보기에는 윤 후보가 토론회에서 홍, 유 두 후보건 나중의 이재명 지사와의 본선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토론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지배력에서 윤 후보의 눙력은 대단히 뛰어나다. 물론 이재명 지사가 갖는 탁월한 임기응변력도 앞으로 볼만한 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 20일자 갤럽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윤 후보에게 의미심장하다. 과거 그의 뒤를 받쳐주었던 중도층의 이탈이 확연해졌다. 이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는 최근 들어 캠프의 조직을 확대하며, 명망가와 보수층 인사들로 거의 채워넣었다. 겉모습은 화려하나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부 민주당 출신이 있기는 했지만, 국민에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인물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후보가 정권교체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중도층의 민심을 상당부분 끌어와야 한다. 지금 그에게는 빨간 경고등이 계속 신호음을 울리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 벌어질 용호상박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기다린다. 두 사람이 각기 정당의 공천자로 확정될 때 두 사람은 족쇄가 풀린다. 이 후보도 더 이상 대깨문 따위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보다 확실히 내세울 수 있다. 윤 후보의 경우 그동안 당내 헤게모니를 쥐지 못한 데서 오는 열패감은 완전히 사라진다. 그의 과감한 포용력, 거침없이 나아가는 리더십을 발휘할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게 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다. 두 사람이 벌일 쟁패의 과정에서 우리는 지난 10년간의 무기력하고 암울했던 정치판이 새로운 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광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시골에 묻혀 사니 남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내 눈에는 보이기도 한다. 밖에 나가보니 비를 맞으며 청승스럽게 청개구리 한 마리가 생각에 잠겨있다. 그 청개구리가 갖는 외롭고 소박한 꿈을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