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 오래 전에 이렇게 정확하게 세상을 내다볼 수 있었을까? 과학적 사고로 미래를 내다보는 책들이 자주 출판되었지만 미국의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가 쓴 ‘제3의 물결(The Third Wave)’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세상을 예상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이 1980년인데 40년 넘게 지난 지금 책에서 예상한 다양한 사회현상들이 판에 박은 듯 현실화되고 있다. 500여 개의 세밀한 소재로 구성하여 각각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제3의 물결을 단적으로 규정하면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한 ‘정보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촘촘하게 보급되고 개인용 컴퓨터(PC)는 물론 손안의 컴퓨터이자 만능 기계라 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이 대중화된 2021년 지금은 그야말로 정보의 거센 물결이 휩쓸고 있음을 실감한다.
나는 이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 ‘탈대중화’라 보았다. 제2의 물결에서 양성된 산업화는 획일적이고 대량적인 생산과 노동문화를 추구했지만 정보화시대는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성이 사라지고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가 일반화 된다는 것이다. 대량생산이 감소한다는 부분에서는 아직 의심스럽지만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생산양태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되었다. 맞춤 상품, 핵가족을 뛰어넘은 1인 가구의 급속한 확산, 재택근무의 일반화 등은 더 이상 대중을 위한 가치가 최선이 아님을 증명하는 현상들이다. 우발적이긴 하지만 최근 발생한 신종 플루, 메르스, 코로나19등 국제적인 전염병들은 탈대중화를 가속화 시킨 요인이 됐다.
그런 만큼 일선 교육의 방향도 이에 맞추어 달라져야 한다.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에서 언제까지 ‘거름지고 장에 가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유지되어야 할까? 안타깝게도 세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교육환경은 엘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을 쓴 1980년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으로 명문대 중시의 사고, 의사 판사 검사 등 이른바 ‘~사’를 양성하는 학과의 편중은 아직도 80년대와 다를 바 없고 무턱대고 대학, 그것도 수도권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탈대중화 시대 지방교육의 부실과 급속한 지역갈등을 유발했다. 더구나 고도성장이 멈추고 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해외로부터 값싸고 전향적인 인력들이 대거 유입된 반면 구조적으로 고도성장이 멈춘 2000년대 대한민국은 대졸 실업자를 대거 양산하며 청년실업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우리 문화고등학교는 진학지도 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학생의 장래를 내다보는 쪽으로 조언한다.
무조건 대학에 가는 것보다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전문대학으로 유도하고 일반이 선호하는 학과보다는 미래 가치에 역점을 둔 학과를 권하는 식이다.
이제는 어렸을 때부터 잘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지원하는 교육방식과 제도가 필요하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신나는 재미있는 일들이 있고 얼마나 기발하고 창의적인 직업이 있는데 진정한 정보화 시대 교육이라면 그런 일들을 체계적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러나 현행 교육은 이런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지금도 역주행 중이다. 학교에 학생들을 붙들어 두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공부시키는 교육방식은 탈대중화의 거대한 물결이 밀어닥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역행이다.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학교만의 물결’에 밀려가면서도 학생들에게 늘 미안하고 안타깝다. 언제까지 우리 학생들이 개성을 잃은 채 이런 입시지옥에서 사육되어야 할까?
이런 이유로 인해 ‘제3의 물결’은 학생들에게도 권하고 싶지만 교육을 주도하는 정책입안자들과 일선 선생님들께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세상은 제3의 물결을 넘어 제4의 물결로 가고 있는데 학교 교육은 아직도 산업화 시대라는 제2의 물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참고로 ‘제3의 물결’은 사실 매우 어려운 책이고 양도 엄청나게 많은 책이다. 워낙 많은 레퍼런스(reference)로 구성되어 있어서 각 레퍼런스 별로 해당 분야의 지식이 없거나 부족할 경우 이해하기 힘들고 벽에 부딪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책을 통독하기보다는 관심 가는 분야를 찾아서 한 편씩 읽는 방법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