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인문정신의 통합’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애플을 따라 잡으려면 인문학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이공계열의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나라 원자력에너지 기술개발의 산 증인들이고 앞으로 미래형 혁신원자력 기술개발에 국민적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1일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일원에 들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 개발을 위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착공식이 있었다. 그러나 연일 폭염 가운데에서도 착공식 당일에 감포읍 주민 400여명은 연구소 건설 반대집회를 열었다. 국무총리와 경주시장 등 주요 인사들은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원자력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가장 안전한 에너지로 지구온난화로부터 세계와 인류를 지키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지역주민들과 원자력연구원 양쪽 모두가 경주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왜 이런 일들이 원전소재 지역 주민들과 국책사업이 이루어지는 곳마다 물리적 저항이 일어날까? 한 마디로 말하면 올바른 소통과 경청을 통한 국민적 공감대와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통(疏通)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다른 의미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을 말한다. ‘에너지전환정책’이라는 거창한 화두 앞에 몇 년간 끊임없는 탈원전 논쟁이 있었다.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은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안전성, 경제성, 주민수용성’에 대한 이견은 없을 것으로 안다. 문제는 서로에 대한 소통과 공감이 부족할 따름이다. 원자력에너지의 논쟁을 풀어 가는데 각 개인이 갖고 있는 가치관과 세계관도 중요하지만 전문가와 과학자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더 중요하다. 찬핵, 반핵, 탈핵, 안핵(안전한 핵)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을 듣는 경청도 엄청 중요하다.
경청(傾聽)은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서 90%는 관심이 없다. 그 만큼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으려하고 자신의 이야기만 강요한다. 경청은 상대방의 말의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을 말한다. 경청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정보공유와 공감(수용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경주 감포읍에 들어설 소형모듈원자로(SMR)실증시설과 관련해서 국민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전달해야 한다. 물론 원자력과 관련된 용어가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쉽게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진실된 마음으로 지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공감(共感)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기분을 말한다. 공감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당신 이야기만 하지 말고 맞장구를 치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타파 하라. 대부분의 이공계열의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들이 있다. 전문성, 과학성에 근거해서 자기주장을 강하게 주장한다. 물론 과학적 연구와 통계를 무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타인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하는 공감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대부분 이공계열의 사람들은 단답형을 좋아한다. 민원 현장에 있는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은 정서적 유대감을 더 좋아한다. 함께 상생하려고 한다면 그 지역 의 역사와 환경, 생활상, 주민들의 성격, 습관, 필요성, 요구조건 등등 세밀하게 검토하고 자주 만나야 한다. 공감은 사무적이고, 과학적인 논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감은 함께 울고, 웃고 하는 인생의 희로애락이다. 원자력에너지의 과학적 안전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질 그릇 같고, 연약한 존재들이고, 실수할 수 있는 미완성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 같은 자연재해 앞에 겸손해야 할 것이다.
소통과 공감은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요즘 같이 유튜브, 카톡, 페이스북, 밴드 등 정보전달 매체가 풍부한 이때에 대화란 인간의 의사소통 중에 가장 기본이다. 순수한 사람은 소통도 잘한다. 자연친화적인 사람이 소통도 잘한다. 사람에 대한 연민의 정이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소통을 잘한다.
소통이 안 되면 어떤 현상들이 나타날까? 화가 난다. 미움이 생긴다. 질투와 시기가 생긴다. 화합이 안 된다.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관계가 끊어진다. 소통이 잘 되면 어떤 현상들이 나타날까? 모든 것이 예쁘게 보인다. 칭찬하는 마음이 생긴다. 배려심이 생긴다. 화합이 잘 된다. 일의 능률이 극대화되고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장기적인 비전과 원자력에너지의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소통과 경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사형통의 축복을 받기를 원한다면 ‘서로 사랑하는’ 소통과 경청,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을 잘 듣는 것이 진정한 소통과 상생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