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내년에 30년을 맞는 경주벚꽃마라톤대회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명분도 없을 뿐만 아니라 편의주의적인 행정 처리로 밖에 보여 지지 않는다. 1992년부터 매년 경주에 벚꽃이 피는 시기인 3월말 또는 4월 초에 경주시와 일본 요미우리신문 서부본사가 공동주최해온 경주벚꽃마라톤대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마라톤대회로 평가받았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적잖은 기여를 해왔다. 경주시가 내년부터 벚꽃마라톤대회를 폐지하기로 한 것은 장시간 교통통제에 따른 극심한 교통체증 유발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민원이 많아 민원해소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경주시의 결정은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4일까지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여 진다. 설문조사에는 301명이 참여했고 ‘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응답이 114명(37%), ‘변경해 개최해야 한다’ 60명(19%), ‘중단해야 한다’ 127명(42%)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로 경주시가 폐지를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중단해야 한다’는 것보다 ‘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응답과 ‘변경해 개최해야 한다’는 응답이 58%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벚꽃마라톤대회 자체가 없어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이통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개최 49%, 변경개최 23% 등으로 나타났고, 체육회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개최 62%, 변경개최 24%일 정도로 벚꽃마라톤대회를 어떻게든 존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주시는 이러한 의견을 외면하고 30년 역사의 경주벚꽃마라톤대회를 폐지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특히 경주시가 대회기간 교통체증으로 인한 시민과 관광객들의 불편을 사유로 대회를 폐지한다는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치고 복잡하지 않은 곳이 없다. 주요 역사문화관광지에는 차량 출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는 곳도 있으며 입장을 하려면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주벚꽃마라톤는 2~3일 동안 계속 열리는 대회가 아니다. 하루 종일 대회가 열리는 것도 아니고 오전 일찍부터 시작해 오후 이른 시간에 대회가 끝난다. 길게 잡아도 6~7시간 안에 끝나는 대회를 두고 교통체증으로 인한 원성이 많기 때문에 개최하지 않는다고 하면 앞으로 경주에서는 어떤 행사도 개최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국과 전국각지에서 경주벚꽃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경주에 와 대부분 이틀이상은 머물고 간다. 마라톤대회뿐만 아니라 경주의 아름다운 벚꽃을 만끽하기 위해 참가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지역경제 효과에도 당연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경주시는 교통체증 민원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소통하며 협조를 구하고, 경주방문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한시적으로 외곽에 주차공간을 만들어 유도하고 도심과 벚꽃이 피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넉넉히 편성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또 일본 요미우리신문 서부본사의 불참에 대해서도 이제는 깊이 생각해 볼 때라 사료된다. 매년 신문사에 2000만원의 홍보비를 지원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일본에서 참가하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참가하는 것은 여러 가지 국제적인 정세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지켜보는 것이 낫다고 본다. 경주시는 이번을 계기로 여러 나라에서, 국민들이 축제로 참여할 수 있는 경주벚꽃마라톤대회로 발전시키는 데 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경주벚꽃마라톤대회는 그동안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성장해 왔다. 지역 기업들의 후원과 자원봉사,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폭넓은 봉사 등 관, 경, 민이 함께 치러내 전국에 경주의 넉넉한 민심을 퍼뜨렸다. 좋은 대회를 좋은 기억으로 쌓아간다면 차후에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경주시가 지난 30년 동안 성공적으로 개최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경주벚꽃마라톤대회를 폐지한다면 이는 ‘이런저런 사유로 불편하고 우려되니 하지 말고 보자’는 식이라고 밖에 보여 지지 않는다. 경주는 대한민국 속에 경주가 아닌 세계 속에 경주가 되어야 한다. 경주시는 매번 세계 속의 역사문화관광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제대로 된, 경주를 대표하는 행사하나 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경주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보지도 않고 벚꽃마라톤대회를 폐지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분명히 명분이 없었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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