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형 모듈 원자로(SMR)의 연구·개발을 주도할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지난달 21일 착공했다.
꿈의 원자로라고 일컫는 SMR의 연구·개발 전초기지가 될 연구소는 2025년 말 준공 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면 한국만의 독자적인 소형 및 초소형 원자로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본지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성 사업을 이끌고 있는 우상익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연구기반조성사업단장을 만나 연구소의 기능과 역할과 향후 기대효과 등을 짚어봤다.
우 단장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수출용신형연구로사업단 운영지원단장, 방사선과학연구소 연구로개발단장 등을 거쳐 지난 2019년 8월부터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성 사업 책임자로 활동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게 되는지?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원자력 이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혁신원자력 기술의 연구개발부터 실증, 관련 기술의 산업화까지 전주기 R&D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이 대형 원전의 신규 건설을 통한 전력 생산 증대 일변도의 기술추격형 R&D에 머물러왔다면, 이제는 소형 원자로를 통한 원자력의 활용 분야 확대와 안전·환경 중심의 미래선도형 R&D로 전환해야 할 때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대형 상용 원전 중심의 R&D를 주로 수행해온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 본원과 달리 해양, 우주, 극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의 개발과 실증, 빅데이터, 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 무인화, 지능화 등 원자력 안전역량 혁신기술 개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술 고도화와 원전 해체 핵심기술 개발 등 원전 등 원자력 시설이 집중된 동경주 지역에 특화된 지역 연계 원자력 산업 현안 기술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연구소 내 핵심연구시설인 SMR(소형원자로) 실증시설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한다면?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대부분 전기출력 1000~1400MW(메가와트)의 대형 원전인데 비해 SMR은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이다.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냉각재펌프 등 주요 기기가 크고 작은 배관으로 연결된 기존 원전과 달리 이 기기들이 모두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들어가는 일체형 원자로이다. SMR은 배관 파단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을 크게 높인 것은 물론, 공장에서 제작된 원자로 기기들의 현장 조립이 가능해 호기 당 건설비용이 적다. 하지만 무엇보다 SMR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500여기에 달하는 500MW 이하 노후 원전과 노후 화력발전소를 대체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고, 전력 생산 외에도 수소 생산과 수소 환원 제철, 해수 담수화, 초대형 선박과 극지 탐험 및 우주 탐사용 동력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전기출력 수십 메가와트 규모의 초소형 SMR 원자로를 이용해서 기술을 실증하는 순수 연구개발 시설로, 상시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SMR 관련 우리나라의 현재 기술 수준은, 그리고 세계적인 상황은 어떤지? 우리나라는 1990년대 대형 원전 관련 기술 자립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은 뒤 일찌감치 소형 원자로 개발에 뛰어들었고, 지난 2012년 SMART(스마트) 원자로에 대해 중소형 일체형 원전으로는 세계 최초로 인허가를 획득하며 주요 원자력 선진국을 제치고 이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주춤하는 사이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캐나다 등 각국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2035년경 39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세계적으로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원자력 기술 종주국인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SMR 개발 등 차세대 원자로 기술 연구에 7년간 32억 달러(약 3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원자력계도 미국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가진 만큼 목표한 대로 2025년 말까지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완공하고, SMR 기술 실증과 상용화를 통해 새롭게 열릴 SMR시장에 하루빨리 진출해야 한다. 아직 늦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현재 방사성 물질 발생 등을 이유로 반대여론이 있다. 또 감포읍 주민들은 정주시설 지역 내 조성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실 말씀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일부 방사성 물질을 사용하겠지만 순수 R&D 시설이어서 그 양이 많지 않고 모든 과정에서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엄격히 따를 뿐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와 관련 기관의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므로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앞으로 환경단체는 물론 지역민들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연구소 건설과 운영 등 사업 수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신뢰를 쌓아나가면 자연히 풀릴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감포읍 주민들이 연구소 직원과 가족이 거주할 정주시설을 감포읍 내에 건설해줄 것을 원하고 있는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정부출연 공공기관으로 자체적으로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성공적으로 구축되고 이에 발맞춰 지자체 및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해 학교와 병원, 도로 등 기반시설이 확충돼서 연구소 직원들이 살고 싶은 환경이 마련되면 굳이 멀리서 출퇴근할 필요 없이 연구소 주변에 주거 공간을 마련할 테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지역주민들의 희망대로 이뤄질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지난 7월 21일 연구소 착공식 이후 준공까지 어떤 절차가 남아 있는지? 지난 7월 21일 착공식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원자력 관련 행사에 국무총리께서 참석해 주셔서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됐다. 혁신 원자력 기술 개발에 일관되고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앞으로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본격적인 건설단계를 앞두고 있다. 연구기반시설과 연구지원시설, 지역연계시설 등 총 16개 시설 구축계획으로 부지 정지 공사를 시작으로 지역 연계성이 가장 높은 교육훈련시설 1개 건물을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이어 전체 단지에 대한 본 공사가 순차적으로 착수돼 2024년 내에 일반시설을, 1년 뒤인 2025년 말까지 원자력 시설을 준공해서 전체 단지를 완성할 계획이다.-향후 연구소가 본격 가동되면 경주시와 국내에 미칠 경제적 및 긍정적인 효과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전체 면적이나 가용 면적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 본원에 버금가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원자력 연구개발 시설이 될 것이다. 원자력은 다른 어떤 과학기술·산업 분야보다도 산·학·연 간의 연계도가 높은 분야로, 한수원과 원자력환경공단, 원전현장인력양성원, 양성자가속기 등 이미 지역에 위치한 원자력 관련 기관들에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가세하면 원자력 연구·실증·산업화의 전주기 기술 생태계가 완성돼 경주가 명실상부한 국내 원자력 기술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믿는다. 원자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원전산업이 상당 기간 침체를 겪었지만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후변화 대처방안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대한민국 원자력 기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SMR 등 혁신원자력 기술을 통해 다시 한 번 활짝 꽃을 피울 것이라고 믿는다. 대한민국 원자력이 다시 한 번 날아오를 때 경주가 그 자랑스러운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국내 최고의 시설에 인재가 모이고, 이 인재들과 협업하고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관련 기업의 집적지 역할도 기대된다. 아울러 지금은 휴가철을 빼면 초저녁만 돼도 인적이 드문 감포와 동경주 지역이 정주인구 유입과 유동인구 증가, 양질의 일자리 증가로 사람 소리로 시끌벅적하고 상권이 되살아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끝으로 경주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경주시민은 국내 어느 지역보다 원자력 기술과 원자력 시설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많은 분들이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목표로 하는 가치인 혁신원자력 기술 개발을 통한 원자력 신시장 선점과 국가 신성장동력 창출, 지역경제 동반 성장이라는 지향점들을 잘 이해해주시리라고 믿는다. 대전의 경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80년대 초반 서울서 대전 대덕연구개발단지로 이전한 이래 지난 40여년 간 정부와 민간연구소들이 잇달아 생겨났고, 원자력연구원이 맏형 노릇을 하며 대덕연구개발특구라는 상전벽해에 가까운 변화를 이뤄내고 이에 발맞춰 대전의 지역경제도 눈부시게 도약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임직원은 이 같은 성공과 지역 상생의 DNA를 공유하고 있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타지에서 굴러들어온 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새로운 식구로 따뜻하게 맞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애정을 가지고 조금만 긴 호흡으로 지켜봐주시면 대전에서 그랬듯 감포와 경주에서도 훗날 지역사회 발전을 앞장서 이끄는 자랑스러운 일원이 돼 성원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