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maker)라는 용어는 얼핏 들으면 매우 단순하다. 메이커는 공방의 의미를 가졌지만 1990~2000년대를 풍미한 DIY(Do-It-Yourself) 문화의 확대 개념이다.
이 메이커 운동은 완전한 형태의 메이커라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재료를 조립하고 칠을 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신선한 열풍이었다. 여기에 컴퓨터와 AI 기술을 활용한 3D 프린트, CNC(컴퓨터 수치제어) 장비들이 기술과 함께 일반 대중에 보급되면서 새로운 개념의 메이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웹사이트에 공개되는 공개 소스(open source)는 관심만 있으면 소비자 위치에 머물러 있던 일반대중들이 전문가 수준의 빅 데이터·AI기술 활용, 금속가공, 목공예, 제과제빵이나 기타 수공업 형태의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터넷의 발달은 전 세계를 한 공간, 동시의 개념을 만들어서 공개 소스는 그야말로 마음만 먹으면, 웹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그 자리가 바로 무한한 상상실로 만들어버린다. 혼자만 간직하던 비법에서 소스를 공개하는 방식은 하나의 창작물에서 무한대의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이런 메이커를 이끌어 가는 사람을 ‘메이커스’라고 부른다.
메이커스 들이 소스를 공개하고, 이 소스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부족한 점을 개선하는 보완 기술을 받아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또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융합하여 새롭고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장난감 비행기를 보고 착안해서 드론을 만든 3D 로보틱스의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 CEO는 웹사이트의 공개 소스를 통해 멕시코의 한 청년을 만나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에 뒤지지 않고 2013년 42개의 지역 거점 및 소규모 메이커스페이스인 무한상상실을 설립·운영을 시작으로 메이커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개인이 사용할 수 없는 3D프린터기 등의 장비를 임대해서 사용할 수 있고 공간도 사용할 수 있다. 2013년부터 준비를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이 활발해지면서 메이커스 운동은 급물살을 타고 있는듯하다. 메이커 운동은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의미에서 특히나 정보와 기술이 서울에 집약된 가운데 대학교까지 수도권에 집중된 건강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 교육이나 행정 시스템을 바꿀만한 획기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특히 소규모의 지자체는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그런데도 경주는 공개 소스를 통해 또 다른 이들과 협업하고 융합하고 발전하는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사업에는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듯하다. 현재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무한상상실은 사실 경주 전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특화된 곳이다. 신라가 왕국의 위엄을 갖춘 데는 이주민의 영입에 적극적이었고 그들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흥덕왕릉과 원성왕릉의 무인석과 처용설화는 문화융합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과 주민등록 인구증가가 시급한 현안인 만큼 거시적이고도 확실한 대안으로 메이커스와 메이커스페이스의 확산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끼리, 혹은 웹사이트를 통한 다른 지역과의 교류도 가능하지만, 세계적으로 계속 창출되는 신기술인 공개 소스를 읽고, 그들과 교류하는 방법을 배워서 적용해야 할 다른 어떤 도시보다 더 강점을 가진 신라의 후손들이다. 경주시민에게 공간을 오픈하고, 기술을 오픈하고, 교육을 오픈하여, 전 세계 사람들과의 네트워킹 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 특히 어린 세대들에게는 전원이 무한상상실 속에 있는 경주가 되면 좋겠다.
아직은 우리나라가 메이커스의 선두주자로 나선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때, 경주의 어린 세대들이나 청년세대들에게 메이커스페이스는 더 할 수 없는 공간이 될 것이다. 중년·장년·노년 세대에게는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미래 세대들에게 경험을 나누어 주거나 그들과 아이디어를 융합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경주시는 어떤 현안보다 교육과 일자리 창출이나 인구증가의 측면에서 안목을 넓혀 역사과학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갈 무한상상실을 앞서 다뤄야 할 것이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