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나의 루틴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바로 한 달에 한번 지난 한 달 간의 경주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는 것이다. 제목만 주마간산 격으로 보는 것이지만 경주의 주요 이슈는 머리 속에 어느 정도 잡히는 것 같다. 7월의 경주 기사 검색에서 기억에 남는 기사는 아래 세 가지다. 1) 경주서 1500년전 180cm 인골 출현 … “현존 삼국시대 최장신” 2)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3) 경주를 MICE 산업메카로. 경주시, ‘국제회의 복합지구’ 지정 추진 등 이다. 경주에서 1500년 전 180cm 인골이 나왔다는 기사는 TV 뉴스에서 먼저 접했으며 매우 관심도 높게 본 기사이다. 삼국시대 사람의 키가 180cm나 되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며 어릴 적 듣던 ‘우리 조상들이 체격이 모두 장군처럼 컸다’는 이야기가 사실이었나 싶어 각별한 궁금증이 일었다. 그가 누구였고(who), 왜(why), 어떻게(how)해서 그 무덤에 묻히기 되었는지에 대한 공상이 인디애나 존스 이상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한편 문득 신라인과 메타버스에서 함께 하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의 상상과 기술로 마치 영화 ‘아바타’처럼 세계인이 삼국시대 신라인과 함께 하는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을까? 다양한 가상현실 기술들을 동원한다면 재미있는 체험공간을 만들 수 있을 법하다.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기사는 가장 많이 기사화되었고, 경주를 넘어서 경북 전체가 응원이 실려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2005년 부산에 이어 2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경주와 제주가 유치를 희망하고 있으며 2023년 하반기에 결정될 전망이라고 한다. 이 기사를 접하면서 경주가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국제행사를 몇 차례나 치러냈음을 알게 되었다. 2012년 APEC 교육장관회의, 2015년 세계물포럼, 2016년 유엔 NGO컨퍼런스, 2017년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이 그것인데 늘 경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정작 경주에 대해 무관심했음을 다시 깨닫는다. 경주와 제주 이외에 다른 도시들도 유치전에 뛰어들겠지만 2023 하반기에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는 뉴스를 듣고 싶고 2025년 경주의 가을 하늘 아래 APEC 정상들이 불국사 앞에서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싶다. 물론 그때쯤에는 당연히 코로나19의 공포도 말끔히 사라져 활짝 웃는 모습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기 바란다. 국제적인 큰 행사가 경주에서 열리는 것을 바라지만 그 행사가 어디에서 열리건 사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할 숙제가 있다. 자칫 대형 국제행사가 외화내빈에 그치거나 과도한 투자로 개최 후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다. 화려한 행사나 거창한 시설보다는 도시가 가진 고유의 가치를 보여주는데 노력하고 행사 자체가 인류를 포함한 포괄적 사회에 던져주는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성장하는 의식을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주 역시 이런 거시적인 차원에서 APEC유치 이유를 설파하며 다른 도시와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싶다. MICE산업은 국내의 어지간한 도시들은 앞 다투어 추구하는 미래산업이 되어버린 만큼 안착하기 힘든 여러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경주가 가진 각별한 인문학적 자산과 경주를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환경, 울산과 포항에 이르는 산업 및 과학 자산을 아우르면 경주만의 경쟁력을 십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대한민국다운 것이 사실은 경주에 다 있다. 이 사실은 자연스럽게 ‘세계는 경주로, 경주는 세계로!’의 기치를 세울 수 있고 그와 함께 현대의 경주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 있는 경주의 참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경주가 MICE 산업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각처에 나가 있는 경주출향인들의 응원과 실질적 도움도 절실하다. 내가 떠나온 마음의 고향에서 그치지 말고 세계에 내 놓을 대한민국의 경주로 함께 가꾸어 가야 할 숙제다. 공교롭게도 7월에 중점적으로 본 기사는 어딘지 모르게 연관성이 짙어진 느낌이다. 삼국시대 신라인은 키를 높이기 위해 머리뼈를 인위적으로 세운 흔적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그 시대 경주사람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머리뼈를 억지로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시대 경주사람들은 머리뼈를 세우는 대신 세계를 향한 포용력의 크기를 180센티 이상으로 높이면 어떨까? APEC과 MICE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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