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총은 『삼국유사』 「의해」편 ‘원효불기’조에 의하면 태종무열왕 때인 654-660년 사이에 출생한 듯하다. 신라10현이고, 강수 · 최치원과 더불어 신라 3문장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719년(성덕왕 18)에는 나마의 관등으로서 감산사아미타여래조상기를 저술하였다. 고려 때인 1022년(현종 13) 1월에 홍유후라는 시호가 추증되었다. 문묘 동무에 신라2현으로 최치원과 함께 배향되었으며, 경주 서악서원에 제향되었다. 설총이 신문왕에게 들려준 우화 ‘화왕계’가 『삼국사기』 「열전」 ‘설총’조에 실려 있다. 이 이야기는 ‘풍왕서’라는 이름으로 『동문선』에도 수록되어 있다. 대강의 내용을 요약해 본다. 화왕(花王)이 이 세상에 왔는데 모란이다. 온화하고 향기로운 동산에 모셔 푸른 휘장으로 둘러치고 임금님으로 받들어 모셨다. 따스한 봄이 되었다. 온갖 꽃이 피어나는데 화왕도 곱고 탐스러운 꽃을 피웠다. 꽃 중의 꽃으로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멀고 가까운 곳에서 여러 가지 꽃이 다투어 화왕을 뵈러 왔다. 깊고 그윽한 골짜기의 맑은 정기를 타고난 탐스러운 꽃, 양지바른 동산에서 싱그러운 향기를 맡으며 피어난 꽃들이 앞을 다투어 모여들었다. 한 미인이 앞으로 나왔다. 붉은 얼굴에 옥 같은 치아와 신선하고 탐스러운 색깔의 나들이옷을 차려입고, 방랑하는 무희처럼 얌전하게 걸어 나왔다. 이 미인이 임금에게 아뢰었다. “이 몸은 눈처럼 흰 모래밭을 밟고, 거울같이 맑은 바다를 바라보며 자라났습니다. 봄비가 내리면 목욕하여 몸의 먼지를 씻고, 상쾌하고 맑은 바람 속에 유유자적하면서 지냈습니다. 이름은 장미라 하옵니다. 왕의 어지신 덕을 듣고, 꽃다운 침소에 그윽한 향기를 더하여 모시고자 찾아왔습니다. 전하께서 이 몸을 받아주실는지요?” 이때, 베옷을 입고 허리에는 가죽띠를 두르고 지팡이를 짚은 채 머리는 백발인 장부(丈夫) 하나가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와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이 몸은 서울 밖 한길 가에 살고 있는데 이름은 백두옹(白頭翁, 할미꽃)입니다. 아래로는 창망한 들판을 내려다보고 위로는 우뚝 솟은 산 경치를 의지하고 있습지요. 가만히 보건대, 좌우에서 보살피는 신하들은 고량진미와 향기로운 차와 술로 수라상을 받들어 전하의 입맛을 흡족케 하고 정신을 맑게 해드리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상자 속에는 기운을 보충하는 양약과 독을 제거하는 극약도 있어야 합니다. 옛말에 실과 삼베가 있더라도 왕골이나 띠풀도 버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모든 군자는 여려울 때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한 신하가 아뢰었다. “두 사람이 왔사온데, 전하께서는 누구를 취하고 누구를 버리시겠습니까?” 화왕이 입을 열었다. “장부의 말에 도리가 있긴 하나 미인을 쉽게 얻기는 어려우니 어찌할꼬?” 장부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 “제가 온 것은 전하의 총명이 모든 사리를 잘 판단한다고 들었기 때문이옵니다. 하오나 지금 뵈오니 그렇지 않으시군요. 대체로 임금 된 자로서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를 가까이하지 않고 정직한 자를 멀리하지 않는 이는 드뭅니다. 그래서 맹자는 불우한 가운데 일생을 마쳤고, 풍당(馮唐)은 머리가 백발이 되도록 미관말직을 면하지 못하였습니다. 예부터 이러하오데 전들 어찌하오리까” 화왕이 비로소 깨닫고 말했다.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신문왕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이야기에 진실로 깊은 뜻이 있으니 이를 앞으로 왕의 훈계로 삼게 하시오” 그리고는 드디어 설총을 고관으로 발탁하였다. 에드워드 기번이 지은 『로마제국멸망사』에 의하면 불멸의 대제국 로마가 멸망한 이유는 40대 이상의 장년, 노년층을 밥이나 축내는 밥벌레로 취급함으로서 창조력과 판단력을 완전무결하게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국 통일왕조인 진나라가 망한 것도 젊은 전사들을 우대하고 노인들을 천대했던 데 있었다고 제나라 목공이 지적했다. 그리고 사회학자 브리턴은 국가나 단체나 기업의 성쇠는 경험의 축적자인 노인성 배제의 양과 질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계수로 증명하기도 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린 해서 교수는 젊은이의 뇌가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 한 가지 사실을 잘 포착하는 반면 노인은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렵거나 계획이 변경되는 상황에서 젊은이보다 더 강점을 발휘하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마을 도서관이 하나 사라진다”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다. 요즈음 꼰대라고 비하하며 늙은이를 홀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늙는다는 것은 그만큼 지혜를 쌓았다는 의미임을 꼭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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