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도시를 바라보는 아홉 개의 렌즈’라는 부제가 붙은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라는 책에서 김세훈은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도시 강국이요 도시문명의 첨병이지만 내일의 도시 환경이 오늘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과 전망이 불투명한 현실에서 오는 좌절감이 있다”라고 서문을 시작하고 있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로서 형성, 성장, 쇠퇴, 재생하는 일련의 역동적 변화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경제수요가 발생하는 도시지역에 자연스럽게 일자리와 고용이 창출되는 순기능적 과정을 거쳐 인구가 유입되고 정착하면서 자연인구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코로나를 차치하고서도 세계는 저성장으로 인한 경기 침체 속에 빠져 있다. 개발과 성장에 의존한 경제 논리만으로는 쇠퇴되어 가고 있는 도시들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보다 이르게 도시 성장과 쇠퇴를 경험한 미국과 유럽, 노령화 사회를 공통분모로 가진 일본 등에서는 도시재개발보다는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 재생과 도시의 스마트 축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가고 있다. 이는 도시가 성장보다는 쇠퇴, 나아가서는 도시소멸이라는 문제가 심각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비수도권 중소도시의 경우 스마트 축소 도시 재생 방식이 필요한 곳이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성장을 전제로 한 인구 계획이나 이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일례로서 부산 동구의 경우를 보자면 장기 마스터플랜에 의해 제시된 인구는 2020년 까지 18만명으로 추정되었으나 실제 인구는 2021년 6월 현재 약 8만8000명이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곳에 인구 증가 예측 치로 공간 계획과 예산 집행을 기획한다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 필자는 3년 전 칼럼에서 경주시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었을 때를 대비한 연구의 필요성과 ‘스마트 축소 혹은 쇠퇴’라는 도시재생 전략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지역정책은 인구증가를 전제로 해왔다. 그러나 도시 인구의 이동 정도가 아닌 총인구 감소라는 상황에서 인구감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탈피해 오히려 인구감소를 긍정적인 기회로 활용하려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스마트 축소(Shrinking smart)를 통한 도시 재생이란 기존의 스마트 쇠퇴(Smart Decline)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념으로서 인구와 건물, 토지 사용을 적게 하고 덜 개발하는 것을 지향하면서 도시의 인구와 고용 성적을 유도하기보다는 기존 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도시 재생 방식이다. 물론 도시의 축소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인구의 변화에 있다. 미국 SCIRN에서는 축소도시를 ‘2년이상 인구가 감소하며 경제적 변화를 겪고있는 최소 만 명 이상의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지역의 실업률, 종사자수, 경제 수준 및 자연환경적 특성 등도 도시의 축소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다수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정책도 지역과 주민의 특성과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가고 있지만 우리 실정에 적합한 스마트 축소에 대한 연구와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상황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 노령화, 인구절벽 등을 경험하면서 도시 소멸의 문제에까지 이르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통해 ‘입지 적정화계획’을 제도화 했다. 5년, 10년 단위로 계획을 재검토하는 마스터플랜과 달리 계획 달성 현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지역 여건에 맞게 재검토하는 유연한 계획이다. 또한 이 계획은 계획의 작성시점 부터 시 관계자와 민간 사업자, 주민대표 등의 지역 관계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계하며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입지 적정화계획의 한 예가 PDCA(plan-do-check-act)의 리뷰 사이클에 의한 지속적인 피드백이다. 경주도 스마트 축소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도시 쇠퇴 혹은 소멸도시로 가는 여타 중소도시와 유사점은 무엇인지 차별점은 무엇인지 정확히 분석하고, 지속성 있는 도시재생 방안으로서 스마트 축소 도시재생 전략을 제시하여 도시재생 정책 추진의 근거로 제공되어야 한다. 경주시가 ‘경주시 인구정책 실무추진단’을 조직하고 정책점검과 신규사업 발굴에 나섰다고 한다. 인구 증가를 전제로 시작된 논의가 아니었으면 한다. 최소한 스마트 축소가 같이 논의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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