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시인이 소멸에 대한 아쉬움과 순간의 즐거움을 담은 시집 ‘길 위의 피아노’를 펴냈다. <사진> 그간 삶을 돌아보는 기록이라 얘기하는 이번 시집은 시인의 14번째 시집이다.
지난해 ‘아무리 생각해도 먼 곳이 가까웠다’ 시집 이후 1년반만에 낸 이번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돼 54시편을 싣고 있다.
시집 ‘길 위의 피아노’ 전반에 걸친 특징은 타인이 남겨놓은 말의 인용이다. 매일 책을 읽으며 마지막 삶을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시인은 책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면서 이번 시집 역시 책 읽기가 시의 마중물이 됐다고 했다.
‘골짝 물소리가 희다/ 아이가 아침의 피아노를 치고 있다/ 연둣빛 고기떼들, 물살에 따라 휘어진다// 별은 뜨겁고 노래는 깊다// 갓 낳은 달걀 같은 하루가/ 내 손을 잡는다/ 노래가 있어 고맙다 너가 있어 고맙다// 노래는 생의 기쁨, 생의 고통/ 별은 어둠이 있어야 빛나는 법// 짙은 눈썹의/ 왜가리 한 마리/ 먼 숲을 사무치게 바라보는 아침/ 아이가 아침의 피아노를 치고 있다//’
‘길 위의 피아노-온유에게’ 전문 시인은 시 ‘길 위의 피아노’에 대해 “현재 독일 쾰른 음악대학 영재학교 피아노과에 재학중인 손녀 온유에 대한 애정과 가족 간의 사랑을 담은 시이자 이번 시집의 제목”이라면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삶 자체가 희망이자 축복이라는 긍정 메시지를 찾고 싶어 쓴 시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인은 “시는 삶을 통찰하게 만들어주고, 일기처럼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기록”이라면서 “돌아보니 삶도 시도 먼 길이었다. 아직도 내게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을까, 나를 더 지킬 수 있을까, 먼 길을 견뎌준 내 삶과 시가 고맙다”고 했다.
김 언 시인은 “시인이의 말과 타인의 말이 경계가 허물어지며 여여하게 울림을 만드는 것이 김성춘 시의 여여한 자리이자 독특한 입지”라면서 “삶의 지혜를 담고 있으며 그의 여여한 성격을 여실히 대변하는 시집”이라고 전했다.
김성춘 시인은 1942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사범학교와 부산대 교육대학원을 졸업, 43년간 교직생활을 하다 울산무룡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이후 울산대 사회교육원 시창작 교수를 역임하고 지금은 ‘동리목월 문학관’ 교육국장을 맡고 있다.
1974년 ‘심상’ 첫 신인상으로 데뷔(박목월, 박남수, 김종길 시인 추천)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제2회 월간문학 동리상, 경상남도 문화상, 제1회 울산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방어진 시편’ ‘섬, 비망록’ ‘그러나 그것은 나의 삶’ ‘수평선에 전화 걸다’ ‘비발디풍으로 오는 달’ ‘아무리 생각해도 먼 곳이 가까웠다’ 등 여러 시집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