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와 경주시가 2025년 한국 개최가 확정된 제32차 APEC정상회의 및 각료회의 경주 유치 도전을 선언해 주목된다. APEC(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의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적인 협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각 국가 대표들의 협의 기구로 1989년 11월에 설립됐다. 설립 당시 회원국은 한국, 미국,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일본, 캐나다 등 12개국이었으나 그 후 중국, 홍콩, 멕시코, 러시아, 베트남 등이 가입해 현재 총회원국은 21개국이다. 회원국 정상들은 매년 11월 한자리에 모여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부산에서 APEC정상회의가 열린 바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2025APEC정상회의를 경주에 유치할 경우 경북지역 경제에 972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4654억원의 부가가치유발 효과, 7908명의 취업 창출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예측할 만큼 유치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경북도민의 단합된 힘과 전 행정력을 하나로 모아 유치에 나서기로 한 경북도와 경주시는 경주가 우수한 세계문화유산의 보고,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세계정상 경호에 유리한 보문관광단지 등 월등한 조건을 유치 전략으로 꼽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석굴암, 불국사 등이 있는 대한민국의 찬란한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도시라는 점과 산업발전 중심지인 포항, 구미, 울산 등과 인접해 전통문화와 눈부신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구현모 국제관계대사를 단장으로 경주시, 경북문화관광공사, 경주화백컨벤션뷰로, 대구경북연구원이 참여하는 ‘2025APEC정상회의 경주유치추진단’을 구성하고 자료 수집·분석과 준비계획 수립에 착수하기로 했다. 추진단은 향후 범도민적 유치의지를 결집하고 준비상황 보고회, 도민대토론회와 서명운동, 경주 개최 지지 결의문, 대정부 건의문 채택 등 대정부 유치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APEC정상회의 유치는 지자체의 발전방향과 위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국 광역자치단체마다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5APEC정상회의 개최당시 서울과 부산, 제주, 인천 등이 유치경쟁을 벌였으며 발표를 앞두고 치열한 정치적 공방 끝에 개최 1년여를 앞둔 2004년에 부산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이번 2025APEC정상회의 유치전은 그때보다 더 치열한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 부산 APEC정상회의 당시 접전 끝에 고배를 마신 인천과 제주가 일찌감치 유치도전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남·전남 등 남부권이 뭉친 여수도 유치전에 가세한 모양새다. 천년고도 경주는 명분과 지리적 위치, 과거와 현재를 상통하는 역사적 위상은 월등하지만 타 광역자치단체들과의 유치경쟁에서 결코 우위에 있다고 볼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결정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유로 2024년에 치러지는 총선까지 결정을 미룬다면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경북도와 경주시는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해 도민의 하나 된 역량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경북도내 각 시·군도 APEC정상회의 유치는 경북도 전체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시·군의 우수한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인만큼 합심하는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경주는 정부가 공인한 ‘국제회의도시’다. 2012년 APEC교육장관회의, 2015년 세계물포럼, 2016년 월드그린에너지포럼과 제66차유엔NGO컨퍼런스, 2017년 세계유산도시기구세계총회 등 각종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도시다. 천년고도답게 그 역할을 잘 치러낸 도시다. 따라서 APEC정상회의 개최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직결되는 국제행사인 만큼 그 결정에 있어 추호도 정치적 계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특히 선거를 의식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망치는 결정을 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미래 대한민국의 큰 그림은 지방자치체의 완전한 정착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이다. 따라서 서울이나 수도권, 광역시 등지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한다면 이는 큰 오판이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화유산이나 정신문화를 갖고 있는 지방 중소도시들이 국제박람회나 국제회의 등을 개최할 수 있는 최적지로 평가 받고 있다. 무엇보다 자국의 경쟁력이 있는 도시를 국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추세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그러한 최적의 도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와 문화, 관광도시, 국제회의시설과 숙박시설이 갖춰진 도시, 안전이 도시, 경관이 아름다운 도시인 경주라 할 수 있다. 경북과 경주는 대한민국에서 세계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유·무형 문화유산의 보고이다. ‘대한민국 속의 대한민국’인 경주에서 APEC정상회가 열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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