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업어서 키웠다” 베이비 붐 세대들이 가족끼리 모여 앉으면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다. 1950년 대 후반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한국전쟁의 상흔이 아물 무렵 태어난 세대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무렵 오죽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으면 1970년대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등장했을 정도였을까?
요즘 출산연령대의 부모들에게는 믿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베이붐 세대들에게는 아이 낳아 기르는 것이 아무 일도 아니었다. 둘까지 키우기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셋만 낳으면 그때부터는 쉽게 아이들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맏이가 여아일 경우 셋 이후 그 밑으로는 맏이가 다 키우다시피 했다는 말이 과장 아니었다. 대여섯 살 때부터 동생을 업어서 키울 정도로 성숙했던 과거의 어린이들은 벌써 60대 어른이거나 70대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인구절벽시대, 경주를 비롯한 지방도시는 대부분 소멸위기를 맞았다. 그 이유는 당연히 저출산에 있고 그 원인에는 386세대로 대별되는 이들의 잘못이 크게 개입했다. 표어처럼 하나 또는 둘만 낳다 보니 그 아이들에게 과한 욕심을 부려 고액과외니 황제교육을 시켰고 그때 뼈 빠지게 공부에만 내몰린 지금의 20~30대는 아이 낳는 것을 죄 짓는 것처럼 여기고 아이 키우는데 들어가는 사교육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채 출산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런 세태 속에 정승현 씨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온가족 육아 시리즈’는 너무나 신선하고 따듯하다. ‘누나들이 안아 키웠다 해도 될 듯’이라 표현한 것처럼 정씨 가족은 부부와 두 딸이 막내를 키우는데 신난 모습이다. ‘우는 막내를 재우기 위해 큰딸이 안고 둘째가 딸랑이 흔들고 재롱부리고’라는 글 아래 아이들이 자기보다 더 어린 동생을 안고 어르는 모습은 시계를 50~60년쯤 돌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막내를 안고 술 한 잔 하는 정승현 씨의 모습은 자신의 어린 시절보다 더 이전 세대 아버지의 모습으로 어쩌면 정승현 씨 자신이 아들 딸 구별 않고 둘만 낳아 잘 기르던 시절의 그 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세 아이를 자애롭게 내려다보며 ‘애국자’임을 자부하는 정승현 씨. 인구절벽시대에 맞선 용감하고 훌륭한 애국자 맞다. 부부가 모두 경주출신이니 ‘경주출신 애국자부부’로 불러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