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발자국 차이로 그간 황남동의 ‘영광’에 비해서 빛을 보지 못했으나 지금은 마을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는 작은 마을이 있다. 바로 ‘남천내 마을’이라 불리는 마을이다. 황리단길과 국당마을과는 달리 이곳으로는 자동차도 잘 다니지 않았던 마을이었다. 외딴 섬처럼 거주하는 원주민들만 왕래하던 이 마을에 최근 여러 변화가 감지되면서 부쩍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경주관광의 일번지인 황남동 황리단길 바로 지척에 있으면서도 3~4년전 만해도 ‘국당마을’과 함께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남천내 마을’을 찾았다. 포석로를 사이에 두고 국당마을 맞은편에 위치한 남천내 마을은 북적북적한 황리단길에서 오릉 근처 문천교에 이르는 포석로에 접해 있는 마을로, ‘영남창호’를 시작으로 오릉 가는 문천교 앞 ‘시민자전차상회’까지 이르는 포석로 뒤편 아주 작은 마을로 황남동 고분군을 마주하고 있는 마을이다. 황리단길에서부터 걸어서는 약 10~15분여 걸리는 마을이다. 아직도 시골마을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이 마을에 수 년 전 문천교를 따라 멀리 교촌마을에 이르기까지 뚝방길이 새로 조성되고 그 아래로 바로 연접해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최근엔 이곳을 찾아 휴식하는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뚝방길 맞은편으로는 천원마을과 오릉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원래 이곳은 ‘남천내’ 라고 불리는 마을이고 약 15~6가구가 살고 있어요” 장맛비가 쏟아지는데도 관광객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뚝방길을 걷고 있었다. 월정교에서 이어 흐르는 남천은 장마여서인지 누런 황토색물이 불어나 있었다. 마을엔 수레국화와 백일홍 등으로 조성해 놓은 꽃밭길이 여름날의 운치를 더해 주고 있었다. 이 마을에선 ‘국가유공자의 집’이라는 팻말이 붙은 집들이 여럿 보였다. 재매정길에서 좁디좁은 골목으로 이어지는 포석로 샛골목에서 65년째 살고 있다는 한 어르신을 만났다. 여러 꽃들로 마당이 정갈하게 가꿔져있어 단박에 시선을 끄는 집이었다. 이 마을 토박이인 그는 “마당의 꽃이나 세간 관리는 노부모님이 관리하시는 겁니다. 원래 이곳은 ‘남천내’ 라고 불리는 마을이고요. ‘시민자전차상회’서부터 재매정에 이르는 우리 마을엔 약 15~6가구가 살고 있어요. 완전 토박이는 5~6가구 정도 됩니다. 저는 직장 다니다가 퇴임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 집은 사라호 태풍때 지은 집인데 우리가 이사온 지도 60년이 넘었습니다”라고 했다. 단아한 장독대와 가지런한 세간살이에서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노부모의 정갈한 성품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황리단길과 거리가 좀 있어 조용함에 더 매력 있어요”/ 브런치 맛집 ‘쁘레씨(FRECi)’, 카페 ‘커먼스먼트(commencement)’등 나란히 들어서 문천교에 이르는 포석로 대로변 몇 집에도 변화가 일고 있었다. 3년여 전부터 구정 뜨개질 가게, 브런치 맛집 ‘쁘레씨(FRECi)’, 카페 ‘커먼스먼트(commencement)’등이 나란히 들어서 포석로 도로가에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황리단길이 아닌 황리단길과는 다소 떨어져있는 한적한 카페 커먼스먼트는 오래된 버스정거장 맞은편에 있다. 외관은 살짝 허름한 뉴트로 컨셉인 카페 커먼스먼트는 이 동네 할머니들도 자주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 ‘요즘은 믹스커피 안드시고 아메리카노 드신다’고 한다. 복잡한 황리단길 카페가 탐탁치않다면 조용한 이곳 ‘감성 뿜뿜’ 카페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브런치 맛집 ‘쁘레씨(FRECi)’는 오픈샌드위치와 프렌치토스트가 메인인 곳으로 의자와 인테리어가 우드톤인 차분한 컨셉트의 가게다. 이곳에서 브런치 먹으며 근처 아날로그적인 풍광을 간직한 이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경주의 한적한 마을의 실체를 눈에 담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시민자전차상회’, ‘남광 목공소’... 오랜 가게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문천교 바로 앞 재매정길 ‘시민자전차상회’는 문을 닫고 부재중이었다. 이 가게는 1980년대 골목 어귀에서나 혹은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에서나 등장할법한 간판 아래, 중고 자전거 몇 대가 앞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자전거 가게다. 빛바랜 흰 페인트 칠 위에 또박또박 쓰여진 검은 고딕체 간판 글씨에서는 시류와는 상관없다는 듯한 쥔장(오현환 대표)의 고집을 엿볼 수 있다. 1070년대 해병대 소속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그는 1972년 제대 이후 소년시절 자전거방 점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곳에서 줄곧 46년간 일해 온 것이다. 이 가게를 지날때마다 혹여 자전차 상회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부터 했다. 그러나 아직은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곤 안도하곤 한다. 이 자전차 상회의 자화상이 꽤나 ‘올드’하기는 하지만 이 수상쩍은 ‘오래됨’은 요즘 SNS의 급물살을 타고 알려져 관광객들의 구경거리 가게로도 유명해졌다. 이제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자전차 가게 바로 옆에는 오래도록 만져서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여러 목공기구들이 그간의 시간을 말해주는 ‘남광 목공소’가 있다. 남광 목공소(사찰문 전문, 오태식 대표)에는 검지 하나가 목공 작업중 잘리고 없는 오태식 목공인이 있었는데 어쩐지 문이 닫혀 있었다. 아직 우리 주변에서 호흡하고 있는 오래된 가게들은 많다. 낡은 가게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짐짓 걱정이 앞섰다. 오랜 가게의 소멸은 장소와 업종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우리들 추억과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기에..., -유칠월에 만개하는 능소화로 유명한 집, “집 안으로 들어와서 사진 찍기를 원하면 그냥 찍도록 해줘요” 이 동네 재매정길에는 유독 능소화가 눈길을 끄는 집이 있다. 넓은 정원과 텃밭을 지닌 이 집은 이 동네선 꽤나 큰 집에 속한다. 특히 유칠월에 만개하는 능소화는 이 집의 시그니처 꽃으로 많이 알려져있다. 멀리서도 한 눈에 이 집을 돋보이게 하는 꽃이다. “이 즈음이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집을 궁금해 해요. 집 안으로 들어와서 사진 찍기를 원하면 그냥 찍도록 해줘요. 여러 사람이 행복해하면 저희도 행복하거든요” 고목을 타고 오르는 능소화 뿐만 아니라 워낙에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주인 부부는 이곳 토박이 후손으로 부모님의 집을 가꾸며 살고 있다. -‘경주월성발굴조사운영시설’ 건립공사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 ‘경주 테라로사’ 오랜 설계 기간과 심의, 발굴, 허가의 과정 거쳐 착공 직전 마을 안쪽 넓은 부지에는 한옥 펜션 3채를 나란히 짓고 있을 뿐 아니라 재매정 바로 뒤편에는 ‘경주월성발굴조사운영시설’ 건립공사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 공사는 경주시가 추진하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건립과 운영을 대행하는 ‘월성 발굴조사 운영시설’ 건립 사업이다. ‘월성 발굴조사 운영시설’ 건립 사업은 교촌한옥마을과 인접한 이곳 일원 부지 1만8800㎡에 연면적 1871㎡ 규모로 건립된다. 이 사업은 신라 왕경의 8대 핵심유적을 복원·정비하기 위한 ‘신라왕경특별법’의 연계 사업으로 시설 안에는 신라 왕궁 출토유물 전시관, 세미나실, 수장시설, 연구실, 부설 주차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향후 상전벽해가 될 이곳은 아직은 여전히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마을에선 한옥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마을 어귀 ‘영남창호’ 바로 옆 자리에 ‘경주 테라로사’가 오랜 설계 기간과 심의, 발굴, 허가의 과정을 거쳐 착공 직전이라고 한다. 황남 고분군 바로 지척에 들어설 예정인 테라로사 부지와 함께 그 주변에 들어설 한옥들은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새로운 한옥마을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의 황리단길과 교촌 한옥마을, 국당마을과 연계돼 어우러져 황리단길을 찾는 관광객의 시선을 더욱 확장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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