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근현대미술사와 관련한 특별전, 학술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한국미술의 근현대사를 지속해서 연구해온 (재)경주문화재단이 남한 최초 예술전문학교를 조명하는 특별기획전을 선보인다.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갤러리해에서는 8월 29일까지 ‘1946, 경주예술학교 : 모든 날들의 기록’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김준식, 손일봉, 손수택, 김만술, 박봉수, 윤경렬, 최현주, 이응노, 김영기, 김창억, 최기석, 최현태, 박일훈, 조희수, 이수창, 김인수, 박기태, 최동수, 박재호, 배봉화, 배원복, 오영재, 김종휘, 사공침 등 경주예술학교 교수진과 졸업생들의 작품 100여점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기회다.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밀양시립박물관, 통도사성보박물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백선교문화재단의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 및 유족, 개인 소장자들의 작품과 사진, 신문, 당시 입학요강 등 아카이브 자료가 한자리에 모였다.
근대 예술 활동이 활발했던 경주는 일제강점기부터 건축, 목공, 불교조각 등을 가르쳤던 경주공예실수학교가 존재했으며, 문화예술축제인 신라제가 열렸다.
미술계의 김준식, 김만술, 박봉수, 박일훈뿐만 아니라 음악가 이의성, 이호성, 한준길은 경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예술단체인 경주문화협회의 창립회원으로 참여했다. 훗날 48명의 회원으로 발족한 경주문화협회는 해방기 ‘경주예술학교’의 설립 주체가 됐다.
경주문화협회는 1945년 10월 31일, ‘대구시보’를 통해 최초 ‘경주예술학교’ 설립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5월 5일, 2년제 교육기관으로 개교했다.
경주문화협회는 경주예술학교의 초기 2년 동안 학교의 설립과 운영은 물론 경주극장, 감포극장, 안강극장, 포항극장에서 음악회를 개최, ‘해방기념미술전람회’ ‘해방 1주년 기념전람회’ 등 적극적인 예술 대중화 운동을 이어갔다. 그렇게 음악과와 미술과를 개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전문학교, 경주예술학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의 성과물인 ‘경주예술학교’는 해방 후 지방에서는 최초로 문교부로부터 승인받은 예술 전문 교육기관이다.
경주예술학교의 교수진과 졸업생들의 활동과 업적은 경주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중요한 뿌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에 앞서 (재)경주문화재단은 경주미술사연구소 박선영 소장을 초청해 경주 미술의 선각자인 황술조의 작품세계와 1946년 해방 이후 경주에 설립된 ‘경주예술학교’의 주요 인물들에 대해 조명하는 강좌를 5주 과정으로 마련했다. 지난 7일 종강일에는 박선영 소장의 해설과 함께 전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5주 강연을 마치고 수강생들은 “강좌를 통해 경주시민이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옛 경주예술학교의 맥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경주예술학교 강의는 전혀 몰랐던 새로운 부분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정말 의미있는 강의에 감사 드린다”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 박재호 선생님이셨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을 추억하고, 경주예술학교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강연을 듣고 작품을 감상하니 당시 작가들과 가까이서 소통하는 것 같아 좋았다” 등 전시연계강좌에 대한 호평을 남겼다.
경주미술사연구소 박선영 소장은 “많은 분의 성원과 노력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려져 왔던 경주예술학교에 관해 관심 갖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주예술학교로 인해 경북미술 1세대 작가들이 많이 배출됐다. 이는 경주시립미술관 뿐만 아니라 경북도립미술관 건립의 당위성도 충분하다”면서 “전시 관련 아카이브와 작품들을 조금이나마 경주시에서 매입, 소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2021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공모에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을 받아 진행됐다.
전시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문의 054-777-58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