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국회의원 출신 김일윤(83) 전 의원은 오랫동안 경주사회에 정치인이자 대학 설립자로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다. 30대 중반에 정치의 길에 뛰어 들었던 김 전의원은 40대인 중반인 1985년 제12대 총선(경주·청도·월성선거구)에 민한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후 13대(민정당), 15대(무소속), 16대(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08년 4월 제18대(친박연대) 총선에서 당선됐으나 그해 12월 공직선거법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만다. 이후 13년여 동안 지역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총선에 출마를 타진하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김 전의원이 지난 3월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을 거친 이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에 당선됐다.
경주사회에서 김일윤 헌정회장의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경주에 대학을 설립하고 다선 국회의원으로서 지역 발전을 위해 애썼다는 부문도 있지만 대학 내 갈등문제로 인한 위기와 오랫동안 정치에 몸담으면서 지역사회를 아우르지 못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헌정회장으로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정치원로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역할을 다 하겠다”는 김 회장은 현재 경주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에도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회장에게 헌정회장으로서의 각오와 역할과 경주사회에 대한 생각과 자신에 대한 시민사회의 평가에 대해 들어 보았다.
#헌정회장 당선을 축하합니다. 이번 헌정회장 선거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여러 면으로 부족한 점이 많은 저에게 영광스러운 헌정회장을 맡게 해준 선배와 후배 회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전임 회장단이 이룩한 업적을 차질 없이 잘 계승하겠습니다. 헌정회 부회장을 하면서 헌정회가 처해 있는 현실과 앞으로 나아 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헌정회원들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산 증인들이요 의정활동을 하면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소유하고 있는 고급 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 사회가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 능력을 방치하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니겠어요. 저는 이 분들의 축적된 능력을 개발하여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은 부회장 중에서 한 사람이 회원들의 권유에 의해 회장으로 천거가 되고 본인이 회장에 대한 뜻을 표명하면 경쟁자 없이 선출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은 마지막 까지 3후보가 경쟁했으며 1차 투표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 2차 투표까지 가서 결정이 났습니다. 헌정회 원로들답지 못하게 과열된 선거 문화를 보여주었다고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헌정회를 발전시켜 보겠다는 열정이 강하다 보니 치열한 선거가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 선거 경험을 많이 해본 회원들이기 때문에 선거가 끝난 후 서로 대립했던 감정을 바로 풀고 큰 뜻을 위해 화합해 갈 것으로 봅니다.
#헌정회는 어떤 조직이고 주로 어떤 일을 하는 단체입니까? 대한민국 헌정회는 인류 공영과 민족 번영을 위한 민주헌정 발전을 위해 의정활동을 했던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입니다. 제헌국회의원으로부터 2020년 5월 말로 회기가 끝난 20대 국회의원까지 전직 의원들로 구성된 사단 법인 단체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거친 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총 1400여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 재기할 준비를 하시는 분도 있고, 각종 정부 기구 및 기관, 단체에서 중책을 맡고 계시는 분도 있으며, 다양한 기업 및 단체 활동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1968년 국회의원 동우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으며 1989년 대한민국 헌정회로 개칭했습니다. 1991년에 국회에서 재정한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로 당면한 정책을 연구 개발해 국가의 각 기관을 지원합니다.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여 회원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월간 헌정지를 발행해 회원들과 입법과 행정, 사법부 등 여러 기관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원들의 연구 활동과 취미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헌정회 회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습니까?
헌정회의 설립 목적을 위해 먼저 각국의 전직 의원 단체와 국제적 교류를 추진하면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과 기후, 질병과 기아, 전쟁과 인권 문제 등 지구촌을 살리는 봉사를 할 것입니다. 시의적절한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해 국회와 정부, 사법부를 지원할 것입니다. 국가 대사를 놓고 의정활동의 원로로서 할 소리를 하고자 합니다.
헌정회관을 건립해 국제교류와 회원 활동, 헌정의 역사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려합니다. 회원 합동추모 공원을 조성하여 회원들이 살아서는 사회의 등불이 되고 이 세상을 떠나서도 후예를 밝게 비추는 별이 돼야 합니다. 정치아카데미와 동북아연구소등을 설립해 운영할 것이며 디지털 미디어시대에 첨단 통신기술을 이용한 SNS 매체를 통한 정보교류 활동을 하겠습니다.#헌정회 회장 선거를 통해 정치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닙니까?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저에게 정치 복귀 의도를 물어 주시니 고맙습니다만 말이 안 됩니다. 정치복귀는 제가 아닌 유권자인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이제 정치 원로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어느 때나 정치가 잘 돼야 경제도, 사회도 좋아 집니다. 경주도 후배 정치인들이 잘 할 줄 믿습니다마는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경주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져 불태우겠다는 결기로 지역 현안을 해결해야 합니다. 정치를 벼슬 한 자리 한다는 생각하고 했다가는 조상과 후손의 원성을 듣습니다. 천년 고도 살리는 일에 헌신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서로 돕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경주의 역사와 문화의 보존과 개발은 국가를 넘어 세계 인류가 해야 할 과업입니다. 이 큰 목적 앞에 정치와 행정은 수단이 돼야합니다. 헌정회 활동을 하면서 천년 고도를 돕는 일을 하겠습니다.#그동안 지방소멸에 대해 목소리를 내곤 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봅니까? 첫째, 위기의식을 느끼는 주인 정신을 가지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인구증가를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걱정하고 그 대책을 고민하는 똑똑한 주인이 돼야 합니다. 둘째, 시민이 선출한 시장이나 국회의원을 부릴 줄 아는 시민이 돼야 합니다. 선출한 시장과 국회의원이 인구정책을 위한 일을 기피하거나 소홀히 하면 무섭게 야단을 처서 할 일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그 동안 과정과 실적을 냉철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임기 4년은 너무나 소중한 세월이기에 기회를 넘기면 경주시는 군소도시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간 경주를 걱정하는 여러분들의 뜻을 모아 ‘소멸도시 경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다방면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소멸도시 경주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결의로 뭉쳐야 합니다. 저도 헌정회장 활동을 하면서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경주대학이 오랫동안 법적인 문제와 외적인 교육환경 악화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설립자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시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 지역에 대학이 설립되면 그 지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획기적인 인구 증가는 물론이고 젊은 지성인들과 교수, 연구진들의 모이게 되면 그 도시는 새로운 발전 방향의 패러다임이 형성됩니다. 즉 교육과 문화, 사회, 경제 등 전반적인 발전과 변화가 따릅니다. 오래 전부터 각 시는 대학 유치를 위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해왔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경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학비를 마련할 수 없어 학교 급사도 하고 신문 배달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자취방에서 연탄가스를 마시고 병원에 실려가 죽다가 살아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어렵게 공부했기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많은 어려움 속에서 경주대학을 설립해 그간 수많은 인재를 양성하면서 지역 발전에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교육부는 무리한 학교 감사를 해 기존 이사들을 파면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해 대학을 폐교위기까지 몰고 갔습니다. 억울하게 쫓겨난 기존 이사들이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관선이사들이 철수하지 않아 관선이사 철수에 관한 소송까지 제기해 승소를 했습니다.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면 관선이사들은 물러날 것입니다. 이사회가 정상화 되면 두 대학의 새로운 발전 방향이 추진될 것입니다.#5선 정치인 출신으로 오랫동안 경주를 대표해 의정활동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공과 사를 두고 시민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경주 시민들이 저를 5선 국회의원으로까지 만들어 주셨지만 저는 그때 마다 다음 재선을 위한 노력 보다 이번이 마지막 이라는 생각으로 주어진 일에 끝장을 본다는 집념을 가지고 국가와 지역의 현안 해결을 위해 뛰었습니다. 고속철도가 경주를 통과하도록 만드는 과정만 해도 취재한 기자들과 타 지역 의원들이 저를 고속철의원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 KBS 방송이 저의 활동에 관한 국회속기록 까지 뽑아 다큐멘터리드라마를 만들어 42일간이나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고속철 경주노선은 김대중 정부와의 싸움 이였으며, 15대 국회에서 저의 마지막 목숨을 건 싸움에 승리해 고속철 경주통과가 성사된 것입니다.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상대방의 음모에 걸려 억울하게 고생도 하고, 선거 때마다 반대편 사람들의 허위 사실 유포와 근거 없는 비방도 들어야 했습니다. 욕을 먹었던 것이 자신의 인격을 닦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미래 경주를 위해 이것만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경주가 살아남으려면 세계적인 천년고도 경주라는 자긍심이 있어야 합니다. 천년고대수도는 이태리 로마와 터기 이스탄불, 중국 서안, 일본 교토, 한국 경주 등 세계 5대 도시가 있습니다. 제가 이사장을 하는 세계수도문화연구회가 2017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한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신라는 실크로드 출발지이며 끝이다’는 국제 학자들의 연구 자료가 발표되고 국내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세계문화엑스포나 국제학술대회에 지속적으로 경주가 실크로드의 출발지며 끝이라는 주장을 해야 합니다. 세계 역사와 세계 지도를 바꿔야 하며 실크로드 세계관광객들이 구름떼 같이 몰려오게 해야 합니다. 또 한편 경주를 제4차 산업의 중심이 되는 에너지산업의 메카가 되게 해야 합니다. 월성원전과 한수원이 있는 경주는 어느 곳 보다 에너지 도시로서 발 돋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대형 원전에서 세계적 추세인 소형원전으로 전환하면서 경주가 소형원전 수출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경주를 위해 이것만은 해야 하겠다는 것이 있다면? 경주대학을 방문한 외국 손님을 모시고 경주관광을 하다보면 저에게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곳은 옛날 신라시대 임금님들의 공동 묘지였나요?’ 그리고 ‘신라 왕궁은 어디 있나요’라는 질문입니다. 세계 5대 고도를 가 봐도 경주처럼 왕궁의 흔적조차 없는 곳은 없습니다. 2016년 7월 17일 청와대를 방문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주 왕경복원의 당위성을 강력히 건의했습니다. 그해 12월 6일 박 대통령이 직접 경주의 현장을 방문해 신라 왕경복원에 대한 지시를 하고 정부는 바로 10년간 1조원을 들여 발굴 및 복원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그 후 ‘특별법’ 등 후속 조치가 미비하여 추진이 지연되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에 경주에 신재생에너지 융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받아냈습니다. 경주시민 1000여명이 서라벌 문화회관에 모여 대통령 공약 실행 촉구대회를 하고, 시민들이 탄 버스 11대가 상경해 청와대 앞에서 대선 공약 실천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경주시민들이 2년간 고생을 했지만 경주 출신 국회의원과 시장, 도지사의 방관적 비협조로 타 도시로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최근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말한 세계적 추세인 소형모델형 소형원자로를 제작해 세계로 수출하는 에너지 산업 도시 조성을 추진해야 합니다. 온 시민과 시민단체가 단합하고 지자체장과 의원이 하나 되어 경주 살리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