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선양하는 일에 힘써온 경주문화원 조철제 원장이 최근 경주 고적을 거닐며 한 수씩 읽어볼 수 있는 책 ‘경주, 한시로 읽다’를 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시는 오세윤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의 경주를 담은 작품과 어우러져 친근하게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취나 감흥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슬픔이나 기쁨을 각종 사물에 의탁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천 리 밖을 자유롭게 거닐며 노래하기도 한다.
신라 천년의 도읍지 경주, 선인들의 발자취 이르는 곳마다 민족의 정서와 애환이 살아 숨 쉬고, 각종 문헌에 그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전하고 있다.
저자 조철제는 “‘경주, 한시로 읽다’는 전하는 한시 가운데 경주사람들이 옛날부터 회자되던 시와 정화된 한시 100수를 정선해 번역하고 해설을 덧붙인 것”이라면서 “역사적인 해설보다는 옛 선인들이 경주를 보고 느꼈던 감회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오히려 깊은 비감에 휩싸이기도 하고,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기도 하듯 작가가 처한 환경에 따라 그 표현 방법은 달라진다.
저자는 “자기가 느낀 감회를 가장 짧은 어구로 극대화한 글이 바로 시”라면서 “지난 역사의 흥망을 뒤돌아보고 인생의 덧없는 삶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절로 저려 나온 자연의 소리고, 역사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운율의 노래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경주 고적의 시문은 ‘경주고적시문록’(1962), ‘동도시선’(1967), ‘경주고적시문화록’(1994)등에 전하고 있으며 전체 시문의 수는 족히 수천 수가 넘는다”면서 “신라의 유적과 유물은 물론 어느 산천을 두고 읊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경주 전역은 온통 시문으로 뒤덮여 있다. 경주 고적의 시문 전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집대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다양한 지역문화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 한시로 읽다’ 대해 서예가 정수암 선생은 “지금까지 역사 유적지의 의미와 역사성에 대해서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조선시대 시인 묵객들이 경주 유적지를 찾았을 때 그냥 눈으로만 보지 않았다. 가슴으로 와 닿는 역사적 의미를 시문으로 남겼다. 조철제 원장께서 시기적절하게 정리하고 해설과 현장 사진까지 곁들인 이 책의 가치는 엄청 높다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예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욕심이라면 이 좋은 시 몇 수라도 유적지 현장에 원문과 해석을 곁들인 시비석이라도 세워 관광객들에게 인문학적 의미를 더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많은 분들이 관심으로 애독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저자 조철제는 현 경주문화원장이며 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이다.
주요 논저로는 ‘경주문집해제’(2004), ‘돌에 새긴 백성의 마음’(2010), ‘경주유교문화유적’(2010), ‘경주의 옛 지도’(2016), ‘또 다른 경주를 만나다’(2014), ‘경주읍성과 관부’(2018, 공저)가 있으며 국역은 ‘경주선생안’(2002), ‘경주읍지’(2003), ‘동경잡기’(2014) 등이 있다. 이외 ‘보문평과 사론’ 등 다수 논문과 국역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