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을 나는 새 김윤란 햇무리 진 하늘아득히 날던 새 한 마리동백가지에 둥지 틀었다. 파란 슬픔을 쪼아 먹던 새시에 젖어 울고구름 한 소절에 어둠도 자아낸다 산 넘어가는 바람가도 그만돌아서도 그만 달빛 별빛으로 맺힌 꽃망을 먹구름 엉킨 가슴 풀어마른가지 적시면 꽃잎 붉게 물들인다 맑은 하늘동백꽃 한 송이 피어나고 시를 노래하는 새내 마음 푸른 하늘을 날개짓한다
경주문인협회 회원 김윤란 시인이 첫 번째 시집 ‘푸른 하늘을 나는 새(도서출판 국보)’를 발간했다. 시인 앞에 만나는 수많은 존재들은 자신과 하나 되어 시로 탄생됐다.
초·중·고 검정고시를 하면서 기초교육만 끝나면 공부에 대한 미련은 절대 없을 줄 알았던 김윤란(70) 씨. 2012년 경주한림학교 졸업한 후 2016년 12월 국보문학 신인상 수상, 2020년 2월 대학졸업, 2021년 6월 21일 시집 발간이라는 자신 만의 거대한 항해를 했다.
농부로 살아오며 틈틈이 시를 써 온 김 시인은 △1부 분홍바람불어(14수) △2부 아카시아 꽃(14수) △3부 바람 따라가는 들국화(16수) △4부 지금 전송 중(16수) △5부 흔적 그리고 꿈(12수) △6부 꿈으로 가는 계단(10수) 등 모두 82수의 시를 선보인다.
“일하다 힘들면 나무기둥에 기대어 ‘넌 매일 바람맞으며 쉬네’라고 허허로움을 쓰고, 삶이 고달플 때도 산과 대화하듯 ‘그래도 거기에 가만있냐’ 푸념하듯 썼습니다. 울고 싶을 땐 새들과 대화하며 ‘그래 어쩌라고’ 라며 쓰고 농사에 지쳐 잠이 쏟아지면 밭이랑에 앉아 ‘까이거 네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썼지요. 책상에 앉아 잠 손님 찾아오면 푸른 밤하늘에 생각 던지고 ‘넌 왜 나만 쫓아다니냐’ 소리치며 긁적이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라며 시집을 펼친 김 시인.
김 시인은 “시의 길을 인도해주신 고 김종섭 선생님, 문우 손성자 시인 항상 응원해주는 고보혜 한림학교 교장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내 삶 위로 희로애락을 얹어 주며 묵묵히 옆을 내어준 내 운명과 네 송이의 꽃들로 피어난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라고 했다.
지난 19일 경주문예대학 28기 동기생들은 서천의 노을빛이 유난히도 좋았던 저녁, 김 시인의 시를 한 편씩 낭독하며 여름밤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김 씨의 시집은 학문의 첫 길을 열어 준 한림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 만학도의 꿈이 헛되지 않도록 이끌어준 서라벌대학 사회복지학과 오창섭 교수와 학생들, 경주문예대학에 배부할 예정이다.
작품 해설을 맡은 김전(시인·문학평론가) 씨는 “서정으로 쌓아 올린 관조의 문학이다. ‘푸른하늘을 나는 새’의 특징은 자연에서 건져 올린 작품으로 은유와 상징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또 “전반적으로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자성적인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작방법은 엘리어트의 객관적 상관물로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어떤 정서나 사상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정황이나 일련의 사건을 발견하여 표현하는 방법을 말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감명을 주고 있다. 형상화가 잘되어 있고 이미지가 선명하다. 다양한 시적 기법과 적재적소에 알맞은 시어를 배치하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고난과 시련의 순간도 아름다운추억으로 승화시켰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자연의 외피에 연연하지 않고 내면에 숨어 있는 비의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객관적 상관물에 감각적 묘사와 비유의 옷을 입혀 시의 경지를 높이고 있다. 고독을 둥지로 삼은 소나무 같은 첫 시집이다”고 했다.
시인은 사계절 농부의 삶이다. 토마토를 배달받은 고객들. 상자를 열면 붉은 종이의 시를 먼저 접하고 시식하게 된다. 그것이 진솔한 농부의 마음이다.
‘초록 알알이 구슬 맺힌 가지마다, 햇살이 드나들더니 어느새 붉은 복주머니 두둑하다. 해가 길게 늘어질 즈음 무겁게 가라앉은 너를 똑딱똑딱 탯줄 끊어 소쿠리 한가득 내 마음도 포개고 보석보다 빛나는 너도 담아 한양 길 꽃가마 타고 가는 널 바라보며 지긋이 미소 짓는 한 마음’.
칠순까지 쉼 없이 학문과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달려온 김 시인을 보며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 문해교육이든 대학교육이든, 영어든, 학업포기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지금의 삶을 가장 소중하고 아름답게 엮어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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