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아름다운 한복 광고가 올라온 것을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행동하는 학자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가 문화재청과 함께 뉴욕 현지시각 10일부터 4주 동안 1000회를 계획한 광고라고 합니다. 그는 또한 김치가 2013년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는 광고를 올해 초 뉴욕타임스에 게재했다고 합니다. 김치와 한복이 중국의 것이고 심지어 태극기도 중국인들이 만들었다고 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 이때 서 교수는 새로운 동북공정을 시도하는 중국의 의도에 휘말리기보다는 한국문화콘텐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며 직접 행동에 옮기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일본과 중국의 우리 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분개를 하지만 새롭게 밝히거나 외국에 제대로 알리고자 하는 행동을 하는 일은 소수가 움직입니다. 이런 서 교수의 또 하나의 과감한 행동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하나 있었습니다. 경주에서 태어나서 자란 저로서는 쉽게 흘려듣지 못하는 이야기에 관한 것입니다.
‘경주사람이 경주의 가치를 모른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내 입으로 했을지도 모르는 이 말이지만, 경주의 민간단체에 발을 조금 들여놓은 다음에 타인의 목소리로 가끔 들으면서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차에 경주신문 5월 6일 자, 30년 동안 경주에 살면서 아직도 외지인 취급을 받고 있다는 어느 원로교수의 증언과 함께 여전히 6두품 귀족세력이 존재한다는 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의 글을 읽었습니다. 폐쇄적인 현대인 ‘경주사람’이라는 의미와 함께 신라 시대 선진문물과 외래세력을 기꺼이 융합했던 신라인들의 기상을 되살리자는 좋은 뜻의 글이었죠.
이 좋은 도시, 이 행복한 도시에 대한 평가가 왜 이리 가혹한지에 대한 생각을 해 봅니다. 경주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정말 경주사람들은 경주의 가치를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은 경주의 가치를 제대로 찾았을까요? 한참을 생각해도 선뜻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입안에서, 머릿속에서 맴돌던 말을 오늘 해볼까 합니다.
행동하는 지성인 서경덕 교수를 앞세워서 구태여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이유는, 한국에 대해서 아무도 모르는 뉴욕 한복판에 한국을 문화콘텐츠와 제대로 된 한국을 알리려는 그의 행동 때문입니다. 아무도 몰라줘도 해야 한다면 하는 서교수처럼 직접 실천하는 아름다운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경주사람으로서 변명하고자 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주의 가치를 모른다. 경주사람들이 폐쇄적이다. 문화재로만 먹고산다. 발전이 없다. 이러한 단정적인 평가보다는 경주의 가치를 찾아서, 혹은 융합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혹은 참된 발전방안을 가지고, 혹은 역사와 문화재로서 세계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제안을 하는 행동을 보여주길 원하는 마음입니다. 말로 비판을 하고 제안을 하기는 너무 쉽습니다. 그만큼 언론 등의 통로뿐만 아니라 자기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말보다는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제안이 필요합니다. 비판은 쉽지만, 대안은 잘 없습니다.
지금의 정적인 경주를 동적인 도시로 만들자는 제안 등으로 지금의 문화콘텐츠는 사람 모으기 방법입니다. 사람을 많이 불러모으는 것만이 문화콘텐츠의 성공일까요? 서경덕 교수의 문화콘텐츠는 우리 스스로 혹은 외국에서 우리를 바로 알기부터 시작하는 듯합니다. 불러 모으기 보다 바로 알기, 바로 정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처용의 마당놀이처럼 조용하지만 소수의 모임에서 동적인 진지한 아고라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경주는 이름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경주에 사는 사람들이 이대로 행복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가장 좋은 콘텐츠가 아닐까 합니다. 경주만이 가지고 있는 침묵 같은 고요함, 편안함 이런 것은 전국 어디에도 없습니다. 천 년 이상 여기에 머무르며 살았던 사람들, 방문했던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기운이 경주에 있습니다.
이런 독특한 정서와 기운을 함께 누리는 것에 동참하고 즐기는 것이 오히려 경주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경주사람이다’, ‘아니다’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평가가 아니라 당사자의 선택과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경주 토박이들은 본인들을 경주사람이라고 내세우면서 살고 있지는 않거든요. 자연스럽게 경주에서, 그냥 살다 보니 그런 정서와 분위기에 젖어있습니다. 경주다운, 퉁명스럽고 가끔 거친 말투, 억센 경주사투리 또한 경주의 매력이자 아름다운 문화콘텐츠 아닐까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점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