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세상에 절망하거나 그것을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정적 현실을 비판하면서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작가가 있다. 부정적 현실 가운데 희망의 출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낙천적이고 성실한 조각가, 바로 이동섭 <사진>작가다.
이동섭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조각으로 담아낸 찰나’가 렘트갤러리(관장 권종민)에서 진행되고 있다.
포항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여인’ ‘바람’ ‘토르소’ ‘해돋이’ ‘지진’ 등 작가의 고민과 진정성을 담은 조각품 8점을 선보였다.
이동섭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재료를 조각하면서 자연과 세상을 통해 느낀 것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상에 있는 것을 그대로 묘사하기도, 형태나 색채의 왜곡과 변형을 표현대상에 투여시켜 과감한 생략과 축약법을 조형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것.
멀쩡한 사지를 갖고 있어도 자유로운 몸짓을 할 수 없는 현대인의 초상을 표현한 ‘토르소’와 ‘여인’ 시리즈도 눈길이 간다. 작가의 차가운 세상에 대한 표현은 기계매체시대에 대한 부정으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그는 차가운 세상에 절망하거나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정적 현실을 비판하면서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호랑이 꼬리를 형상화해 해가 떠오르는 찰나를 담고 있다는 작품 ‘해돋이’는 ‘몸 전체를 볼 때보다 꼬리만 살짝 보일 때 더 무섭다’는 백남준 선생의 위트를 모티브로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했다.
“해돋이는 움직이는 찰나의 형상과 파도, 돌고래, 태양의 특징을 삽입시켜 형상이 정지한 듯, 잔잔한 바다를 항해한 듯, 정적인 면과 동적인 면을 같이 공존시켰습니다. 해가 뜨는 이미지와 호랑이의 문양이 겹쳐 보이게 제작돼 해돋이의 긍정적이며 미래의 가치를 은유하고 있죠”
해돋이 명소하면 포항을 빼놓을 수 없듯 1999년부터 해돋이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구상해왔다는 작가는 2019년부터는 음과 양의 조화를 위한 달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역작가다 보니 포항의 지역성을 담은 작품 철의 문화, 불의 문화, 연오랑 세오녀 신화에 담긴 일월 사상 등이 주요 소재가 되어왔습니다. 앞으로 재료와 기법, 내용적인 부분에서 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 갈 예정입니다. 특히 달을 소재로 한 신작 연구에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찰나의 순간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직관적으로 사유하며 희망을 찾는 수단으로 작업을 이끌어왔던 이동섭 작가.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이들에게 이번 조각전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한다는 그는 찰나의 순간에 담은 희망의 메시지가 많은 이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길 바랐다.
이동섭 작가는 영남대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4번의 개인전과 220여회의 그룹전을 가졌으며, 신라미술대전, 한마음미술대전, 불빛미술대전, 포항시 미술장식품 심사위원과 포항국제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포항시, 포스코, 구룡포 과메기문화관 일원 등에 그의 조각 작품이 설치돼 있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조소분과장, 영남조각가협회, 포항조각가협회 회원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