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습관처럼 매일 아침 한자문장과 시 한편씩을 접하며 신라, 경주를 생각한다. 짧은 문장들이지만 글이 전하는 임팩트가 강렬하다. 책 몇 쪽을 읽는 것이나 영어 문장을 접하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한자문장과 시를 접하는 이유가 있다. 한자문장에는 고금(古今)을 관통하는 삶의 지혜가 녹아 있어 그것을 느끼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시는 내 몸과 마음을 흔들고 정화시키는 것을 넘어 세상을 향해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오늘 아침 접한 한문장과 시도 그렇다. 한문은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 여섯 글자다. 작역하면 ‘윗자리 장수로부터 말단 병사까지 그 원하는 바가 같아야만 이긴다.’는 뜻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조직의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같은 목표를 가지면 그 목표를 이루기 쉽다는 뜻이다. 바야흐로 미션과 비전, 전략과 목표, 핵심가치에 관심과 활동이 많은 요즈음이다. 그런가 하면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 협업과 창의가 핵심성공요인으로 부각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손무 손자병법 모공편(謨攻編) 속 한 줄이 이처럼 울림을 주고 지혜를 줄 줄이야 예전에 미처 몰랐음을 고백한다. 이 말은 특히 조직의 수장에게 더 강조되었음직하다. 조직이 튼튼해지려면 조식의 수장이 선입견을 벗어나 명견(明見)을 가지려 노력하고, 스스로 수양을 통해 자신을 북돋워 나가야 하고 해나가야 하고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 이를 거부감 없이 조직에 전파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야 한다. 당연히 그런 과정 속에 인내는 필수적이고 자기희생도 동반되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손무의 시대에는 글을 못 읽는 사람이 많았던 반면 조직이나 명령체계가 단순해 상급자나 지도자들이 조금의 성의만 보여도 뜻을 전할 수 있었다. 반면 문맹이 거의 없어진 현대사회에서는 모두가 제 나름의 의견을 내세우려는 경향이 짙으니 지도자들의 더욱 간절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편의 시는 반칠환 시인의 ‘웃음의 힘’이다. ‘넝쿨 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 현행범이다 / 활짝 웃는다 / 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 / 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 마침 주변을 돌아보면 가는 곳마다 장미꽃 밭이나 줄장미로 장식한 담장, 장미 터널을 만나게 된다. 장미가 만발한 이 계절에 이처럼 딱 맞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며 웃음까지 피어나게 하는 시가 또 있을까? 고향 신문에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유독 경주 소식에 민감해졌다. 여러 소식들 속에서 기왕이면 좋은 소식을 듣고 싶고 그런 좋은 소식은 주변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경주의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와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한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과 반칠환시인의 웃음의 힘 속 넝쿨장미 같은 아름다운 소식이 있으면 반갑기 한량없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경주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더 관심을 기울인다. 특히 요즘은 역사적으로 대단한 무슨 사건이나 소식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간다. 그 삶 속 이야기에서 경주의 현대적 핵심가치의 정립과 지속가능한 모델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KBS ‘동네 한바퀴’ 프로그램에서 본 ‘빛난다 그 마음 - 경북 경주’편은 긴 여운을 불러 일으켰다. 전통의복을 되살린 누비장인, 샤프 깎는 할아버지, 쫄깃한 국물칼국수, 그리고 대릉원과 바닷가에 사는 부부의 인생을 보여주었는데 등장한 모든 분들이 참 정겹고 좋았다. 만약 그들 대신 신라의 위대함을 보여준다면서 경주박물관 유물이나 월지의 야경을 보여주었다면 그처럼 따스하면서도 긴 여운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함께 모신문에서 본 ‘신라, 천년 궁성(宮城), 월성 발굴 현장’에 대한 기사도 인상적이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잠실 종합운동장 두 배 크기의 신라 궁궐터를 7년째 발굴 중인데 여기에 투입된 현장 인부 120명이 전원 경주분으로 구성되어 발굴에 대한 자부심과 당위성에 공감한다는 내용이었다. 남산과 첨성대, 성덕대왕신종과 금관도 소중하지만 현재를 사는 경주사람들이 경주로 인해 행복하고 자부심 가지는 것은 더 중요하다. 최근 강조되는 전략적이고 치밀하게 정합하여 지속적인 ESG(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한 면으로 보여진다. 이런 보도가 신라와 경주를 더욱 친근하게 해 경주인에게는 자부심을, 타지 사람들에게는 경주를 찾게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문과 시 한 편씩으로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날아다닌 듯하다. 고향에서 들리는 반가운 소식과 곁들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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