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가 터진 직후였다. 전국에 있는 대학에서도 비대면 수업은 불가피했다. 그때 가장 크게 들리던 목소리가 이랬다. “강의 내내 유튜브만 봤다”, “수업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인터넷 연결이나 버퍼링 등 기술적인 문제로 집중도가 떨어진다”, “미술 같은 실습 과목은 또 어떻고?”, “배운 건 없는데 과제물은 넘쳐난다” 대학들이 오는 2학기부터 대면 수업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이번에는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학교까지 갔다 오는 데만 왕복 2시간이 걸린다”, “기숙사가 안 되면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데 월세가 부담이다”, “1교시(9시) 수업을 들으려면 적어도 7시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놓쳤거나 어려운 부분은 영상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어 유용했는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니 다들 좋아할 줄 알았건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새 환경에 어느덧 적응이 되어버린 결과다. 처음에는 ‘잃어버리게 될’ 장점에 아쉬워했다. 이제는 ‘새롭게 얻은’ 장점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 그 전의 장점은? 대면 수업을 경험해보지 못한 지금의 신입생에게는 꼭 장점이라 할 수는 없겠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서구 문화권도 상황은 비숫하다. “마스크를 쓰니까 사회생활에 필요한 표정 연기를 안 해도 되어 편하다”, “불편한 감정 교류를 안 하게끔 막아주는 ‘방패`같은 느낌이다”, “1년 넘게 감기 한번 안 걸리니 좋더라” 어? 그러고 보니 지난겨울 우리 집도 감기 한 번 안 했네. 아들 녀석도 학교 갔다가 돌아오면 바로 화장실로 직행한다. 비누로 뽀득대는 소리가 밖에서도 들린다. 양치는 잘 안 해도 손은 잘도 씻는다. 코로나 덕분(?)에 지난겨울은 감기 없이 잘 보냈다. 연세대 총학생회에서 ‘2학기 강의 방식 선호도’를 조사해 봤더니,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비대면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가 이 대학에만 해당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이들이 높이 평가하는 비대면 수업의 장점으로 ‘교수와의 소통’이나 ‘수업 참여도’를 꼽고 있다. 우리 학생들한테서도 이와 유사한 메일을 여럿 받았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학생들 앞에서 발표 한번 못해 본 여학우인데 채팅창에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어 좋다는 글들이다. 수업 참여율을 높여보고자 누구에게나 채팅창은 열려있으니 수업 맥락을 방해하는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 보라 했던 결과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우주인을 배출하기 위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땅 위에서만 살던 인간이 우주인이 되어 오랜 기간을 무중력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주의 환경을 여기서 미리 연습을 해두어야 했다. 들고 있던 컵을 쏟았는데 웬걸, 물이 위로 올라간다던지 하는 낯선 환경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피 실험자 모두에게 세상이 거꾸로 보이는 특수 안경을 쓰게 했다. 눈앞의 모든 것들이 엉망진창인 안경을 썼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들 극도의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던 중 피 실험자 한 명에게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거꾸로 보이던 세상이 똑바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험이 시작된 지 27일째 되던 날이었다. 그리고는 며칠 안 지나서 나머지 참가자들도 뒤집혔던 세상이 글쎄 똑바로 보이더란다. 항공우주국의 실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소위 ‘30일의 법칙’이다. 우리 뇌는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기까지 약 30일(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구인이 어떻게 우주를 유영하고 살겠냐 싶지만 이 실험으로 볼 때 아래위가 바뀐 세상도 30일만 노출되면 뇌 속 신경회로의 배선이 재조정된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 체계까지 완전히 재설정된다는 의미다. 지구인이 우주인으로 거듭나는데 한 달이면 족하다는데, 작년 2월 22일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16개월이 지났다. 코로나가 선사한 비일상(非日常)이 일상이 되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는 말이다. 과연 2학기에는 줌 같은 원격수업 어플을 열게 될지, 강의실 문을 열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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