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고 둔탁한 붓질에서 거대한 자연의 생동감 묻어나고, 단정하고 세심한 필선에서 고향 마을의 흔적과 정서가 여실히 전달된다. 원로작가 이천우 화백의 ‘고향의 情’ 전시가 오는 30일까지 갤러리 화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이천우 화백은 작품관이 녹아든 주요 작품과 테마가 있는 소품 200여점을 전시한다. 전시장 한쪽에는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인터뷰 등이 담겨 있는 사진첩과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어 작가의 지인이라면 잠시 잊고 있었던 옛 추억을 회상하며 공감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1943년 경주에서 태어난 이천우 화백은 국립부산사범대 미술과를 졸업하고 계명대, 동 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교사 생활과 작가 생활을 병행하며 누구보다 그림에 대한 강한 욕구를 키워온 예술가이자 교육자다. 홍경한 미술비평가는 “실험적인 사조와 관념적인 회화 정신이 동반됐던 60년대, 실체적 형상 위주의 서구회화 양식에 입각했던 7~80년대 한국화의 흐름을 뛰어넘은 이천우 작가는 서구사조의 수용에 상대적인 시각으로 설정된 실경산수의 방향성을 우회하며 자신만의 감각과 정서에 몰입하는 화풍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나무와 초가집 등을 중심으로 자연의 모습을 동양적인 서정과 환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이천우 화백. 원로작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그의 솔직한 감성을 담아낸 독창적인 작품세계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작가 특유의 화법 아래 순화된 필법과 열정으로 담아낸 화백의 작품은 대부분 경쾌하고 따뜻하다. 그는 초창기 담채 기법을 시작으로 70년대에는 수묵 선묘 위주의 사실적인 작품을 선보였으며, 80년대에는 발묵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구성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90년대부터는 발묵의 특징을 발전시키며 더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2000년대 이후로는 수채화 기법을 바탕으로 한 색채 활용을 통해 특유의 실험적인 한국화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작가다. 현재 이천우 화백은 3년 전 후배 윤광주 화백의 요청으로 고향 경주에 정착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저는 붓을 잡으면 나무를 그리고 자그마한 초가집을 그립니다” 작품 ‘고향’ 시리즈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누이 손에 큰 이 화백의 유년 시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의인화한 나무와 자신을 투영한 초가집, 이 화백은 그리움 속에 한없이 이상화되는 고향 마을의 정서를 화폭에 옮기며 위안을 찾아갔다. “중·고등학생 시절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교육관이 팔순을 넘은 지금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원천적 힘이자 제 표현의 역량과 자유스러움에 머물게 하는 큰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3년 전 경주 남산을 작품으로 남기겠다는 원을 세우고 그해 입춘 날 남산을 위한 기도의 제를 올렸다는 이 화백은 그동안 남산 구석구석을 스케치하고 떠오르는 화제를 기록하며 고민한 남산이 이제 희미하게나마 가슴에 자라고 있다고 전한다. 특유의 화법과 새로운 시각으로 시간의 흔적을 포착해 나가는 이천우 화백의 경주 남산, 현대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그의 신작이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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