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탓인지 시부걸길을 따라 토함산을 한참 올라가도 봄을 알리는 바람꽃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직 이른가하며 실망하며 내려오는 길에 시부거리 마을 초입의 낙엽 속에서 수줍게 핀 바람꽃을 만났다. <중략> 얼마나 반갑든지 친구와 나는 함박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오목하게 꽃받침을 만들어 꽃을 손에 담아 보았다. 바람꽃을 따라 봄이 우리 안으로 들어 왔다. 우리는 행복해서 소리죽여 비명을 질렀다. 우리가 얼싸안고 봄을 몸으로 맞으며 뒤돌아서자 왕산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나는 뭔가 조금 미안해지는 것 같은 마음으로 다시 바람꽃을 바라보았다. ‘저를 찾아오셨나요? 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왕산이 바람을 막아줘서 제가 있는 거예요’ 라고 하는 것 같았다. “고맙다” 나도 모르게 고맙다는 말이 나왔다. 세파에 견디어온 왕산에게 인지 추운 땅속에서 어렵게 얼굴을 내밀면서도 자신의 노력보다는 왕산에게 공을 돌리는 바람꽃에 대해서 인지 분명치 않았다. 어쩌면 그 둘 다에게 일수도 있었다. -채선옥 作, ‘바람꽃과 왕산’ 중에서 제15회 전국동리목월백일장 및 제1회 가족백일장 수상 작품이 ‘문화경주지킴이 사업’의 일환으로 ‘연중 산업체 릴레이 전시’에 들어갔다. <사진> 수상작 릴레이 전시는 이달 경주시청을 시작으로 7월 한국수력원자력 본관, ㈜성우오토모티브, ㈜다스 등 산업체 10개 사에서 차례로 전시될 예정이다. 문화경주지킴이 사업은 (사)동리목월기념사업회 혁신위원회가 경주시와 산업체와의 협력으로 문화를 지키는 경주시민이 되자는 취지로 만든 올해 첫 시행하는 사업이다. (사)동리목월기념사업회 정태경 회장은 “지금까지 시와 수필 등이 문학인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면 이번 수상작 릴레이 전시를 통해 문학이 시민들과 산업체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되길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인 박목월 선생과 김동리 선생을 뜻을 기리고 문학의 고장 경주를 알리기 위해 두 선생의 명문장을 새긴 현수막을 톨게이트와 주요 관광지 등 20여곳에 매달 바꿔 게시할 예정이다. 또 문학, 퍼포먼스, 마임, 음악 등 현시대 다양한 실험적 행위들을 축제의 장으로 초대하는 실험예술제 기획 등 청소년들이 문화충전을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 하고 있다”면서 “시민 모두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학으로 경주의 문화를 재탄생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일 경주시청 대외협력실에서 제15회 전국동리목월백일장 및 제1회 가족백일장 시상식이 진행됐다. 전국동리목월백일장은 경주 출신 문인으로 한국 문학의 대들보인 김동리·박목월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행사다. 특히 올해 처음 개최된 ‘가족백일장’은 박목월의 시 ‘가정’을 주제로 가족 간의 문학적 대화를 권장하기 위한 취지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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