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일부터 정부가 구상하고 시범 운영해온 지방자치경찰제도가 전국으로 확대 조성되어 2022년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국가수사본부의 출범과 지방자치경찰제도(이하 자치경찰)의 운영에 따라 기존의 경찰력을 국가, 자치, 치안 세 단위로 분류하고 이 중 외사, 정보, 보안 등 전국단위업무는 국가경찰이 관장하고 생활안정,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 관련 민생치안은 자치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말은 쉽지만, 이제 막 시행되는 자치경찰 조직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 자치경찰의 사무범위를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가의 문제와 예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반영할 것인지, 자치경찰업무를 지휘·감독할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자치경찰 선발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등이 문제로 꼽힌다. 여기에 자칫 토호세력과 자치경찰의 유착에 따른 비리와 위법까지 예상되어 자치경찰 선정과정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명확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낳는다.
이는 지방경찰이 거미줄처럼 짜여진 미국경찰조직을 봐도 쉽게 납득 간다.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전국규모의 마약, 테러음모 등 기밀한 사항을 수사하는 연방정부, FBI를 정점으로 각 주가 운영하는 주경찰 , 주요 도시별 카운티 보안 경찰, 타운 단위로 조직된 타운십 경찰, 그리고 세부 자치구 및 통합 된 마을 단위 경찰이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중요한 다리나 공원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능의 경찰도 따로 활동한다. 관심을 끄는 것은 미국경찰이 이렇게 세분화 된 이유가 경찰권력이 한곳에 집중되어 토착 세력과 야합하고 권력화 되는 것을 원초적으로 차단하려는 의지가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에 비해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와는 기본구조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자치경찰을 견제하고 감시·감독할 기능은 자치경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자치경찰의 최대장점으로 꼽히는 ‘지역특성에 맞는 경찰운영’이란 면에서, 특히 경주의 자치경찰에 대한 운영의 묘가 기대된다. 특히 세 가지 면에서 향후 경주 자치경찰이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첫째 노년층에 대한 전담부서의 설치다. 경주는 70세 이상 노년 인구 비율이 이미 12.42%로 두 자리 수를 넘었다. 60세 이상 활동층 노년인구까지 더하면 24.7%에 이른다. 다시 말해 인구의 4분의 1이 노년층 인구라는 말이다. 특히 경주의 안정적인 도시구조와 슬로시티(Slow city)의 이미지는 향후 노년층 인구의 유입에 최적화 된 곳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이들에 대한 각별한 자치경찰 서비스가 필요하다. 독거노인, 보이스 피싱, 노인상대 물품사기, 각종 노인성 범죄에 대해 의료 및 사회복지 시스템과 맞물린 치안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인구절벽 해소를 아동에서 찾지 말고 노년에서 찾는다면 소멸도시 경주라는 불안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외국인 전담부서의 활용이다. 경주는 2018년 기준 1만1200명 가까운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매년 1200명 정도가 시민들과 결혼하고 있는 도시다. 알다시피 과거 ‘명동의류공판장 골목’으로 통하던 경주의 구도심 상가 일대는 이제 외국인들이 대부분 점유하고 있을 만큼 외국인 증가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을 위한 전담부서가 태부족이다. 이들이 치안에 위협적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상대적 빈곤과 인종적 차별에 쉽게 노출되어 있어 이들의 권익과 안전을 위한 경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들을 안전하게 돌보는 것은 그들 출신의 국가들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고 관광이나 추가적 취업, 이민 등 또 다른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제화를 표방한 경주가 누구보다 신경써야 할 곳이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공감하듯 관광경찰 조직이다. 통계상의 차이는 있으나 경주는 연간 1000만에서 2000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의 관광도시다. 관광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인 상행위 등을 근절하는데 경찰이 도움 줄 수 있다면 경주의 이미지를 고양시키는데 매우 긍정적일 것이다. 관광경찰은 반대로 넘쳐나는 관광객들에게서 시민을 지키는 역할도 병행해야 한다. 전국은 물론 세계 도처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 속에는 잠재적 범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광경찰의 존재는 이런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고 시민을 안심시키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경찰력 증원과 학교내외의 치안을 지원하는 교육관련 경찰의 증원 등은 경주뿐만 아니라 모든 자치경찰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점이 될 것이다. 정부가 굳이 경찰력 내부의 혼선과 갈등을 각오하면서라도 지방자치경찰을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그것이 가진 장점들이 우려되는 단점들보다 분명히 많다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그 장점의 총아를 경주가 보여줄 수 있다면 경찰에서 뿐만 아니라 진정한 지방자치시대 경주의 위상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