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토) 황성공원에서 쑥을 주제로 한국문화관광콘텐츠협의회(회장 황대욱)가 주최한 제2회 들쑥날쑥문화제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시낭송으로 유명한 최대남 시인이 초대돼 자작시를 낭송한 대목! 최대남 시인은 시낭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들어보았음직한 시낭송 계에서는 프리마돈나 같은 시인이다. 뿐만 아니라 풍부한 감성으로 자아내는 아름다운 시들로 SNS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공감력 강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런 최대남 시인이 주최측 부탁으로 자작시 ‘어머니와 쑥버무리’를 지어 쑥으로 맺은 행사를 더욱 빛나게 했다.
최대남 시인은 주요 KBS, MBC, 평화방송과 불교방송을 비롯 중요한 문화행사에 주빈으로 초대되는 시낭송가이자 ‘포에트리문학낭독회’ 회장으로 현재 강북문화대학에서 시낭송을 강의하고 있다. 이번 주 ‘SNS는 즐거워’ 코너는 SNS를 통해 경주로 초대된 최대남 시인의 시를 감상하는 것으로 함께 축제의 즐거움을 누려본다.
어머니와 쑥버무리
최대남
사는 일이 버거워 지치고 힘든 날자존심에 상처 입고짐승처럼 울부짖고 싶은 날사람인 것이 미안해 너무 미안해고열에 시달리는 날그런 날은밤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고 싶다어두움도 풀섶도 낯익은논둑길을 걸어칠 벗겨진 낡은 청대문 앞에 서면나는 이미 작아져버린 어린아이엄니~~ 엄니~~ 부르면대답보다 먼저 데구르르 맨발로 굴러 나와“아이고 내 새끼”황새처럼 활짝 날개를 펴고품에 안으시던 내 어머니된장 간장 김치 냄새오묘하게 섞여구수한 향이 나던 어머니의 품은식지 않는 가마솥 같았지왜 왔는지 묻지도 말하지 않아도어머니는 사철 냉동실에 들어있는쑥을 꺼내 쑥버무리를 해주셨다한보시기 물김치와갓 쪄낸 쑥버무리는사느라고 허기진 영혼을금새 포동포동 살이 찌게 하는마법의 먹거리였다“어여 먹어라”“어여 먹어라”“타향살이에 허기지면 더 서글프니라”소태 같던 입맛은 거짓말처럼쑥버무리 꾹꾹 뭉쳐 한 그릇 먹고 나면끄윽~~~내장을 타고 내려가는숨죽였던 삶의 슬픔 덩어리 모진 추위를 견디고이른 봄 햇살의 손을 잡고세상에 나오는 쑥이 땅의 농축된 초목향이 스며든 풀잎쑥을 보라그는 영험한 신비의 약초이다무섭고 험준한 그 옛날 보릿고개도무사히 넘게 해주고배앓이를 감쪽같이 낫게 하는따듯한 할머니 손길이었고허한 심장에 더운 피를 돌게 하는강력한 신의 힘이 들어있다쑥은 세월이 지나도 현대인의 불안이나마음 아픔까지 구석구석 쓰다듬어주는신비의 약초이다 사나운 짐승들에게 물어뜯긴 것 같은고통스런 날일수록쑥버무리 한 덩이 먹고 싶다어머니의 쑥버무리오로지 참고 견디며자식을 품어주시던어머니는 이 땅의 쑥쑥의 진한 향내를 지니신 분그런 어머니 어머니는지금은 내 곁에 아니 계시지만 해마다 봄이면향기로운 쑥으로다시 돋아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