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경주솔거미술관 특별기획전 ‘경주의 근·현대미술 박재호·최현태 展’이 7월 30일까지 솔거미술관 제1, 2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경상북도, 경주시가 주최하고 (재)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과 (사)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 부설 경주미술사 연구소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경주 근·현대미술사의 주요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번 전시에서 최현태 작가의 소박하면서도 단단한 정서가 묻어나는 ‘불국사 다보탑’ ‘무우’ ‘산’ ‘추령재에서’ ‘감자’ ‘계림설경’ 등 개인 소장가에게 대여해 온 15점의 작품과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박재호 작가의 대담성과 치밀함이 돋보이는 ‘제목 미상’의 작품 7점을 만나볼 수 있다.
게다가 유일한 경주예술학교 졸업장인 ‘박재호 경주예술학교 1회 졸업장’, 최현태 작가가 경주 유적을 연필로 스케치한 ‘신라 고도 경주 귀빈 배포용 양장도록(1962)’을 비롯해 지역 미술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활동에 대한 관련자료 29점도 함께 전시돼 의미를 더한다.
경주 출신 서양화가 박재호, 최현태 작가는 오랜 기간 사립 중·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근무하며 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특히 ‘숲속그림학교’를 자발적으로 운영하며 미술을 전공하고자 하는 지역 학생들을 지도해 진로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으며, 지역 화단의 활성화를 위해 경북화단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인물들이다.
최현태(1925~1993) 작가는 1925년 경주시 황오동에서 태어나 대구사범학교 심상과를 졸업하고 잠시 초등학교에 근무하다가 1948년 경주중학교로 옮긴 후 미술 교사로 42년간 근무했다.
교직 생활 동안 그의 지도를 받은 많은 학생이 화가와 조각가, 공예가의 길로 가고 있을 만큼 제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여름방학 중에는 윤경렬, 박재호, 최봉준 등과 계림숲과 황성숲에서 숲속미술학교를 열어 후학을 정성껏 지도했다.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입선한 것이 처음이지 마지막으로 미술가로의 재능을 한번 인정받았으면 된 것으로 여겨 계속 더 받을 필요는 없다는 소신이 있었다. 1956년 경주에서 제1회 개인전을 열기 시작해 교직 생활 중에도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며 대구 등지에서 여덟번 개최했다.
작품 경향은 사실적이며 소박했다. 정물화의 소재는 감자, 무우, 복숭아 등을 과장하거나 변형하지 않고 대상의 느낌을 수수하게 표현했으며, 풍경화는 경주의 유적지인 계림, 황성숲, 고분과 추령재 등을 즐겨 그렸다. 퇴직 후 홀로 성건동에 거주하며 그림을 그리며 살다가 서울 근교에 사는 아들 집으로 이사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1993년에 타계했다. 그는 1982년 3월부터 84년 2월까지 5대 경주미술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평소 후학들을 정성껏 지도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과 경주시 문화상을 받았다.
박재호(1927~1995) 작가는 1927년 서면 아화에서 태어나 1951년 경주예술학교를 1회로 졸업했다. 졸업 후 초등학교에 근무, 이후 경주교육청 연구사로 근무하며 서라벌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도 계명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하는 등 학구열이 대단한 작가였다. 국전에 12회 입선했으며 개인전을 6회 개최했다.
1970년 3월부터 1982년 2월까지 오랜기간 경주미술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1973년 6월부터 1983년 1월까지는 경주예총 회장을 역임했고 경북도미술협회 창립했다. 신라문화제 일환 행사로 전국학생실기대회, 전국 공모인 신라미술대전을 창설해 중앙과 전국 각지의 저명한 예술가, 교수 등을 초대해 운영과 심사를 맡기는 등 경주의 미술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근화여중에 근무하면서 후학을 지도했으며, 정년을 일 년 앞두고 퇴직해 1000호 대작 6점 등 3년여에 걸쳐 6폭 연작으로 신라 불상을 집대성하고자 작품 제작에 몰두했다. 하지만 병환으로 인해 마지막 개인전을 열지 못한 채 생을 마치게 됐다.
경주예술학교 1회 졸업생으로서 끊임없이 학업을 이어가며, 후학양성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특히, 대구·경북의 주축으로서 경주의 위상을 확고히 하며 많은 미술 문화사업을 선도하는 데 앞장섰으며, 경주시 문화상과 경상북도 문화상,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를 공동기획한 경주미술사연구소(소장 박선영)는 그동안 경주미술사를 재조명하고 지역 정체성을 담은 기획전시, 관련 세미나 등 경주 출신 1세대 작가들의 예술과 업적을 조명하며 지역사회와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들의 관심을 일으켰다. 박선영 소장은 “이번 전시는 지역의 미술인을 비롯해 박재호, 최현태 두 분의 선생님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반갑고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면서 “경주미술사연구소는 앞으로 사진, 서예, 공예 등 연구범위를 넓혀 경주에서 전개된 근현대미술의 가치를 포괄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재호, 최현태 작가의 작품은 이달 말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해에서 예정된 특별기획전 ‘1946년 경주예술학교’에서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