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박정희는 정치성향을 떠나 한 인물이 그 시대에서 삶을 살아가는 과정과 계기, 또 그 같은 선택, 그리고 또 내면심리를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박정희’에서 박정희 역을 맡은 배우 정도원 씨와 육영수 여사로 출연하는 김효선 씨는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29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후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온 이들 배우를 만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박정희’는 대구 공연에 이어 오는 4일과 5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백결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경주 공연에 앞서 만난 이들 배우들은 이 뮤지컬이 전하는 의미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냈다.
■ ‘정도원’ 씨 “연기 통해 영웅의 그릇 볼 수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출연하는 정도원 씨는 배역을 맡기까지 고민도 있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산업화·근대화를 이끌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독재자란 부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어서다. 정 씨는 “저처럼 젊은 세대들은 교과서에서 박 전 대통령은 독재자라고만 배웠기 때문에 주변에서 많은 염려를 보내왔다”며 “하지만 부모님 세대 어른들로부터 다른 시각에서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말을 듣고 관련한 공부부터 시작한 뒤 오디션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조금이나마 그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도원 씨는 박정희에 대해 공부도 하고, 뮤지컬을 통해 박정희 역할을 소화해내면서 기존 독재자라는 이미지는 많이 옅어졌다고 한다. 연기를 하면서 그 당시 시대상이 얼마나 비참했고, 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씨는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와 박 전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탄에 의해 쓰러져 죽음 직전에 ‘난 괜챦아’라고 말한 장면이라고 했다. 정 씨는 “에필로그 엔딩 장면에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말을 곡으로 끌어가며 박 전 대통령의 내면 심리세계 표현에 집중했다”며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고 문화예술인으로서 마땅히 출연해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꼈던 감정이 대입돼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또 “‘난 괜챦아’는 박 전 대통령이 총을 맞고 했던 말이다. 옆 사람한테만 괜챦다고 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죽음 앞에서 초연히 다른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영웅의 그릇을 엿볼 수 있었다”고 했다. 정 씨는 “뮤지컬 박정희는 정치적이 아니라 예술작품으로서 시대상으로는 부모님 세대, 할머니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어르신들은 어린 시절 추억과 향수를 느끼고, 젊은 세대들은 어른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부담 없이 와서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도원 씨는 경주가 ‘제2의 고향’이라고 한다. 경주에서 자신의 뮤지컬 인생을 시작했기 때문. 정 씨는 2016년 당시 인기를 끌었던 역사뮤지컬 ‘별의 여인 선덕’이 뮤지컬 데뷔무대였다. 그리고 ‘대왕 문무’에도 출연하는 등 유독 신라의 화랑정신을 알리기 위한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정도원 씨는 “경주에서 화랑의 정신을 알리기 위한 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이번에 다시 경주 무대에 오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 배우 김효선 씨 “육영수 여사의 따뜻함과 강인함 느껴”육영수 역을 맡은 김효선 씨는 한국 액션 여배우 1호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에 출연해 온 베테랑 연기자다. 그런 김 씨는 “그동안 많은 드라마와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육영수 여사의 연기를 할 수 있게 돼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출연소감을 밝혔다. 김 씨는 “뮤지컬 박정희는 일제 치하를 거쳐, 6·25 및 대한민국의 격동기 시대에 박정희 대통령의 일생을,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역사적인 토대로 뮤지컬적인 창작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기를 하면서 육영수 여사의 따뜻함과 온유함, 그리고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김 씨는 “당시 한 나라의 국모로서 그 분이 감당했던 다양한 공사에 대해 같은 여성으로서 많이 공감했고, 특히 내유외강의 품성을 지닌 분이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느꼈다”고 했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소록도’ 신(scene)이라고 한다. 이는 평생 한센병 환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컸던 육영수 여사의 공적비가 세워진 소록도와 관련된 장면이다. 김 씨는 “가장 육영수 여사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면이고,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에서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위로와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이 뮤지컬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역사적인 한 페이지인 만큼 많은 관심을 가지시고 보셨으면 좋겠다”면서 “너무 무거운 마음보다는 지난 역사를 되짚고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효선 씨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 젊은 중추적인 세대가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시대를 이해하며 다양한 세대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행복한 공존과 소통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인 김효선 씨는 드라마 ‘신의’, ‘내손을 잡아’, ‘무정도시’, 영화 ‘짝패’,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등 무수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한국 액션 여배우 1호로서 결혼 후 휴식기에는 변정수, 강소라, 전효성 등 배우들의 액션연기 지도를 지원하기도 했다. 뮤지컬은 지난 2005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인어공주’에서 주인공을 맡은 이후 오랜만에 서는 무대다. 김효선 씨는 “미국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처럼 만능 배우가 되고 싶어 액션을 배우고 노래 트레이닝을 받았고, 방송과 영화 활동을 해왔다”며 “마음속에는 뮤지컬이 항상 남아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와서 출연하게 됐고, 특히 천년고도인 경주에서 공연을 하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