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시대이다. 이제는 도시개발이나 도시재생의 발전 모델에도 문화라는 말이 빠져있으면 어색할 정도로 문화와 도시는 붙어 있다. 지역문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하여 ‘경제도시’에서‘문화도시’로의 이미지전환(Rebranding)이 이루어져간다는 뜻이다. 이에 발맞추어 정부는 ‘문화도시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문화도시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르면 “문화도시란 문화예술·문화산업·관광·전통·역사·영상 등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정된 도시를 말한다.” 라고 되어 있지만 ‘문화’라는 단어 그 자체도 다의성과 애매함을 지니는 추상적 용어인데다 도시의 미래까지 정책 추진의 한 방향성으로 결합되어 있는 ‘문화도시’는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화도시라는 이름의 도시재생 모델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의하기 힘들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그 내용조차도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문화도시, 문화중심도시, 문화거점도시, 역사문화도시, 복합문화도시 등 유사한 정부 주도 사업들까지 있으니 더욱 모호할 수밖에 없어 ‘문화도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소위 ‘문화도시 추진 가이드라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화도시라는 용어는 도시재생 혹은 도시 발전에 문화나 예술을 도구적으로 활용하려는 정책의 일종으로 지역특유의 문화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명소를 부각시키는 브랜드 도시전략으로 보인다.
문화도시라는 정책은 가이드라인에서 소개한 ‘유럽문화수도’가 시초다. 1983년 그리스 문화부 장관의 제안에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이 호응함으로써 이루어진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EU를 중심으로 ‘문화 활동의 발전’, ‘문화의, 문화에 의한 유럽 지역의 개발’, ‘문화를 통한 경제·사회 발전’을 목표로 했고 프로그램 내부적으로 문화가 언급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도시 개발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일종이었다.
우리의 ‘문화도시’ 사업 또한 ‘유럽 문화수도 사업’, ‘아메리카 문화수도’, ‘유네스코창의도시네트워크’ 등을 벤치마크 하여 만들어진 도시재생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문화도시’ 사업이 사회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속 가능의 도시발전 기반을 마련하는데 핵심가치를 두고 있고, 단기성, 결과 중심적인 경향이 강했던 정부 지원 정책과는 달리, 성과도출 등의 중심적 틀을 과감히 깬 실험적인 사업이라고 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도시는 유기체이다. 문화도시 또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유기체로서 살아 있는 도시시스템은 모든 구성요소들이 고정되어있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열린 시스템이다. 유기체와 무기체를 결정하는 요소는 그 조직체의 패턴이 스스로 만들어지는 네트워크냐 아니면 외부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냐에 달려 있다. 문화도시가 ‘문화도시 추진 가이드라인’의 별첨에서 의도된 대로 단순히 기획자의 의중대로 수동적 패턴으로 진행된다면 문화도시를 자생적 패턴을 가진 유기체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시는 시간이 중첩된 주관적인 공간텍스트로 해석할 수 있다. 더구나 경주처럼 오랜 문화와 역사를 가진 도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문체부는 문화도시를 선정하면서 “문화도시는 문화자원을 활용해 고령화와 산업구조 변화로 쇠퇴하는 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사업으로 (중략) 침체한 도심과 공동체 기능을 회복하고 지역 주민의 문화적 삶을 증진하는 한편 예술, 역사 전통, 문화산업 등 특색 있는 지역의 문화자산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 관광산업, 문화 창업을 이끄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5년에 걸쳐 200억이라는 예산이 투여되는 이 사업은 문화도시가 되겠다고 신청하는 지자체는 많지만 정작 지역민들은 문화도시사업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고, 예산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의 구축, 사업선정 이후의 지속적 노력의 유무, 심지어 사업 선정이후 사무국 실무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사례 등 문제점이 많다.
정말 ‘문화도시’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문화도시 추진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Every City is Uinque). 이 특별한 도시들이 과연 문화도시 정책으로 위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