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진평왕 때 서라벌 안의 율리 마을에 설씨(薛氏)라는 평민에게는 아리따운 딸이 하나 있었다. 사량부의 소년 가실(嘉實)은 그 소녀를 짝사랑한 끝에 연로한 설씨의 군역(軍役)을 대신하고자 자청하여 변방으로 떠난다. 돌아오면 혼인하자는 약속을 하였지만 3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설씨는 딸의 강제혼인을 추진한다.
“제가 이미 마음으로 허락하였으니 죽어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라는 설씨 딸의 신념은 혼인 위기의 순간에 천우신조로 가실이 돌아옴으로서 해피 앤딩으로 끝을 맺는다. <삼국사기> 열전에 나오는 가실의 ‘여친’(여자친구) 이야기다.
선덕여왕! ‘성골(聖骨)로만 왕위를 이어야 한다.’라는 당시대의 강력한 분위기가 있었다지만 그녀는 신라 왕실의 첫 여왕으로 탄생하였다. 그 뒤로 진덕여왕, 진성여왕까지 신라는 3명의 여왕을 배출한 위대한 고대국가다. 진흥왕은 재위 37년(576년)째 되던 봄날에 처음으로 원화(源花) 제도를 만들었다. 처음에 임금과 신하들이 인재를 알아보지 못해 근심했는데 많은 사람을 무리 지어 놀게 해서 그들의 행동을 보고 인재를 뽑아 썼다. 삼국통일의 주역인 화랑(花郞)의 전신이다. 신라 ‘여친’(여성친화)의 한 일례이다.
여친! 여성친화도시(女性親和都市)가 있다. 남녀가 도시의 지역 정책과 발전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하여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보장되며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추구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서 지정하는 도시이다. 즉, 지역정책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의 역량강화, 돌봄 및 안전이 구현되도록 정책을 운영하는 지역으로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한 배려를 포함하여 만들어가는 도시이다. 모두 96개 지방자치단체가 선정되어 있으며 금년에 신규로 14개 도시가 선정되고 5년이 지난 7개 도시는 재지정 되었다.
2009년 처음 시행된 이 제도는 전북 익산시가 1호이며, 2년마다 선정하다가 2017년부터는 매년 선정하고 있다. 연도별 증가 추세를 보면 ’09년 2개, ’11년 30개, ’13년 50개, ’15년 66개, ’17년 86개, ’18년 87개, ’19년 92개, ’20년 96개, ’21년 96개 도시이다. 올해 여성친화도시 조성 우수 기관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전남 강진군은 지역 특화 여성일자리 사업인 ‘푸소(FU-SO) 체험’ 브랜드화로 여성농업인 경제소득 향상에 기여한 것이 본보기가 되고 있다.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경기도 용인시는 용인종합가족센터 운영 및 돌봄 공동체 ‘함께 쓰는 육아일기’ 등의 사업을 통해 양성평등한 돌봄문화 확산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 주었다.
경상남도 지난 5월 여성친화도시를 도내 전체 시군으로 확산하기 위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제1회 여성친화도시 공개 토론회 열었다. 충남 예산군은 여성친화도시 조성 위한 ‘청소년서포터즈단’을 위촉 했다. 대전시도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을 출범시켜 2년 동안 정책모니터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경주시도 여성친화도시로 선정 받고자 용역과 더불어 시민참여단까지 만들어 선정을 위한 준비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어서 다행이다. 시청 조직에 ‘장애인여성복지과’를 두어 ‘여성’의 복지를 전담하고 있으며, 여성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공영주차장에 여성이나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차면적 확대도 여성을 위한 활동이다. 이밖에도 뜯어보면 알게 모르게 여성을 배려하는 갖가지 시설물과 시책, 활동이 많다. 여타 도시들의 선행활동을 벤치마킹하고 기존 시설이나 활동은 더울 다듬으면 선정되는 것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리라. 아울러 ‘왜 민원(대면) 창구에는 여성만 배치할까?’, ‘마트의 계산대는 남녀가 번갈아 하면 되지 않을까’, ‘승진에서 왜 여성이 차별받을까?’, ‘용역에서 불러 같은 일을 하는데 여성은 왜 임금이 적을까?’ 이런 궁금증이 가지 않도록 각급 기관단체들과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면 좋은 답을 구할 것이다.
생활밀착형 양성평등이 시작되는 ‘여성친화도시’, “귀가할 때 어두운 골목길을 안심하고 다실 수 있도록 방범과 관련된 안전 정책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돌봄 시설이 집 근처에 생겼으면 좋겠어요”, “취업 과정에서 특정 성별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성가족부 기자단 블로그 메인에 떠 있는 글귀이다. 우리 모두가 말하고 싶고 바라는 글이기에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
지난해 실패를 거울로 삼아 신라의 ‘여친’, 한국의 ‘여친’을 향한 “여친도시 경주”를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