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에서 화상으로 인터뷰 중이던 벨기에 어느 시장이, 팬티바람인 걸 들켜 웃음거리가 되었다. 코로나가 써 내려가는 새로운 지구 문화사(文化史) 중 하나다. 힘든 시간이 지속되자 코로나 전후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전의 삶이 더 좋았을까? 아님 과정이야 힘들고 아프지만 코로나 이후의 삶이 더 나을까? 아직 그 영향권 속이라 정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학생들 중 한 둘은 저 정치인처럼 팬티바람으로 강의를 듣고 있다는 사실이다.
드라마나 영화로 캠퍼스 라이프를 꿈꿔 왔을 신입생은 아쉽지만 지금 비대면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 비싼 학비를 냈지만 교육 방송(EBS)을 보며 커온 신입생들에게 감동을 줄 만한 강의는 솔직히 별로 없을 것 같다. 준비가 안 되어 있었으니까.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처음이다.
온라인 강의는 날 것 그대로의 카오스(chaos: 혼란) 상태였다. 어떤 학생이 열강 중인 교수님을 강퇴(강제 퇴출)시킨 일도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들이 수업 중인 걸 모르는 엄마가 “니가 벗어 놓은 양말은 니가 좀 치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강의를 듣던 모든 학생들도 그 어머니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고. 얼굴이 빨개진 그 학생은 얼른 마이크를 끄기라도 했지, 유튜브에서 본 비슷한 상황의 한 외국 학생은 더 큰 소리로 “엄마, ** 좀 그만하라고! 나 지금 수업 중이야!”라고 해 강의 듣던 모든 사람들을 경악케 한 사건도 있었다.
수업 도중에 오신 택배 기사님이 새 침대를 조립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게스트 참여형(?) 수업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도 수업 내용보다 침대 조립이 더 기억에 남았으리라.
주로 켜진 마이크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우렁찬(!) 방귀나 트림 소리, 심지어 코 고는 소리(잠시 조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자는) 등의 생리현상, 통제가 안 되는 애완견 소리, 왕왕대는 TV 소리까지, 평범한 가정이 얼떨결에 강의실이 되자 일반적인 소음은 공포가 된다.
누군가 은밀히(!) 시도하는 먹방도 문제다. 수업 도중에 과자 정도를 집어먹는 건 뭐 그럴 수 있다. 라면 등 아예 식사 중인 학생도 있다. 비디오는 꺼둔 채 어디서 “후루룩~쩝쩝”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요즘 애들은 국물 음식을 참 좋아하네’ 문화사적 깨달음도 얻게 된다.
개강 첫날부터 많은 학생들이 일시에 접속을 해 서버가 터지기도 한다. 매 수업마다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라는 문구만 봤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수업 시작하며 출석을 부르는데 기술적인 문제인지 마이크가 작동을 안 되는 일도 생긴다. 다급했던 나머지 종이에다 ‘저 왔어요!’ 라도 써서 흔드는 친구가 있다. 카메라만 쳐다보니 눈이 아픈 교수님이 “잠시 쉴게요” 하고 자리를 비우면 남아 있던 학생들은 서로 근황을 묻고 수업 채팅창으로 문자를 주고받는다. 새로 산 헤드셋을 자랑하고, 앉고 있는 강아지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온라인 수업이라 가능한, 거의 ‘온라인 집들이’ 수준이다.
영국 BBC 방송에서 진행한 부산대 교수와의 실시간 인터뷰가 화제가 된 적 있다. 저번 대통령 탄핵에 관련한 정치외교학과 교수(Robert E Kelly)와의 생방송 인터뷰였다. 문을 잠그지 않은 게 화근이다. 흰색 안경을 쓴 꼬마 숙녀가 춤을 추며 들어오는 걸로 각본 없는 쇼는 시작된다. 컴퓨터에다 뭐라고 말을 하는 아빠가 궁금했을 뿐인데 아빠는 연신 팔을 내저으며 딸을 막는다. 그래도 아이의 호기심은 이길 수 없다. 급기야 보행기를 타고 나타난 갓난쟁이(8개월)도 거든다. 정확히 2초 후, 바지춤도 제대로 못 올린 아기엄마가 뛰어든다. 화장실에서 급하게 나왔을 거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 시청자들은 탄핵과 남북 정세의 상관관계는 더 이상 관심 밖이다. 카메라에 안 잡히려 애 엄마는 침대 옆으로 납작 엎드려 보지만 그 모습까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두 명의 방해자를 끌고 낮은 포복으로 화면에서 벗어나려는 엄마(세 번째 방해자)는 닫힌 문과 또 한 번의 실랑이... 방해꾼들이 모두 사라지자 이미 끝나버린 인터뷰에 “엄중한 상황에 웃을 수 있어 좋았다”, “아기의 어깨춤은 최고”, “몇 번을 봐도 귀엽고 웃음 터져”라는 반응 댓글들이 폭발한다. 코로나가 선사한 새로운 문화에 세상은 좌충우돌 적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