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주시민들이 경주남산종주에 대해 일종의 선망(羨望)을 품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뜻 종주해볼 결심을 잘 못 낸다. 남산을 종주하면 몇 킬로미터나 될까?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그걸 잘 모르다 보니 한 코스씩 따로 떼서 오르기를 즐기는 편이다. 삼릉, 포석정, 상서장, 불곡, 통일전 등이 주요 출발지다.
유명 페부커인 지연화 씨가 이 선망의 대상에 시원한 답을 내주었다. 지난 5월 22일 지연화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팅에는 도당 터널에서 출발해 금오봉을 찍고 다시 고위봉까지 갔다가 출발지인 도당산 터널로 돌아온 총 걸음수를 올렸다. 이게 무려 4만5683보다. 산 아래에서의 걸음수를 빼더라도 대체적으로 4만보는 족히 되는 셈이다. 걸린 시간은 총 7시간 걸렸다고 설명했다. 연장 30km ! 100리가 40km인데 무려 75리를 걸은 셈이다. 보통 하루 1만보만 걸어도 건강한 걸음수라고 하는데 4만5000보라니 이건 가히 압권이다.
재미있는 것은 지연화 씨가 ‘맨발 걷기’ 전도사라 도중에 등산화를 신고 벗고 반복하며 걸었다는 것이다. 신발을 신고 걸어도 어려운 산길을 신고 벗고 신고 벗고 하면서 걸었다고 하니 발이 무쇠인 듯하다. 비록 가장 먼 코스로 종주했다고 하지만 정작 지연화씨는 부부가 함께 걸으며 남산의 비경들을 보다보니 이 먼 길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고.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라 했다가는 큰 사단이 날지도 모른다. 지연화씨는 대표적인 경주의 철각(鐵脚) 소유자다. 맨발 걷기 전도는 기본이고 전국의 유명한 산을 꾸준히 올라왔고 자전거로 수도산 입구에서 보문호를 돌아오는 것쯤 ‘식은 죽 먹기’보다 쉽게 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남산 트레일런에도 참여했고 마라톤도 뛴다. 그러니 일반인이라면 쉽게 종주하기도 힘들 뿐더러 이렇게 빨리 다녀오기도 힘들다는 사실을 명심하실 것.
그렇다고 종주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남산은 유명한 명산들에 비해 비교적 완만한 경사면이 대부분이어서 이무기 능선 등 몇 개의 코스를 제외하면 쉽게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4만5000보 넘은 지연화 씨 남산종주는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마음먹고 남산종주에 달려 드는 또 다른 지연화 씨가 탄생하는데 좋은 바로미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