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 제2관 증축이 가시화 된 가운데 경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시립미술관 건립에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 증축사업이 ‘2021년 상반기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미술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에서 통과됐다.
공립미술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는 지자체가 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중앙정부의 행정절차로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립미술관 건립목적의 타당성과 필요성, 운영계획 적절성, 전문성 확보 노력, 지속발전가능성, 소장품의 문화적 가치,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포항시립미술관 김갑수 관장은 지난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미술관 증축을 오래전부터 계획했었다”면서 “시와 시의회에 공감대를 얻기 위해 미술관 증축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고민을 하며 준비했다”고 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지난해부터 제2관 건립을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하는 등 미술관 건립 준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해왔다. 사전평가 신청 서류접수를 시작으로 1차 서면평가와 심의를 통과했으며, 2차 대상지 현장실사 평가를 받았다. 이어 3차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적정’으로 통과된 것.
이에 제2관은 2024년까지 총사업비 241억7100만원(도비111억4600만원, 시비 130억2500만원)을 들여 현재 포항시립미술관이 위치한 환호공원 51만 6779㎡부지 내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들어서게 된다.
김 관장은 “포항시립미술관은 규모가 크지 않은 미술관이다 보니 전시 준비 및 철수 단계에서 냄새, 소음, 분진으로 인해 미술관 전체를 휴관해야 했다. 정기휴관과 전시 준비 기간으로 인한 휴관일수가 50여일정도 되다 보니 운영의 연속성이 문제점으로 대두돼 왔으며, 협소한 교육 공간으로 인해 지속적이고 활발한 교육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했다. 또 “이번 제2관 건립을 통해 미술품 수집, 보존, 연구, 전시 중심의 고전적인 미술관 역할로 본래 기능에 충실한 제1관과 지역 소통형 커뮤니티 중심의 제2관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역할과 기능을 분담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세계 유일의 스틸아트 뮤지엄으로 정체성을 확고히 할 계획을 밝혔다.
앞서 경주시는 지난 7일 시청대회의실에서 ‘경주시립미술관 착수보고회 겸 추진위원회’를 가졌다. 경주시는 경주시립미술관 건립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듯하나 미술관 건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미술관건립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 및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지난해 4월 천북면 물천분교 폐교 터에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겠다고 나섰던 경주시는 시의회 반대를 이유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솔거미술관 부지와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옥건물을 시립미술관 건립 후보지로 제시했지만 아직 부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날 착수보고회 후 진행된 추진위원회에서는 호선을 통해 권영길 전 경주시의회 의장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위원은 당연직 2명과 도의원 2명, 시의원 2명, 문화예술 단체장과 갤러리 대표 등 위촉직 16명 총 18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날 추진위원회에서는 △접근성 확보 △신설되는 시립미술관 벤치마킹 필요 △복합문화공간으로 공적역할 확대 △분야별 소위원회 구성 등의 의견을 모았다.
권영길 추진위원장은 “시립미술관 건립에 있어 외국처럼 잘 지으려고 하면 예산 수반이 어렵고, 예산에 맞추면 건물 완성도가 문제 될 것이다. 고민스럽고 어려운 일인만큼 시민들의 중계에 따라야 할 것 같다”라면서 “부지선정도 문제다. 소위원회를 구성해 부지를 선정하고 미술관 정체성 수립을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립미술관은 경주의 문화적 위상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립미술관 건립 타당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최양식 전 시장이 재선 공약으로 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시의회 의장이었던 권영길 추진위원장은 “당시 경주엑스포공원과 경주예술의전당에도 미술관 공간이 있다고 판단해 미술관 신축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운영비 등의 막대한 지출이 우려돼 예산 관계상 유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갑수 관장은 “시립미술관의 건립은 지자체의 의지가 확실히 있어야 하며 먼저 관장, 학예사 등 전문가들을 뽑고 그들이 이 일을 구체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 인구수, 문화 소비지수 등 주변 조사까지 치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면서 면밀한 사전검토와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경주는 ‘금관의 도시’, ‘황금의 나라’라고 할 때 주력하는 것에 따라 미술관이 달라지고 건축 공간, 수장고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라는 연구 없이 건물을 지으면 안 된다”라면서 “낭만적으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된다. 충분한 데이터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