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띠’라는 말이 있다. 표준어로는 ‘농땡이’로 ‘일 따위를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일’로 나온다. 그러나 농띠라는 말에는 다소의 불량스러운 태도나 행동도 섞여 있어 학생에게 적용될 경우 공부에 게으로고 사소한 교칙을 어기는 것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학생신분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것도 농띠에 포함된다.
학교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일 이외에도 신경 쓸 일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이런 ‘농띠’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말썽을 피는 학생들도 더러 있고 크고 작은 사고로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학생들을 한 편으로는 벌주기고 하고 한편으로는 일일이 다독거려가면서 사람구실 하도록 만드는 것이 선생님들의 적지 않은 고민꺼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생님들의 노고로 농띠나 문제아들이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사회에서는 의외로 잘 사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학교에서 모범생이던 친구들에 비해 융통성이나 대인관계가 좋아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졸업생들도 다수 생긴다. 청소년기의 일탈이나 방황을 붙들고 교화시키는 선생님들의 노력이야말로 이런 졸업생들에게는 귀하기 이를 데 없는 고마움이고 추억이다.
한편으로 학창시절 농띠 부리고 사고 치던 학생이 사회에 잘 적응해 훌륭한 모습으로 학교를 찾는 것은 선생님들에게는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할 것이다. 다수의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학생들보다 자칫 엇길 가기 쉬운 몇몇의 학생들에게 마음을 쓰는 선생님들은 졸업하고 나면 더 존경스럽고 고맙게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광고사’ 대표 박성범 씨가 페이스 북에 모교 방문한 포스팅을 올렸다. 박성범 씨는 스스로 학교 다닐 때 농띠도 치고 사고도 쳤다고 고백하며 스승의 날을 맞아 모교인 경주중학교와 경주고등학교를 방문, 150여 선생님들과 교직원분들께 작은 존경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어떤 농띠를 쳤고 어떤 사고를 쳤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았고 어떤 선물을 해드렸는지도 일부러 물어보진 않았지만 모교에 대한 박성범 씨의 마음은 알 수 있을 법하다.
아마도 이 포스팅에 ‘좋아요’ 누른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나 댓글 단 사람들의 마음도 기자와 비슷할 것이다. ‘잘 키운 농띠 하나 열 모범생 부럽지 않다’는 말을 은연중에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학교 다닐 때는 농띠였을지 몰라도 사회에서는 마음 넉넉한 모범시민이 분명한 박성범 씨에게 스승의 날은 여느 사람들보다 훨씬 각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