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속 조선시대 회화는? 조선시대 초상화는? 민화란? 조선후기 풍속화는? 조선시대 어진 제작은?...,
수 년 전 대구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간송특별전 ‘조선회화 명품전’에서나 봄직한 조선조 회화들이 유수한 학자들에 의해 해석되는 강좌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지난 5월 6일부터 인문학강좌 ‘조선시대 회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그것.
지난 6일부터 다가오는 6월 24일까지 매주 목요일 열리는 ‘인문학강좌-조선시대 회화’ 강좌는 조선시대 회화를 장르별로 나눠 총 8회 강의로 구성하고 있다. 5월 강의 중 홍익대학교 한정희 초빙교수의 ‘동아시아 속의 조선시대 회화’를 시작으로 덕성여자대학교 박은순 교수의 ‘조선후기 진경산수화 성격과 변천, 그리고 의의’, 의재미술관 이선옥 관장의 ‘선비의 벗 사군자’는 이미 성황 속 진행되었으며 오는 27일 명지대학교 이태호 초빙교수의 ‘조선후기 풍속화’를 남겨두고 있다. 이어 6월에는 조선시대 민화, 초상화, 조선시대 어진, 궁중회화에 대한 강의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별히 이번 강연은 코로나 기간 중 시행되는 것이어서 한정된 인원만 현장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경주박물관 유튜브에서도 강의 이후 일주일간 녹화영상을 공개하고 있어 오히려 지역적 한계를 넘어 많은 이들이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개설하고 있는 ‘조선시대 회화’ 총 여덟 강좌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우리 회화들을 이해한다면 향후 박물관에서 열리는 회화 전시에도 더욱 공감대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상(紙上)에서도 조선시대 회화를 상편과 하편으로 구성해 펼쳐, 진행됐던 강좌와 진행될 강좌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정리해 볼 예정이다. 이번호에서는 그 상편으로 5월 한 달 간 진행된 강좌부터 소개한다.
-‘동아시아 속의 조선시대 회화’...조선 왕조 미술문화는 독자적이며 격조 있는 문화 창출
5월 한 달 간 진행된 강좌부터 살펴보자. 먼저 ‘동아시아 속의 조선시대 회화’에서 한정희 교수는 ‘조선시대의 오랜 기간 중 동아시아 삼국은 사상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각기 상이한 여건에 있었기에 다른 문화를 유지해왔으며 그에 따라 미술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고 전제했다.
그는 산수화, 문인화, 풍속화, 서양의 영향 등으로 나누어 개괄적으로 살펴보면서 산수화와 문인화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선 시대에도 유사한 전개를 찾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산수화와 문인화는 조선적으로 변모하고 중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다양한 이미지들을 창출해 좀 더 해학적이고 여유로운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8세기의 실경산수화와 풍속화는 19세기에 들어서면 창의력을 잃고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면서 이 공백을 메꾼 추사 김정희와 그를 따르며 진정한 문인을 지향했던 여항문인들의 지지에 힘입어 추사가 추구하던 문기 넘치는 문인화가 화단을 지배하는 상황이 되었으나 19세기는 이미 문인화를 추구하는 시대는 아니었다고 한다.
또 기독교 신앙뿐 아니라 서양의 존재나 문화까지도 과도하게 거부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상당한 무지함을 드러냈다고 꼬집는다. 한 교수는 ‘미술에 한정해 봤을때 조선은 자부심을 가질 만한 순간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 500년에 걸쳐 조선 왕조의 미술문화를 종합해보자면 나름대로 독자적이며 격조 있는 미술 문화를 창출하면서 잘 이끌어 왔다’고 평가했다. -‘조선후기 진경산수화 성격과 변천, 의의’...18세기~19세기 진경산수화 4단계로 나눠
덕성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은순 교수의 ‘조선후기 진경산수화 성격과 변천, 그리고 의의’에서는 ‘진경산수화는 18세기 전반에 제작되기 시작한 이후 19세기까지 여러 화가들에 의해 꾸준히 그려지면서 조선후기 회화를 대변하는 분야가 되었다’고 하면서 오랫동안 제작되는 과정에서 현실과 자연, 예술에 대한 사회적, 사상적, 개성적 요인을 반영하며 변화했다고 전제했다.
박 교수는 18세기에서 19세기까지의 진경산수화를 4단계 또는 종류로 나눠 설명하면서 그 형성배경과 특징, 회화적인 양상의 변천을 ‘18세기 전반 경 정선과 그 주변의 낙론계 선비들에 의하여 형성된 천기론적 진경, 18세기 중엽 경 진경에 대한 관심이 저변화되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선비화가들이 추구한 사의적(寫意的) 진경, 18세기 후반 경 현실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서양 투시도법의 수용에 따라 나타난 사실적(寫實的) 진경, 19세기 이후 이전 진경산수화의 개념과 화풍을 전통 및 전범으로 활용하면서 형성된 절충적(折衷的) 진경’으로 나눠 정리했다.
먼저, 정선과 천기론적 진경산수화는 선비화가 겸재 정선이 18세기 전반 경 조선에 실재하는 경물을 다룬 진경산수화를 그리면서 진경산수화의 기반을 정립시켰다고 했다.
‘사의적 진경산수화는 진경을 그릴 때 대상의 재현을 강조하기 보다는 화가의 주관적인 의취(意趣)와 감흥을 중시하고 사실성보다는 사의성을 중시한 진경산수화를 가리킨다며 이를 그린 선비화가들로는 김윤겸, 이인상, 심사정, 강세황 등이 있다’고 했다.
한편, ‘8세기 중엽 이후 시각적 사실성을 강조하는 사실적 진경산수화는 겸재 정선에 의해 시도된 후 강세황과 같은 선비화가와 김홍도, 김하종 등 궁중에서 활동한 화원화가들이 제작했다. 이어 19세기에는 18세기에 활동한 여러 대가들의 진경산수화를 계승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정선, 강세황, 이인상, 김홍도 등 이전 대가들의 화풍을 습득해 대상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는 경향을 절충적인 진경산수화라 했다’고 설명했다.
-‘선비의 벗 사군자’...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수묵으로 간결하게 그릴 수 있는 사군자
의재미술관 이선옥 관장의 ‘선비의 벗 사군자’에서는 ‘고고한 기품의 매화 그림은 조선 초기 작품으로 분명히 밝혀진 것은 없으나 15·16세기 청화백자나 문인들의 모임장면을 그린 계회도(契會圖)에 대나무와 함께 매화가 그려진 예가 많은 것은 이들의 상징성을 활용하여 당시 매화도가 크게 유행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 후기의 매화도는 조선 중기의 깔끔하고 강인한 특성의 매화와는 달리 서정적인 특징을 보인다’면서 ‘조선 후기 문인들 중에는 매화를 관념의 상징물이 아닌 순수한 심미적 대상으로 받아들였고 18세기 후반에 보인 매화도의 변화는 19세기 초반 조희룡과 여항화가들의 매화도에 이르러 화려한 변모를 보인다’고 했다.
‘맑은 향기 머금은 난 그림은 고려에 이어 조선시대에도 꾸준히 그려졌던 것으로 보이나 기록에 의할 뿐 조선 초기 작품으로 남아있는 것은 없다’면서 김정희의 ‘불이선란’과 김정희의 난 그림을 배웠다고 하는 이하응의 묵난화는 여러 형식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화그림도 조선시대 초기부터 기록은 있지만 실제로 남아있는 것은 많지 않고 현전하는 작품도 전칭 작이거나 화조화나 초충도의 일부로 그려진 경우이지만 국화에 대한 여러 기록으로 보아 현재 남아있는 그림보다는 많은 그림이 그려졌을 것’으로 해석했다.
‘허심의 공간미 담은 대나무 그림은 고려시대를 이어 조선시대 전 시기를 통하여 묵죽에 대한 애호는 끊임이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조선 초·중기에 가장 성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묵죽화가 많이 그려진 것은 대나무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늘 글씨를 쓰는 선비들이 필법을 응용하여 간단히 표현해낼 수도 있는 소재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문인화는 문인 각자의 학문과 교양, 그리고 글씨를 쓰는 필력을 바탕으로 대상에서 받은 감동을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해 내는 특징이 있다. 수묵으로 간결하게 그릴 수 있는 사군자화는 그러한 목적에 잘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조선후기 풍속화’...사대부 중심의 유교사 아닌 인간의 역사로 조선시대 이해하는 귀중한 문화 사료
오는 27일 열릴 명지대학교 이태호 초빙교수의 ‘조선후기 풍속화’ 강좌에서는 조선후기 풍속화의 발달과 단원 김홍도·혜원 신윤복, 조상들의 성풍속도를 대변해주는 춘화 등의 주제로 강좌를 펼칠 예정이다.
이 교수는 ‘18세기에 들어서면, 근대사회를 여는 조짐 속에서 그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문화변동의 폭이 뚜렷해지면서 조선후기 사회변동과 문예풍토 속에서 현실 삶을 소재로 한 풍속화가 유행한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전제한다.
‘민중의 생활상이 독자적인 회화예술의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하며 이들 풍속화는 조선후기 사대부 사회에서 일어난 민중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읽게 해주며 그만큼 민중의 사회적 위상이 커진 것을 시사하는 것’이며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 등 대가를 통해 당대 풍속화에서 변모하는 사회상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어 그는 ‘조상들의 성풍속도를 대변해주는 춘화’라는 카테고리에서 신윤복 이후 풍속화가 급격히 퇴조하는 경향에서, 19세기 풍속화의 새로운 변화로서의 춘화의 등장을 소개한다. 이는 조선문화가 사대부적 권위에서 벗어나 현실 변화를 담아내고 새로운 서민 향수층과 함께 대중화 세속화하는 경향성과의 관계로도 풀어나간다. 또한 조선시대를 유교적 전통사회로 보는 것이 통념이지만 현존하는 춘화는 성리학을 신봉한 사대부 중심의 유교사가 아닌 사람이 살았던 인간의 역사로 조선시대를 바라보게 해주는 귀중한 문화 사료’라는 측면을 읽게 해 줄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회화’ 인문학강좌는 ‘신라’에 한정시켜 진행해 온 것에서 다른 시도이자 움직임”
이번 강좌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국립경주박물관 최선주 관장은 “올해 인문학강좌 주제를 특별히 ‘조선시대 회화’로 정한 것은 기존에 잘 다루지 않던 주제라 생소할 수도 있겠으나, 기존 강좌들이 주로 국립경주박물관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신라에 한정시켜 진행해 온 것과는 다른 시도이자 움직임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문학강좌의 주제는 우리의 역사 문화를 보다 광범위한 인문학적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개설된 것으로, 지난해 ‘한국건축산책’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것도 이러한 인문학강좌의 방향성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경주를 신라시대에 국한해 바라보기 보다는 신라 이후의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적 지층과 켜를 염두에 두고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것을 권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예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이번 강좌는 장르와 시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시각으로 경주와 박물관의 역사·문화를 감상하는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강좌의 의미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