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초반 유학생으로 시작한 영국 생활이 벌써 두번이나 강산이 바뀌고 다시 절반의 강산이 바뀐 시점에 서 있다. 아직은 이국땅에서 생활한 세월이 한국에서 자란 세월 보다는 조금 짧은 탓 일까, 여전히 내 마음은 서울 어디에서 머물기도 하고 고향땅 경주 어느 한 곳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가 많다. 이국땅에서 살아온 세월만큼 영국 사람들과의 교제의 반경과 폭도 넓어 진듯 하다. 더욱이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유럽에서도 폭발적으로 증가 하면서, ‘something on Korea’는 무엇이든 외국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SAMSUNG, LG , HUNDAI 정도를 이야기해야 어께에 살짝 힘을 주고 목소리에도 기운이 좀 들어갔는데, 요즘은 K-FOOD, K-POP, K-FILM 등등 화두가 너무나 다양해서 한국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좋아진 셈이다. 한국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필경 내 고향 경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사실 내 모국 한국 이야기 하는 것보다, 내 고향 경주 이야기 하는 것이 내게는 훨씬 더 신나고 재미나고 활력이 있고 자신감도 충만하다. 그래서 “당신이 한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내 고향 경주를 방문을 해야 한다. 한국을 방문하면서 경주를 가보지 않는 것은 이탈리아에 가서 로마를 가 보지 않는 것과 같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상대는 ‘어 그래? 경주가 어디야? 서울에서 얼마나 멀어?” 라고 질문한다. 그러면 나는 구글의 도움을 받아 경주에 대한 장황설을 신나게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 때 아주 매끄럽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는 나의 경주 자랑이 ‘where you eat’에서 덜컥 발목 잡힐 때가 많다. 즉 나의 경주 자랑이 ‘where you drop’과 ‘where you stay’에서는 너무도 많은 시청각교제가 있는데 ‘where you eat’에서는 ‘이거다’라고 보여 줄 수 있는 자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2017년 여름에 나는 전주국제한식조리학교에서 한식진흥원(당시 한식재단)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한식 전문강사 양성과정-해외 한식 전문강사 과정’에 참가 했다. 해외에서 많은 대가들이 교육에 참석했고 교육 구성 또한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알차게 구성이 되어서 힘들게 교육 받았다. 저녁에는 엄선된 한식당을 찾아가서 직접 현장에서 음식이 어떻게 나오는지 살펴보고 맛도 보고 주인과 수석 요리사로부터 음식에 관한 현장 강의도 듣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런데 전주는 정말 미식의 도시라 할 만큼 맛있는 음식점이 많았다. 한국에서 한 도시의 정체성을 ‘음식’으로 설정하고 대외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한 도시로는 전주가 유일하다. 도시 어디를 가도 어떤 식당을 들어가도 맛있고 정갈한 음식이 많았다. 그리고 그 음식을 조리하는 분은 음식의 장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정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주 국제한식조리학교에서는 산학을 함께하는 강사들이 많이 계셨는데 이 또한 부럽기 짝이 없었다. 전주는 또한 미식의 도시답게 김치에 관련된 연구소가 많았다. 세계김치 연구소를 비롯하여 약선연구원에서 김치를 응용하는 요리 또한 특강으로 배울 수 있었다. 전주비빔밥이 왜 한국에서 대표 비빔밥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전주에 가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한 마디로 전주는 ‘where to eat, what to eat’에 대한 고민이 전혀 필요가 없는 도시인 셈이다. 교육을 받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고민과 아쉬움은 바로 ‘내 고향 경주’였다. 도시의 브랜드로 치면 전주와 경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내 고향 경주는 우위에 있다. 그런데 ‘where to eat, what to eat’이라는 문제를 놓고 볼 때, 나는 전주가 한없이 부러웠다. 전주와 경주는 서로 다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도시다. 그러나 음식은 브랜드 경주의 확장성에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에 자명하다는 이유를 나는 여러 차례 이 지면을 통해서 강하게 개진한 바 있다. 전주는, 여러모로 음식에 관한 도시의 브랜드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볼 때,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 사람들에게 내 고향 경주를 이야기 할 때 ‘where to eat, what to eat’에 대해서도 한 치의 고민 없이 술술 이야기 할 날이 있기를 학수고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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