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에서도 내년 3월부터 자전거를 저렴한 비용으로 어디서나 쉽게 빌리고 탈 수 있는 공영자전거가 운영된다.
지난 7일 열린 경주시의회 제25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경주시가 제출한 ‘경주시자전거이용활성화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원안 가결함에 따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경주시 공영자전거 운영을 위한 조례안`은 지난해 12월 경주시의회 제256회 정례회 경제도시위원회에서 표결 끝에 부결됐다가 내용을 보완해 이번 임시회에서 통과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영자전거를 도입하려던 당초 계획이 지연되긴 했지만 뒤늦게나마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경주시 공영자전거가 운영되면 시민과 관광객 누구나 1000원의 이용료만 내면 마음껏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게 된다. 시는 도심지 8개(용강동, 황성동, 동천동, 성건동, 중부동, 황남동, 황오동, 월성동) 지역과 유동인구가 많은 선도동, 현곡면 등 2개 지역 총 10개 지역에 무인 대여소 70여개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공영자전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스마트폰 앱 또는 교통카드로 쉽게 대여·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영자전거 300대를 대여소 곳곳에 비치할 계획이다. 요금은 연회원(12개월) 3만원, 반기회원(6개월) 1만8000원, 월회원(30일) 5000원, 주회원(7일) 2500원, 비회원(1일) 1000원으로 모두 90분 기준이며, 초과시 30분당 추가요금 500원이 부과하기로 했다. 또 공영자전거와 대여 현황을 통합 관리할 관제센터, 홈페이지 등도 함께 구축할 방침이다.
경주시의 공영자전거 운영은 친환경 이동수단 구축과 경주시민 및 관광객들에게 이동의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을 먼저 시작한 지자체들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성공적인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영자전거 운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진 서울시 ‘따릉이’ 사업의 경우 ‘시민이 공감하는 서울시 정책순위’에 3년 연속(2017~2019년) 1위에 선정될 정도로 성공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최근 일부에서 서울시가 ‘따릉이’ 운영으로 많은 예산을 까먹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지만 공영자전거 운영은 국가나 지자체가 이익만을 따질 수 없는 공공부문이며, 시민에게 제공하는 교통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더 타당해 보인다.
천년고도 경주는 매년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우리나라 대표 역사문화관광도시이다. 많은 문화유산과 주요 관광명소가 근거리에 있어 자전거를 이용한 관광은 매우 효율적일 수도 있다. 관광객들에게 자전거 타기 좋은 경주의 이미지를 심어 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경주시가 공영자전거 운영에 성공하려면 자전거 주행을 위한 기반시설을 비롯한 환경 개선이 중요하지만 도로 여건은 열악한 수준이다.
현재 경주시 자전거도로 여건은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한 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 경주지역 자전거도로 전체 길이는 210km에 달한다. 이중에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자전거전용도로’는 시민들이 운동하는 서천, 북천둔치 등 40km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인도에 자전거도로가 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140km에 달해 전체 자전거도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또 동해안지역 중심으로 차량과 같이 다닐 수 있는 ‘자전거우선도로’도 30km에 달한다. 현재 경주지역에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전용도로’는 20%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경주시가 추진하는 공영자전거 운영의 대상 도로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시는 공영자전거 운영에 앞서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시설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물론 도로개선 등은 짧은 기간 내에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자전거와 보행자 중심의 경주시 교통망 구축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공영자전거 운영이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초기에 제대로 준비해 시행해야 한다. 부족한 자전거 보관대를 충분히 확충하고 무인 대여소도 적재적소에 배치해 이용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경주에 맞는 자전거 운행규칙 또한 점검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추진 의지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시가 공영자전거 운영을 현실적인 교통 환경 여건에 맞춘다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보다 장기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 수립과 추진이 요구된다.
시는 이번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통해 경주지역에 맞는 가장 편리하고 친환경적인 교통복지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각오로 제대로 된 ‘경주시 공영자전거’ 사업을 추진하길 바란다. 경주가 자전거 이용의 일상화를 통해 시민들이 건강해지고 환경 또한 좋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