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선사한 최악의 선물 중 하나는 뱃살이다. 허리 주변으로 선명하게 자리 잡은 살들이 심상치 않다. 앞으로 숙이면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한번 붙으면 웬만히 노력해서는 잘 안 빠지는 뱃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는 말한다. 가만히 있어도 살이 빠진다고. 농담이겠지 하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는 그냥 있어도, 다시 말해 숨만 쉬는 데도 꽤 많은 열량을 소비한단다. 하루 기준 심장, 뇌와 콩팥은 약 400칼로리를, 간은 약 200칼로리를 소비한다. 하루 세끼 먹고 소화하는 과정만 해도 몸의 하루 에너지 요구량 중 약 10분의 1이 소모된다. 서 있기만 해도 시간당 107칼로리가 소모된다. 걸으면 180칼로리가 소비되고. 재미난 실험도 있다. 피실험자들에게 평소처럼 텔레비전을 보게 하다가, 광고가 나올 때마다 방을 돌아다니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시간당 65칼로리, 저녁 내내 따지면 약 240칼로리가 더 소비되더란다. 반대로,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2배, 심근경색이 일어날 가능성도 2배,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도 2.5배라고 한다. 서있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면, 걸으면 얼마나 빠질까? 일본에서 만든 아시모(ASIMO)라는 로봇이 있었다. 키가 120cm이고 몸무게가 43kg 정도 나가던, 사람 닮은 로봇이다. 세계 최초의 2족 보행 로봇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로봇이 사람을 흉내 낼 정도로 과학 기술이 발전했구나 하고 놀랐고, 인간의 걷는 행위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걷기는 생각보다 훨씬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두 발은 균형을 잡아 중력에 끝없이 저항해야 한다.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면서 다리가 몸을 따라잡도록 해야 한다. 한쪽 발을 땅에서 떼고 있는 시간이 최대 90%에 달할 정도다. 그러니 의식을 하던 안 하던 우리는 끊임없이 균형을 조정하는 셈이다. 인터넷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어떤 술 취한 아저씨가 발을 씻겠다고 세면대에 한쪽 발을 올렸다. 그런데 씻으려고 보니 밑에 발이 하나 더 있더란다. 그것마저 올리다가(!) 난리가 났다고. 흐름과는 상관없는 실없는 소리다. 아무튼 걷기의 핵심은 균형이고 중심을 잡으며 걷는 과정에서 살은 자연스레 빠진다는 말이다. 250종(種)의 영장류 중 오직 인간만이 두 발로 다닌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논리와 상상의 토대인 뇌만큼, 직립보행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본질이라 해석한다.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걸음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출 게 있다. 먼저 엉덩이에 큰볼기근(대둔근)이라는 커다란 근육이 필요하다. 발목에는 다른 유인원에게는 없는 아킬레스근이 있어야 한다. 또 걸음에 탄력을 주기 위해 발바닥에 오목한 아치가 있어야 한다. 중력도 무시할 수 없다. 무게 분산을 위해 척추는 휘어져 있어야 한다. 이렇게 걷기에 최적화된 우리는 그럼 왜 안 걸으려는 걸까? 살도 빼고 ‘내가 바로 인간이다’ 존재감도 드러낼 수 있는데 말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 주위에 삥 둘러앉아 잘한다고 박수까지 치면서 말이다. 걷는 게 우리의 일상이 된 만큼 그 대가는 혹독하다. 주변을 보면 만성 요통이나 무릎 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르신들이 많다. 특히 여성들이 그렇다. 그뿐만 아니다. 직립보행으로 골반이 좁아지는 바람에 여성은 출산할 때 엄청난 고통과 위험에 노출된다. 지구상에서 인간만큼 출산할 때 사망 위험이 높은 동물은 없다고 한다. 인간만이 가지는 진화론적 숙명이다. 그럼에도, 아니 그러니까 우리는 더 걸어야 한다. 제레미 모리스라는 영국 의사는 런던의 명물(名物) 이층 버스에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운전사와 그만큼 서서 일하는 버스 차장을 추적 조사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다. 운전사가 차장보다 심근경색에 걸릴 위험이 2배 높더란다. 운동과 건강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성이 처음으로 밝혀진, 1940년대 말의 일이다. 조심할 것은 운동 후 소모한 것보다 평균 2배나 많은 열량을 바로 섭취한다는 사실이다. 운동했다는 뿌듯함에 마음껏 먹었다간 살이 더 찐다는 말이다. 이건 내 이야기다. 지금 옆에서 초콜릿을 까고 있는 와이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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