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왕의 뒤편에 서 있었을 법한 다섯 개의 봉우리가 마치 빌딩 숲처럼 보이기도, 황남의 어떤 능처럼 보이기도 한다. 빛이 들어오면 숨겨졌던 색이 발하며 달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김민 作, 일월오봉도>
갤러리란(대표 김정란)에서 황남을 주제로 한 네 번째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2018년 3월, ‘황남-첫 번째 이야기’를 개관전으로 문을 열었던 갤러리 란은 매년 ‘경주 그리고 황남 이야기’를 미술가의 시선으로 재구성해 관람객들에게 관광의 다양함과 예술적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경주청년작가회(회장 임재희)를 초대해 일월오봉도, 목련, 돌담길, 도시의 외곽, 소식, 릉, 황남, 연화향로도, 장신구, 연화도, 돌고 돌고 돌고 등 젊은 경주미술인들의 시각에서 재탄생한 작품 17점을 전시한다.
경주청년작가회는 경주의 청년 예술정신을 잇고 청년 예단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로 해마다 정기전을 가지며 청년 작가들 간의 상생발전과 소통의 장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출범 20주년이 되는 해다. 전시에는 김 민, 김민희, 김봉화, 김서한, 신상영, 양윤정, 정혜영, 임재희, 조혜인, 최두헌, 최무상, 최한규 등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조명을 이용한 일월오봉도 작품을 선보인 김 민 작가는 “빛이 들어올 때와 빛이 없을 때 모습이 다르게 투영됩니다. 빛이 들어오면 숨겨졌던 색이 발하며, 달도 그 모습을 드러내죠. 작품은 더 이상 빛을 받는 것이 아닌 빛 자체가 작품이 되는 것입니다. 신조어이긴 하지만 이미 원시시대부터 있었을 법한 ‘불멍’. 그만큼 빛은 사람을 끄는 매력 있는 존재인 것 같아요. 현대인에게 밤은 오히려 낮보다 길고 화려합니다.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도시의 울긋불긋한 네온사인 불빛이 서로 겹쳐지면서 다른 색상을 만들어 내듯 이 작품은 현대인의 일상을 옮긴 것이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주청년작가회 임재희 회장은 “항상 가슴 한 켠이 설레어 오는 경주, 황남은 새로운 인연들이 연결되는 곳”이라면서 “‘경주 그리고 황남이야기’라는 주제로 기획된 이번 초대전을 통해 회원들 간 다양한 작업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됐다. 이번 전시를 통해 경주청년작가회가 지역 화단에서 입지를 굳혀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갤러리 란 김정란 대표는 “전통적인 한옥과 맛집이 밀집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경주청년작가회 회원들의 독특한 시선과 만나 신선한 전시가 마련됐다”면서 “‘경주 그리고 황남이야기’을 통해 경주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재발견 하는 재미를 찾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아래 관람이 가능하며 운영시간은 오전 11부터 오후 5시까지다. 월요일 휴관, 문의 070-7360-3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