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와 경주지역 문화단체, 경주시민들을 중심으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이하 연구소)의 승격과 인력확충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향후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구소의 현재 기관위상과 인력으로는 세계문화유산인 신라왕경 핵심유적을 비롯한 각종 중요 유적의 발굴조사, 연구, 정비, 보존, 관광자원화 등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 승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승격을 촉구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지난 11일 경주문화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소장의 직급 상향조정과 전문 인력 확대 등을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경주지역 시민단체와 국내 사학계·고고학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발족한 단체다. 조철제 경주문화원장, 진병길 신라문화원장,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 안재호 동국대 명예교수, 김권구 계명대 교수 등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시민모임은 연구소 소장 직급을 현재 4급 연구관에서 2급 고위공무원단급으로 상향 조정하고, 연구소 전문 인력을 대폭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통해 신라학, 경주학, 왕경학 연구가 융합적으로 이뤄지도록 해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응하는 역사문화자료의 콘텐츠 축적사업을 적극 수행하고, 주변국의 역사왜곡에도 적극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직제 승격 및 인력 확충을 통해 세계문화유산이자 신라왕경 핵심유적의 체계적 조사, 연구, 보존, 정비, 교육, 관광 등이 학술적으로 내실 있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에선 지난 3월 15일부터 7주 동안 24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명에는 경주시민이 1200여명 참여했다. 또 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비롯해 노중국 계명대 사학과 명예교수,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 이영호 경북대 사학과 교수, 최정필 세종대 명예교수, 최병현 숭실대 사학과 명예교수 등 국내 다수의 역사학자·고고학자들도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주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포한 서명 참여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 정부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직제승격 및 인력확충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업무 비해 열악한 연구소 조직 개선 촉구 시민모임은 현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직제로는 광범위한 발굴과 연구, 정비 등의 기능과 역할을 감당해 나기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판단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현재 연구소는 4급의 소장과 학예연구관 2명, 학예연구사 8명, 전문계약직 공무원 5명이 연구 인력의 전부”라며 “그 외 필요한 인원은 필요 시 계약직으로 충당해 발굴에 투입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행정운영과 소속 지원인력 10명을 포함해 연구소 정원은 27명이 고작이라는 것. 이에 따라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를 위한 학술조사연구와 발굴, 정비 등 광범위한 사업 규모를 감안하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는 “연구소의 광범위한 업무량에 비해 학예사와 학예관이 절대부족하고, 이들의 대부분이 계약직 공무원”이라며 “정규학예사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현재 제도 하에서는 소장의 직급이 격상돼야 하므로 기관승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월성이나 황룡사지 발굴조사는 공주나 부여지역 전체의 발굴보다 비중과 무게가 있는데 1명의 학예사가 맡아 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권구 계명대 교수는 “필요한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연구소의 위상을 격상시키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면서 “직제개정을 통해 연구소장 직급을 2급 고위공무원단급으로 조정하고 자연과학 분야 등의 전문 인력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문화재청 산하 지방연구소들에 비해 차등대우를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문화재청 산하 지방연구소는 경주를 비롯해 부여, 가야, 나주, 중원, 강화, 완주 등 모두 7개소다. 이들 지방연구소는 예산 배정과 인력 규모가 각각 추진하고 있는 업무량과 기능에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이에 대해 주보돈 명예교수는 “경주문화재연구소가 실질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발굴, 연구 기능들을 보면 다른 6개 연구소를 다 합쳐도 그 역할과 기능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이라는 이름하에 예산과 인력을 동등하게 지원하고 있다 이는 동등한 것이 아니고 굉장히 차등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실에 따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기관승격은 필수적이고 시민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라는 것. 김권구 교수는 “경주학, 왕경학, 신라학 등의 연구는 그 방법에 있어 질적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면서 “이제는 자연과학 연구를 더해 고대사 연구가 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그 핵심거점기관으로 변모해 미래지향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며 연구소의 기관 승격과 인력확충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앞으로 경주시민을 비롯해 학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명을 추가로 받아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청 산하 지방연구소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됐다. 지난 1973년 신라권 문화유적 조사를 위해 경주미추왕릉지구발굴조사단을 설립한데 이어 1975년 경주고적발굴조사단이 업무를 인계받았고, 이를 모체로 1990년 1월 3일 현재의 경주문화재연구소가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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